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하고 쫄깃~한 낙지찜
주경 씨는 안절부절못하였다. 얼마 안 있으면 아들의 기말고사 시험인데, 남편이 하필이면 코로나에 걸려 버린 것이었다.
“요즘엔 격리가 권고사항이래.”
남편은 주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뭐야? 며칠만 지나면 승원이 기말고산데.”
“내가 잠시 며칠 동안 다른 곳에 있을까?”
주경 씨는 남편이 갑자기 미워졌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됐고. 대신 집에 오는 과외선생님들에게는 비밀로 해.”
“뭐? 아니, 그걸 어떻게 비밀로 해? 그러다 만약 선생님들도 코로나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떡할 건데?”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
코로나가 남편의 의지로 걸린 것은 아니란 건 알았지만, 주경 씨는 곧 아들 승원이의 기말고사가 코앞이었기에 화가 치밀었다.
오늘은 화요일. 승원이의 기말고사는 목, 금이었다. 며칠만 지나면 되는데.
“승원이 기말고사 예상문제 과외 선생님들이 봐주고 계신 거 몰라? 당장 이번 주가 시험이라 일주일에 두 번 오시는 거, 이번 주에는 월, 화, 수 3일 동안 와달라고 부탁드려 놨는데, 당신이 코로나 걸렸으니까 승원이 기말고사 망치라는 거야 뭐야?!”
“아니, 그래도.....”
남편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하자 주경 씨가 확실히 못을 박았다.
“됐고!! 집으로 오면 방에 들어가서 꼼짝도 하지 마!!”
“뭐? 그럼 화장실은?”
주경 씨 집은 오래된 아파트라 안방에 화장실이 따로 되어 있지 않았다.
“물을 마시지 마!”
“뭐?”
“선생님들 오시기 전에 화장실 갔다가 딱 3시간 30분만 참으면 되잖아!!”
주경 씨의 아들 승원이는 수학과 영어 두 과목을 과외했는데, 영어 한 시간 삼십 분, 수학 한 시간 삼십 분. 그리고 영어와 수학시간 사이에 30분 정도의 간격이 있었다. 그래서 총 3시간 30분의 시간.
“... 알았어...”
남편은 병원에서 집으로 오자마자 방으로 들어갔다. 주경 씨는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톡으로 물었다. 남편도 톡으로 답장을 했다.
- 정비소는?
- 격리가 의무는 아닌데, 보통 확진자들은 5일 정도 쉬어서, 나도 그렇게 쉴까 생각해.
- 그럼 이번 달 시간 외 수당은 다 채울 수 있고?
-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아.
- 그럼 내일까지만 쉬고 출근해.
- 뭐?
- 이틀 정도 쉬면 괜찮아질 거잖아? 당신이 주인의식이 없어서 그런 거야. 그게 당신 정비소라고 생각해 봐. 남들 쉬는 5일만큼, 남들도 그렇게 쉬니까 나도 쉬겠다는 말이 나오는지.
- 여보.... 나 환자야....
- 톡에 ‘......’ 이런 거 보내지 마! 그럼 무슨 애처로워 보이기라도 하니? 너만 일하는 거 아니야. 나도 식당에서 죽어라고 일한다고! 어쨌든 지금 화장실 잠깐 다녀오고, 승원이 수업 끝날 때까지는 방에서 절대 나오지 마! 그리고 기침 소리도 들리던데, 될 수 있으면 선생님들이 의심하지 않게 기침 소리도 내지 말고.
주경 씨가 톡을 보내자 안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끼익 나더니, 남편이 밖으로 나왔다. 남편은 마스크를 끼고 나왔는데, 거실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주경 씨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뭐 해? 얼른 싸고 들어가!!”
남편은 한숨을 푹 쉬더니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곧 과외 선생님이 오셨고, 평소와 다름없이 수업했다. 영어와 수학 과외가 다 끝나는 동안 다행히 남편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선생님들께 들키지 않았다.
다음날, 다시 과외 수업시간이 되었다.
주경 씨가 안방의 문을 살짝 열어보니 남편이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잠이 들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남편은 새벽에도 계속 일어났다, 잠들었다 하면서 화장실을 드나들었었다. 아무래도 하루 온종일 집에 있으니 시간의 개념이 조금 모호해져 있는 듯했다.
주경 씨는 잠든 남편을 깨우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방에서 인기척 소리가 나지 않도록 어제처럼 TV만 틀어놓고 나왔다. 혹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라도 TV 소리에 묻혀버릴 수 있게. 승원이의 과외 수업이 시작되었고, 먼저 시작한 영어 수업이 끝났다. 곧이어 수학 선생님이 오시고,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주경 씨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니 남편이었다.
“어. 왜?”
“여보.... 나.. 지금 급해!”
“뭐가?”
“오줌!”
난감했다. 선생님이 계시는데, 남편이 코로나에 걸린 것도, 이 시간에 집에 있다는 것도 모두 비밀이었는데!
주경 씨는 과외선생님께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구석으로 갔다.
“아, 그러니까 내가 선생님들 오시기 전에 화장실 다녀오라고 했잖아!!”
“미안해... 잠깐 잠이 들었었는데....”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건데? 정말 못 참겠어?”
“수학수업 이제 막 시작하지 않았어?”
“그렇지.”
“지금 1분도 참기 어려울 것 같은데, 1시간 30분을 어떻게 참아?”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 저기.... 미안한데, 페트병이라도 하나 방에 가져다줘.”
“뭐어? 이 인간이 진짜!”
“그럼 어떡해? 나도 지금 마려워 죽겠는데! 그냥 나가서 화장실 갈까?”
안된다!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하는 수 없었다.
“... 기다려봐...”
전화를 끊고, 냉장고로 갔다. 일부러 빈 페트병을 모아놓지는 않았기 때문에 무언가 하나를 비워야만 했다.
주경 씨는 냉장고를 열어 그중에서 가장 조금 남아 있는 음료수를 비우기로 했다. 토마토 주스 작은 페트병이 하나 있긴 했는데, 그건 너무 병이 작아서 남편의 소변이 넘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옆을 보니 식혜 1.5L짜리 큰 페트병이 있었다. 절반 정도 남아 있어서 모두 컵에 나눠서 따랐다. 과외선생님도 드리고, 승원이도 한 잔 주고, 주경 씨도 마시면 될 것 같았다.
주경 씨는 식혜를 모두 비우고 싱크대에서 물로 페트병을 깨끗이 헹궈 안방에 넣었다.
잠시 후.
남편으로부터 톡이 왔다.
- 고마워. 날아갈 것 같아. ^^
주경 씨는 상상만으로도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 나중에 그거 깨끗이 씻어서 버려!
다행히 이번에도 무탈하게 과외 시간이 지나갔고, 다음 날부터 남편은 정비소에 출근했고, 승원이는 목요일과 금요일 시험을 치렀다.
며칠이 지나고.
승원이의 시험 결과가 나왔을 때, 주경 씨는 다시 한번 좌절했다.
남편과 그 난리를 떨어가며 과외선생님과 함께 시험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시험성적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경 씨는 지난번에도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첫 시험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아, 수고했어.라는 인사치레 말이라도 아들에게 건넬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표정 관리조차 할 수 없었고, 괜찮다는 말도 도저히 나오지가 않았다.
주경 씨는 실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아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아들 승원이도 죄를 지은 사람처럼 주눅이 들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속이 상한 주경 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엄청난 사태에 대해 마구 쏟아내며, 일찍 들어오라고 했다. 일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남편과 주경 씨는 지난번처럼 둘이서 술판을 벌였다.
“아니, 우리가 부자도 아니고, 이렇게 빠듯한 상황에서 과외까지 시켜주면 다른 애들보다 성적이라도 잘 받아와야 하는 거 아니야?! 남들은 학원만 보내줘도 알아서 척척 성적 잘 받아 오는데! 얘는 1:1 과외까지 시켜주는데 도대체 왜 성적이 이 모양 이 꼴이냐고!!”
주경 씨가 술이 불콰하게 올라서 소리쳤다. 주경 씨의 남편이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
“여보. 좀 조용히 해. 승원이 듣겠다.”
“아, 들으라고 해! 지도 양심이 있으면, 우리한테 미안해서라도 열심히 해야지! 안 그래? 당신이 누구 때문에 기름밥 먹고, 내가 누구 때문에 온갖 진상들 다 겪으면서 식당에서 일하는데!!”
“아, 좀 조용히 해. 이제 겨우 한 학기 지났는데.....”
“겨우? 겨우? 중학교 2학년 1,2학기 3학년 1,2학기 총 4학기 밖에 안 되는데, 한 학기 망쳤으면 다 망친 거지!!”
“아, 그게 뭐 또 다 망친 거냐? 당신 기대만큼 성적이 안 나온 건지는 몰라도, 그렇게 못한 것도 아니던데...”
“이것 봐. 이것 봐. 애비란 인간이 과외까지 시켜가면서 이 정도에 만족하는 이런 보잘것없는 사람이니 자식도 그 모양 그 꼴이지.”
“자기.. 표현이 좀 그렇다?”
주경 씨의 말에 남편은 기분이 살짝 나빴다.
“그렇긴 뭘 그래?... 아, 그나저나 자기 이번 달 시간 외 수당은 다 채웠어?”
“그래! 다 채웠다! 아파도 출근 하라며?”
남편의 목소리가 퉁명스럽자 주경 씨가 언성을 더 높였다.
“아, 내가 뭐 나 혼자 잘 살고, 잘 먹자고 그런 거니? 애 과외비 때문에 그런 거지! 내가 무슨 명품백을 하나 사달라고 했냐? 어? 이번에 수영이도 샤넬백 샀더라! 천만 원 넘어가는 걸로! 수영이는 집에서 가만~히 놀면서도 남편이 사주는 명품백 어깨에 척 걸치고 다니는데, 아이고 내 팔자야! 나는 맞벌이로 죽어라 일까지 하면서도 만날 돈에 쫓기면서 살고 있네. 잘난 남편 만나 가지고! 어?!”
불똥이 갑자기 남편에게 튀었다. 주경 씨의 푸념에 남편은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렇게 술자리는 불편하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누구도 승자가 없이, 모두가 패자인 채로.
다음 날 주경 씨는 속상한 마음에 또 친구 지애 씨를 만났다.
장소는 전에도 만났던 대구탕 가게.
“뭘로 드릴까요?”
주경 씨는 고민됐다. 어제 마신 술을 해장하려고 하면 대구탕을 먹는 게 맞는데, 스트레스를 풀려면 매콤한 찜을 먹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주경 씨가 고민하자 대구탕 가게 남자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찜을 주문하시면 서비스로 대구탕 육수도 드립니다.”
“아, 그래요? 그럼 낙지찜 작은 거로 하나 주세요.”
“네~”
친구 지애 씨는 만나기 전에 대충 전화로 상황을 들었던 터라 주경 씨에게 말했다.
“너 근데 왜 자꾸 권호 씨 자존심을 긁어? 권호 씨도 열심히 일하는 거 뻔히 알면서.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권호 씨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 잘 없다?”
주경 씨의 남편 이름이 권호였다.
“열심히 일만 하면 뭐 해? 늘 돈에 허덕이며 사는데. 잘 살아야지! 잘!”
“야. 그럼 돈 많고 바람피우는 남편이 좋아?”
“돈 많다고 다 바람피우니?”
“내 주변엔 대부분 그렇던데? 돈 있고, 능력 있으니까 다들 바람피우고. 여자도 뭐 한둘인 줄 아니? 여럿 돌아가면서 만나더라.”
“니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네 주위에 그런 남자가 어디 있다고?”
“남자한테 들었겠니? 그런 남자들이랑 바람난 여자들한테서 들은 거지.”
“바람난 여자 누구?”
“있어. 내 주위에 그것도 세 명이나.”
“뭐? 주위에 아직 시집 안 간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
“한 명은 아가씨. 두 명은 남편 있는 유부녀들.”
“미쳤어! 미쳤어! 진짜?!”
“그래.”
“어머나 세상에... 말세다 말세.”
“뭘. 새삼스럽게. 그런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근데, 그런 사람들은 다 어디서 만난다니?”
“예전엔 산악회에서 자주 만났는데, 요즘은 골프모임에서 만난다더라.”
“골프?”
“그래. 이른 새벽에 치러 가야 할 때는 전날 하룻밤 숙소 잡아 놓고 치는 경우도 있고, 동남아 같은 해외에서 골프 치는 경우도 많으니까 바람 피기 딱 좋지.”
“헐......”
“그런 모임에 가면 회사 대표들, 병원 원장들, 대학 교수들, 변호사들 득실득실 거려. 그러니까 너도...... 골프 좀 배워서 그런 사람들 한 번 만나볼래?”
“뭐? 미쳤니?”
주경 씨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매장의 다른 사람들이 힐긋거리며 그녀들을 쳐다봤다. 지애 씨가 피식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주경 씨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너무 돈. 돈. 거리지 말라고. 돈이 많아서, 아니 돈이 많기 때문에 짐승처럼 사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볼 때 권호 씨는 사람 괜찮지. 성실하지. 그럼 된 거야. 적어도 너는 짐승 같은 인간하고 사는 건 아니잖아?”
주경 씨는 지애 씨의 말을 들으면서 조금씩 위안이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이 현실이 좀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낙지찜 나왔습니다.”
매콤~해 보이는 빨간 낙지찜을 보자 입에 침이 싹 고였다. 서비스로 나온 뜨끈~한 대구탕 육수를 한 모금 마시자, 캬~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뜨거운 대구탕 국물을 몇 모금 더 마시며 우선 속을 달래고, 큼직한 낙지를 싹둑싹둑 먹기 좋게 잘랐다. 낙지찜에는 새우도 몇 마리 들어 있었다.
“곱창김에 싸서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남자 사장이 테이블에 놓여있는 김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네. 맛있게 드세요~”
주경 씨는 김 한 장을 손에 들고, 양념에 잘 버무려진 두툼한 찜용 콩나물을 김 위에 올렸다. 그리고 오동통한 낙지다리를 콩나물 위에 올려서 김을 살짝 말아 입에 쏙 집어넣었다.
김 특유의 바다향과 아삭한 콩나물의 식감 그리고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낙지의 쫄깃하고 탱글한 식감. 그 모든 것들을 휘감는 매콤~하고 감칠맛이 넘치는 환상적인 양념의 맛.
“으흐음~~~!!”
절로 탄성이 흘러나오는 맛!
“너~~ 어~~ 무 맛있다!!”
찜과 김의 조합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주경 씨와 지애 씨는 손을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여 낙지찜을 김에 싸서 입에 넣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김이 금세 바닥났다.
“사장님~ 여기 김 좀 더 주세요.”
“네~ 잠시만요~”
여자 사장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더니 김을 더 가져다줬다.
“맛은 어떠세요?”
“너어~~무 맛있어요. 살~짝 매운 것만 빼고.”
“매워? 난 괜찮은데?”
“아, 그래요? 잠깐만요~”
여자 사장은 주방으로 가더니 뭔가를 가지고 와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건 마요네즈구요, 이건 생와사비입니다. 찜이 매우면 김에 싸서 드실 때 마요네즈를 살짝 올려서 드시면 매운맛이 줄어들 거예요.”
“우와. 진짜요?”
“네. 그리고 이건 생와사비인데, 이것도 찜을 김에 싸 드실 때 찜 위에 살짝 올려서 드시면 알싸~한 맛이 정말 좋아요. 와사비의 매운맛을 좋아하는 분들은 엄청 좋아하는데, 호불호가 있긴 하니까 한 번 드셔보시고, 괜찮으시면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주경 씨와 지애 씨는 각자 김으로 찜을 감싸서 매운맛을 즐기는 주경 씨는 생와사비를, 매운맛을 덜 즐기는 지애 씨는 마요네즈를 올려서 입에 앙 넣었다.
“우와~~~”
쿰척쿰척 씹으며 둘은 동시에 감탄을 했다.
여자 사장이 말을 한 대로 마요네즈를 넣은 지애 씨는 매운맛이 훨씬 덜 느껴졌고, 생와사비를 넣은 주경 씨는 와사비 특유의 톡 쏘는 맛과 찜의 묘한 조화를 맛봤다.
“진짜 신기하다!”
“그치?”
“마요네즈를 넣으니까 그냥 매운맛이 덜 나는 게 아니라 꼬소~한 마요네즈 맛하고 찜이 묘하게 어울리는 게.... 진짜 끝내준다!!”
둘이서 찜을 맛있게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데, 저쪽에서 일행들과 함께 밥을 먹던 아저씨가 테이블을 치우고 있는 남자 사장에게 물었다.
“저기, 사장님. 근데, 맨날 저 한국인의 밥상 방송만 틀어놓는 이유가 있습니까? 내가 올 때마다 한국인의 밥상 저게 틀어져 있대요.”
“아~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구요, 뉴스 같은 거 틀어놓으면 정치이야기 나오고, 그러면 꼭 TV 보면서 싸우는 분들이 있어가지고, 그냥 이걸로 틀어 놓았습니다. 식사하실 때 보기에도 좋을 것 같아서요.”
“아, 그래요? 그럼 우리는 안 싸울 거니까 뉴스 좀 봅시다.”
아저씨의 말에 일행들이 웃었다.
“예. 그럼 뉴스 틀어 드릴게요. 대신 뉴스 보시다가 다투시면 한국인의 밥상 한 시간 더 시청하시고 가셔야 합니다.”
아저씨 일행들은 박장대소했다. 남자 사장도 함께 웃으며 채널 24번. YTN 뉴스를 틀었다.
여러 뉴스들이 나오다가 중학교 스쿨존에서 일어난 사건사고가 흘러나왔다.
“다음은 중학교 스쿨존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입니다. 윤슬중학교 인근 공사현장에서 구조물이 아래로 굴러가 길을 가던 학생들을 덮쳐 3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경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구청에서는 공사 현장의........”
“윤슬 중학교?? 어? 너네 승원이 다니는 학교?”
주경 씨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주경 씨는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통화연결 이후엔 요금이.......
주경 씨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쳤다. 주경 씨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스마트폰을 마구 두드렸다.
“야! 진정해 주경아! 설마 승원이한테 무슨 일이야 있겠니?”
하지만, 주경 씨의 귀에 지애 씨의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주경 씨는 얼른 학교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 사고가 난 학생 중에 승원이의 이름이 있는지 확인을 했다.
“2학년 4반 윤승원... 승원..... 어머 어떡해!! 저기 어머님!!... 행정실에 전화가 폭주해서...... 곧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승원이 이름이 있네요! 얼른 병원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학교 행정실 직원의 말에 주경 씨는 정신이 까마득해지며 몸이 휘청거렸다.
“주경아! 주경아!!.......”
친구 지애 씨가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며 점점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