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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l 20. 2024

<100화>뉘른베르크로 가는 통영 여자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100

<100화>뉘른베르크로 가는 통영 여자  

   

어렸을 때 할머니를 보면

젊었던 적이 없는

원래 늙은 사람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할머니가 된 모습은 상상이 안되었다.

청춘은 눈이 부셔

돌아다봐야 그제야 보이는가.


뒤돌아보니 그 기억이 생생해져

이제 와 발버둥을 쳐본다.

다시 젊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정말 잘 살고 싶어서.

오늘이 이 생의 가장 멋진 날인 

리는 이제 아니까.


한국에서 3개월을 잘 살았다.

나의 삶을 주섬주섬 캐리어에 싸서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믿기에

쓰던 물건들을 그대로 두고

내 사람들과도 짧은 인사만 하고 떠난다.


뉘른베르크의 작은 카페에서,

부산에서, 통영에서, 어쩌면 교토에서

끝나지 않는 청춘드로잉에세이를 쓰고 있는

핑크아줌마를 어느 날 만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우리는 다시 만나질 지 모른다.


평생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통영과 교토에도 다시 갈 것이다.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곳에 두고 온 추억을

가지러 온 사람처럼

냥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영원히 나는 떠나는 일에도

돌아오는 일에도 익숙한 사람이고 싶다.

떠나기 전에 설레는 만큼

돌아올 때도 설렌다는 것을 안다.

남겨 두고 가는 사람이

신경 쓰이지만 신경 안 쓰고 싶다.

우리는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해야 하니까.


그다음은

어디로 떠날지를 생각해 본다.

떠난다는 말은 남겨진 사람의 것이지

떠난 사람은 어딘가에 새롭게 도착한다.

언제나 그다음에 어디로 떠날지

잘 알고 있는 채로 살아가고 싶다.


여보,

런던 한번 갔다 올게.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매일보시는독자님들이고생많았습니다 #에필로그를따로발행합니다



"이제 할 말을 다해서 미련 없이 연재를 마칩니다."


<여보, 나 런던 갔다 올게>는

2023년 봄 독일에서 시작되어 2024년 봄에 한국에서 끝나는,

4개의 시즌 각 25화, 총 100화 구성입니다.


시즌1: 뉘른베르크의 봄 그리고 여름

시즌2: 한국의 여름

시즌3: 다시 독일, 가을 그리고 겨울

시즌4: 다시 한국, 겨울 그리고 봄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만나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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