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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식성 염소 Jul 04. 2024

4. 스물 아홉, 첫 운전을 하다.

완벽한 자율주행 차는 언제 나오나요?

내 운전면허 취득에 가장 신난 사람은 남자친구였다. 드디어 지난한 운전 지옥에서 탈출하는거냐는 웃음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웃음을 생각하면 나는 그에게 지금도 미안하다. 여자친구가 운전치라 미안해...


나의 첫 운전은 남양주에서 시작되었다. 남양주에 있는 대형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집으로 내가 운전해서 돌아가는 코스였다. 남양주에서 월계였으니 사실 그리 먼거리도 아니었으며 직선 코스였기에 둘 다 안심하고 즐거운 커피 타임을 가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백미러와 의자를 조정하고 시동을 걸었다.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자마자 미친듯이 느린 속도와 좌우로 흔들리며 나아가는 차를 확인하고 3분만에 운전석에서 내리게 되었다. 나의 운전실력은 비유하자면 컵라면인 것이다.

그는 허공에다가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음


예상과는 다른 귀갓길에 많이 당황했던 남자친구는 조금 더 운전이 쉬운 코스로가서 연습주행 해보자며 사람이 많이 없는 신도시로 향했고, 마치 운전연습 게임마냥 도로가 네모낳게 구분되어 있는 곳에서 나는 1시간 정도 운전연습을 했다. 


그 때는 심각하게 긴장을 해서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사고가 날뻔한 순간이 정말 많았다. 나보다 운전이 능숙한 차량들과 생각치 못한 장애물들, 그리고 사고가 나면 진짜 큰일이라는 공포감은 나를 더욱 위축 시켰고 1시간의 운전은 손에 땀을 쥐게하는 공포스릴러물이 되었다. 

그냥 도로가 너무 무서움


남자친구의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닌거같아. 일단 연수 받자 돈내고'라는 단말마의 비명과 같은 한 마디와 함께 연습은 막을 내렸다. (놀랍게도 그는 저 1시간동안 단 한번도 소리지르거나 화내지 않았다. 진정 나는 보살을 만난 것인가)


이 1시간의 연습으로 난 두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1. 이렇게 운전연습을 도와주고도 화를 안내는 남자친구를 놓치면 안된다.

2. 내가 운전을 왜 못하는가.


1번이야 아마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공감하신 분들이 계실테니 넘어가고 2번에 대해 세부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Q. 염소는 왜 운전을 못하는가?

 A. 겁이 많다. 그래서 속력을 못낸다.

 A. 공간지각능력이 심하게 떨어져서 차폭과 차간거리에 대해 감이 아예 안온다. 그래서 유턴/우회전/좌회전만 하면 무섭다.


Q. 면허는 어떻게 땄는가?

 A. 코스 내 속도를 낼 수 있는 코스가 없었다.

 A. 옆자리에 선생님이 있어 브레이크를 대신 밟아줄 수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그니까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해서 감을 익히고 겁내는 것을 익숙함으로 덮어야만 했다. 여러가지 연수 방법을 찾아봤지만 일단 '면허취득'이 목표였으니, 연수는 정말 필요할 때 하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현재까지 연수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운전 경력 1시간하고 3분의 초보운전자로 아직까지 남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앞으로 성장할거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운전에 대해 큰 흥미가 없다가 최근 '뛰뛰빵빵'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되었다. 학원 안다니고 면허 따는 친구도 있는데... 언젠가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어 회식이 끝난 남친을 데리러가는 로망을 실현해보고 싶다. 자기야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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