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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Sep 09. 2019

짝수와 홀수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이야기(2)

안녕하세요?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의미가 저에겐 수업과 삶을 점검하고 반성한다는 의미인데...

오늘은 세상이 저를 글 쓰도록, 성찰하며 살도록 놔두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족도, 학교도, 대중 매체나 사회의 이슈들도... 끊임없이 제 에너지와 집중력을 가져가는 기분...

그래도 브런치를 '시작'했기에, 그 시작의 힘으로 오늘도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이래서 못해, 이러니까 못하지'하면서 3년이 지나왔는데 지금이 오히려 이제까지의 삶 중에 더 바쁘고 힘든 때인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라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시작했거든요. 



오늘은 지난 목요일 수학 수업 - 짝수와 홀수 공부하기 이야기를 나눕니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책은 이렇게 그림으로 10 이하의 수를 둘씩 짝을 지어보게 합니다. (지도서 이미지 캡처라 정답이 나와있어요.ㅎㅎ)

그다음 짝수와 홀수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2,4,6,8,10과 같이 둘씩 짝을 지을 수 있는 수를 짝수라고 합니다.
1,3,5,7,9와 같이 둘씩 짝을 지을 수 없는 수를 홀수라고 합니다. 

그리고 11부터 20까지의 수를 짝수와 홀수로 구분하도록 하는데요, 그 이유는 짝수와 홀수를 판단하는 범위를 확장하여 그 원리와 패턴을 아이들이 알도록 하려는 의도입니다. 



저는 교과서 대신 구체물을 가지고 수업을 했어요.  

1. 이렇게 구슬을 한 움큼씩 나눠주고 둘씩 짝을 짓도록 했어요. 

2. 아이들을 열심히 짝을 지은 다음에 남는 것이 있으면 '홀수', 없으면 '짝수'라고 크게 쓰도록 했지요. 

3. 그러고 나서 그 구슬이 몇 개인지 세서 적도록 했어요. (지금 공부하는 단원명이 '100까지의 수'이기도 하고, 수학에서 '세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4. 이젠 종이를 모두 칠판에 붙입니다. (저는 공부할 때 대부분 짝과 함께 하기 때문에 종이는 15장이 나옵니다. 칠판에 붙이기 알맞아요.)

5. 칠판을 보면서 짝수의 특징과 홀수의 특징을 공부하고 교과서의 문제를 풀었어요. 






저는 아이들이 짧은 시간 안에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날은 수학 시간이 온전히 확보되지 못하고 앞뒤로 뺏기는 시간이 많은 상황이었거든요.) 아이들이 제 지시를 따라 구체물을 가지고 평화롭게 수업을 잘 들었어요. 그래서 이 수업은 저에게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는데요, 지금 글을 써보니 잘못된 점이 마구 보이네요. 


우선 제가 1~10까지의 수를 짝수, 홀수로 나누는 과정을 충분히 진행한 후 20까지로 확대->더 큰 수로 확대 이렇게 점진적으로 진행했어야 하는데 너무 급했네요. 이 날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데, 학년에서 동일하게 숙제처럼 내보내는 가정학습 문제로 '30이 넘는 수를 짝수와 홀수로 구분하는 문제'가 이미 출력되어 있었거든요.(저를 다급하게 한 요인 2가지 ㅎㅎ)  마치 '어려운 문제집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가르칠 시간이 부족하네! 구체물을 쓰면 금방 이해하겠지!'라고 생각한 그런 상황처럼 되었네요. 이날 수업 후반부로 갈수록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비롯하여 아이들의 반응 몇 장면이 떠오르면서... 왜 그런 반응이 나왔는지 이해가 되네요.  


그래도 구체물을 사용한 덕분에 아이들에게는 힘들지 않았던 시간으로 남아있는 것 같긴 합니다. 

짝수와 홀수에 대한 학습이 수학 전체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겨 자료를 좀 찾아보았는데... 딱히 나오진 않네요. 사실 아이들은 체육 시간에 '짝수팀, 홀수팀'하면서 짝수와 홀수를 익힌답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을 수업 시간에 구체적으로, 논리적으로 정리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좀 부족했네요. 틈을 노렸다가 다시 도전해야겠어요. ㅎㅎ




짝수와 홀수, 정말 딱 1차시 다루고 넘어가는 간단한 시간인데요. 

그래도 이렇게 수업에 대해 돌아보고 글을 쓰면서 수업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게 되니...

다시 교사로서의 만족감이 높아지네요! 


제 일의 본질을 알고, 그 본질을 좋아해서, 

비본질적인 것들을 참으려고 때론 쳐내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닫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내일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하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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