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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또' 못 참았다

2018 인천여성고용전략포럼에 토론을 다녀와서


어제 인천여성고용전략 포럼에서

또 못 참고 터뜨려버렸다. 알고 느끼는 것이 많아질수록 자꾸 화가 난다.

한국사회에서 불평등이 닿는 접촉면이 넓어질수록 우울지수가 높아진다는데,

정말 나한테도 해당이 되려나.

어제, 2018년 9월 18일에 지정토론자로 다녀온 포럼은 이런 행사였다. 


엄청난 제목....주요 참석대상은 학계 사람들이 아니라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가족부 산하기관) 종사자들이었음


전체적인 내용은 미래사회 직업구조가 이렇게 변할 것이고, 산업계 뿐 아니라 비영리, 사회적경제라 할 수 있는 제3섹터가 이렇게 변할 것이고.. 이었다. 물론 그 어디에 '여성의 현재와 여성의 미래'가 있는지를 몰라서 좀 난감하긴 했다. 

- 생각해보니 여기서부터 나는 고구마를 이미 50개 정도 먹은 상태였을지도...?


미래 직업에 여성들 진출하라고 실컷 얘기하면서 '하필이면' 남성 토론자 두명이 이렇게 고구마 백개 발언을 했다. 발제문이 충실하지 않았고, 그만큼 토론문을 준비하기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렇게 성의없고 개념도 없는 토론은 정말 아니지 않나.


빡침 1

"자 우리 아이들이 기술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질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셨죠? 그러니 여성분들 역할이 이렇게 중요한 겁니다"

빡침 2

"사회적경제 분야에 여성들이 진출하기가 좋습니다. 그리고 지역문제에 여성분들이 밝잖아요. 그 머시기...아줌마 네트워크? 그런것도 있고요"


원래 토론자끼리는 그냥 좋은게 좋은거다...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중장년 경력단절여성들 조금이라도 좋은 일자리에 취직시키려 애쓰는 현장 관계자분들 앞에 앉혀놓고 저런 얘기라니.

- 여기서 고구마 100개 임계치를 넘겨버렸다.


결국 좌장하는 주최기관 박사님이 마무리 발언하시는데 마이크 켜버렸다. 


"저 페미니스트로서 한마디 안할 수 없어서요. 위원장님 (빡침 1의 발언자) 말씀하신 대로 기술 중요하죠.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기술에 잘 적응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성들이 기술에 적응해서 주체성 가지고 진출하라고 말씀하시면서, 아이들이 기술에 대한 태도를 갖게하는 양육의 역할에 당연하게 여성들을 전제하고 계시잖아요. 지금 경력단절여성들, 그리고 일하는 여성들이 왜 훈련과 기술적응에서 뒤쳐지는지 아세요? 일가족양립, 가사와 양육 부담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성들이 기술발달 사회에서 기회를 가지라고 하시면서 양육의 제1 책임자로 전제하는 그 사고는 바꾸지 않으시니 이런것들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사님(빡침 2의 발언자) 아줌마 네트워크, 말씀하셨는데요. 지금 여성들 저와 같은 30-40대 여성들 60%이상이 맞벌이입니다. 예전처럼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는 시간에 아줌마 네트워크 형성하기보다는 다들 자기만의 사회적 공적 관계망이 있어요. 아줌마라는 말의 함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지역 내 아줌마 네트워크가 전업주부로 만들어지던 시대는 이제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는 내 모습. 하고 싶은 얘기가 끓어넘치는데 시간이 모자랐다. 


아 참아야 하는데, 이런 발언 여성들의 현재 애로사항에는 전혀 눈길 하나 안 주고

본인들의 밥벌이, 본인들의 '약팔기'에 아무렇지 않게 편의적으로 여성들을 운운하고 논의에 '동원'하는 것에는 못 참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의 쌈닭으로 불려지고 있겠지만...(나중에 저 두 남자분들은 나한테 눈길도 안주고 퇴장하셨다...) 그래도 비난과 찬사는 함께 온다는 선배님 말씀에 용기를 얻는다.

앞으로도 계속 참지않고, 말하고 외치고 바꾸는 페미니스트, 연구자, 활동가가 되련다.


#포럼 #기획이문제 #왜그러셨냐고묻는다면 #성격탓이라고 #참지마세요 #말하고_외치고_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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