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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된장찌개

보통의 마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된장찌개가 있다. 바로 우렁이 대신 건표고를 넣은 강된장찌개다.


말린 표고를 살짝 불려서 된장에 볶아 넣으면 정말 씹는 맛이 꼬들꼬들, 우렁이가 필요없다. 가끔씩 우렁이를 잘 못 손질하면 비린내가 옅게 흘러나오기도 하는데 이건 오히려 표고향이 그윽해 비린내 걱정을 잠재운다.


겨울에는 말린 무청시래기를 넣고 봄에는 달래, 여름엔 애호박, 가을엔 제철에 나온 무를 듬뿍 넣어 주면 맛이 더 좋다.


두부는 하루 전 미리 냉동실에 얼렸다가 냉장실에서 녹여준다. 이러면 두부 사이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겨서 스폰지처럼 된장국물을 가득 머금지만 식감은 탄성이 생겨 더 쫀쫀해진다. 국물의 기본적인 시원한 맛은 무로 내고 나머지는 집된장과 채소들의 조합이 훌륭하게 해낸다.


호두나 잣, 견과류를 미리 살짝 볶아 넣으면 맛과 향이 더 고소해진다. 씹는 맛도 살리면서 동물성에서 느낄 수 있는 질감과 약간은 기름진 맛으로 심심한 맛을 메꾼다. 여기에 무청시래기, 간마늘, 된장, 고춧가루를 넣고 한번 살짝 볶아낸다.


약불에 재료들이 어우러지게 은근한 불 위에서 버무려낸다. 다채로운 맛들이 열기에 변화되면서 새로운 조합을 이끌어 낸다. 화합의 장은 약간의 불씨가 필요하다. 간마늘의 맵고 아린맛이 단맛과 고소한 맛이 되기도 하고 집된장의 맛은 한층 달궈지면서 진한 맛을 머금고 구수한 맛은 한층 더 올라온다.


양파와 무를 막판에 같이 볶게 되면 뒷 끝에 따라오는 견과류의 쓴맛은 잦아들고 시원한 단맛만 남는다. 이제 물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주기만하면 된다. 두부는 꼭 마지막에 넣는데 조심성 없이 이리저리 휘두르면 조금이라도 부서질까봐 그리고 완전히 우러나온 깊은 국물을 두부 속에 머금게 하고 싶어서다.


막판엔 들깻가루를 한 큰술 정도 넣으면 이것만으로도 완벽한 강된장찌개가 완성된다. 국물도 자작자작해서 밥 비벼 먹기에 딱 좋다. 찐한 된장국물 잔뜩 머금은 두부를 밥 위에서 슬슬 으깨먹는 재미가 있다.


강된장에 섞여있는 호두와 무, 표고, 양파, 시래기를 밥에 쓱싹쓱싹 비벼서 한 입 넣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뭐하나 빠지지 않는 구성인데 뭘 더 할 필요가 있을까?


있으면 있는대로 소박하게 먹는 한 끼가 마음 속에 더 와닿는다. 특별함를 내려 놓는 보통의 마음은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든다. 나의 강된장찌개엔 특별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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