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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Aug 30. 2024

이건 누굴까요?

6년 전 저의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6년 전, 나는 비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의 몸무게는 60kg을 넘어 64kg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번아웃으로 지칠 때로 지친 회사생활에서 로그아웃하고 남편과 최초로 해외여행을 떠난게 딱 저때 모습이다.


일에 치여 모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던 식습관들은 내 몸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과체중 상태, 64kg이 되면 그야말로 1단계 비만에 접어드는 것이였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몸에서 이상 신호가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빠왔고, 똑바로 누우면 극심한 두통이 나를 압박해왔다.




내 몸이 보내는 사이렌


출근 전 세수를 하다가 갑자기 코피가 났는데 한동안 멈취지 않아서 남편이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거기서 내 몸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멈췄으면 좋았을텐데. 과도한 업무량과 고된 스트레스는 점점 더 쌓여서 자극적인 음식으로 화를 풀어냈다.


덕분에 장염, 위염을 달고 살았다. 내 인생 중 건강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기간이다. 10분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저질체력은 그야말로 바닥을 찍었고, 한밤 중 갑자기 숨을 못 쉬겠다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나는 급기야 응급실로 실려가고 말았다.


입사 후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0kg이상이 쪘다. 그동안 회사에 제출했던 여러 장의 진단서는 내 몸이 보내는 경고장이었다.


혹시 신기루씨 아니신가요?



번아웃


몸과 정신이 모두 피폐해져 있었다. 퇴사라는 정식 절차도 못 밟고 건강검진부터 받아야했다. 몸 어딘가에서 용종이 발견되는가 하면 호르몬 이상, 혈액검사 이상 소견으로 여러 과에서 진료 받았다.


입사 초기 한동안은 탈모가 심했는데 스트레스의 정도를 넘어서는 인격적인 모독의 결과였다. 그때는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어디다 말도 못 하고 2~3개월을 버텼다. 왜 사람들이 얼마 못 버티고 퇴사해버리는 지 그때 알아차렸어야했다.


먹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빠른 시간 안에 떼울 수 있는 간편식사가 끼니의 주를 이뤘다. 야근은 기본, 심지어 팀 전체가 컴퓨터 앞에 앉아 햄버거로 식사를 했고, 거의 강제적으로 토, 일 주말 출근을 했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1년 6개월 동안 회사생활을 했다.




건강이 최고!


나는 내가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과 정반대로 살았다. 뭐가 건강한 건지 잘 알고 있지만 주변에서 돌아가는 환경들은 그렇지 않았다. 바쁜 업무와 시간에 쫓기는 삶. 여러 사람들에게 치이는 스트레스.


내 몸까지 다그쳐가면서 열심히 일했던 흔적은 몸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여러 차례 면역치료도 받았고, 1년 마다 검진을 받으러 오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도 있었다.


덕분에 건강을 귀하게 돌보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돈을 버는 것, 회사생활도 좋지만 건강을 잃으면 다시 모든 것을 내놔야한다. 더불어 되돌릴 수 없는 건강도 잃어야한다.


2021년 더현대 서울이 여의도에 오픈했을 때, 49kg




49kg으로 돌아온 몸무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내 몸무게는 53kg 표준체중에 머물러 있다. 2021년 한창 운동에 재미 붙일 시기엔 49kg까지 줄어들었다.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한 결과였다. 지금도 유지어터로 열심히 고군분투 하고 있는 건 다시 6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부끄러운 과거 사진을 공개하는 건 이 글을 보는 누구든지 날씬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어서였다.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EBS 출연이 4개월 정도 넘어가는 지금. 내가 식단 코칭을 맡았던 출연자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다시 요요로 힘들어하실까? 아니면 다이어트를 너머 유지어터로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실까? 그분들의 일상이 남일 같지 않았던 건 나의 이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실패하고 계시다면 '365일 잘 먹고 살빼는 법' 공유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위로와 공감, 독려


영양사라고 처음부터 날씬하고 건강했던 것은 아니다. 체중이 급격히 불어날 때도 있었고, 건강 이상을 겪으면서 병원치레를 자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얻은 것은 건강에 대한 소중함비만, 여러 대사성질환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에 대한 자그마한 공감. 그리고 같이 나눌 수 있는 나의 경험담이다.


의지박약, 운동 1도 하기 싫은 게으름, 매일매일 외식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나를 괴롭힌다. (요즘엔 외식비가 비싸서 하고 싶어도 못 하겠지만...)


하지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건 언제나 가족들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그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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