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특성창의 스킬들목록에는 아직 발현되지않은 스킬들이 [???]라고 되어있었으므로 앞으로 새로운 스킬이 발현될 것 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하지만 또 다른 전용 특성이 생길거라는건 전혀 생각할 수 없었는데...
이런 내 궁금증을 해결할 겨를이 없이우린 이미 영화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주변에는 이미 괴물에게 씹히고 뜯겨 널부러진 시체들이 즐비했다. 그리고저만치 떨어져있던 괴물이 지금막우리를 발견한 참이였다.
[8급 괴수종 Host가 당신 그룹을 인식했습니다.]
[Host가 스킬 '공포 포효'를 발동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괴물'이 아닌 '괴수종'이 된 존재..귀가 찢어질 것 같은 포효소리에 김독자처럼 공포를 상쇄 시켜줄 '제 4의 벽'같은건 없던 나는 포효만으로도 공포가 그대로 느껴졌다. 어쩌면 김독자는 이런걸 느끼지 않았기에 더 냉철하게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한번 느껴본 공포만으로도내 의지와 상관없이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라고 있었다.
'나에게도 '제 4의벽'같은 스킬이 생길 수는 없는걸까?'
[레벨이 낮아 상상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어라? 알았다. 알았어. 저 메세지를 가장 많이 보는 것 같군. 당장은 좀 좌절적인 메세지지만 나중을 생각해보면 꽤 희망적으로 볼 수 있는 메세지였다. 스킬의 레벨이 올라가면 어떤 상상도 실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니까. 어쨌든 당분간은 이런 공포를 온전히 다 느껴야 한다는 소리겠지.
괴수종의 '공포 표효'에 맞춰 조성인은 자신의 스킬인 [포효 Lv6.]을 발휘했다. 정말 곰이 우는 듯한 소리였다, 세상이 온통 울리는 듯한 소리에 괴수종도 잠시 움찔하는 듯 했다. Lv6.이 저 정도라면.. 레벨이 많이 올라가면소리만으로 초반제압이 가능할 것 같았다. 모든 싸움은 기싸움에서 부터 시작하니까...
조성인이 스킬을 발휘한 지금 지금은 다른 팀원들도 조성인의 지금 사용한 스킬이 무엇인지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굳히 밝히지 않아도 서로의 스킬을 알 수 있다는 것도 확인한 셈이다.
괴수종이 잠시 움찔한 그 순간은 놓치 않으려는 듯 김솔(본인이 김솔이라 했으니 그냥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이 전력질주로 괴수종에게 다가갔다. 전력질주가 스킬인 만큼 정말 빠르게 움직였고 아직은 어려서인지 배후성 때문인지모르겠지만겁도 없고 대담한 모습에 잠시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괴수종에게 다가가는 김솔은 씹고 있던 껌에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풍선껌은 아주 커졌고 동시에 김솔의 몸이 공중으로 띄워졌다. 괴수종 얼굴 근처에 다다른 김솔은 엄청나게 커진 풍선껌을 퉤~하고 뱉았다. 그러자 껌이 괴수 얼굴에서 터지며 괴수의 눈과 입을 막아버렸다.'껌스킬'스킬의 궁금중이 풀리는 순간이였다.
앞이 안보이는 괴수종이 날 뛰었고 껌이 붙어버려 입도 자유롭게 움직여지지 않자더이상 '공포 포효'스킬이 발현되지 않는듯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하는 괴수종이였다.
이때다 싶었는지 남궁현은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검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의 옷도 아이템이였던 듯 작은 주머니에서 아주 긴 장도가 나왔다. 장도를 든 남궁현은 펄쩍 뛰어올라 괴수종 머리 위로 올라탔다. 괴수정 몸통을 이리 저리 옮기며 칼을 휘두르는 것이 멋있게 느껴졌다.'멸살법'이였다면 '유중혁 뺨치게'라는 표현을 썼을 것 같은 그의 모습이였다. 내가 읽어본 남궁현의 특성창에는검을 다룰만한 스킬은 없었지만 이전에 '검도'같은 것을 배웠던 적이 있을지도 모를터였다. 그렇게 잠시동안 그가 싸우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넋을 빼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쯤이면 나도 뭔가 보여줘야하는데.. 하지만 나에게 괴수종에 맞설만한 스킬은 아직 없었다. 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순간 미안해졌다. 파일럿 방송 때도 남의 능력을 등에 업어 시나리오를 해결하긴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나와 팀은 아니였지 않나...팀으로 움직이는 만큼 뭔가 대단하진 않아도 팀에 도움이 되는 스킬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상상력(想像力) Lv2.가 발현됩니다.]
아 맞다! 아직내 스킬에 완전히 익숙하져 있지 못했다. 그나마 있는 스킬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었다니...상상력(想像力)스킬은 잠시지만 내가 없는 스킬을 발현해준적이 있었다. 아직은 레벨이 낮아도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는 스킬였다. 이번에는 어떤 스킬이 발현되려나...
[괴수종 발골과 요리 스킬이 발현 됩니다.]
[스킬이 낮아 발현시간이 정해집니다.]
[스킬 사용시간 : 10분]
이...게..뭐..야...
칼을 잘 쓴다거나..싸움을 잘하는 스킬같은건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발골?요리??스킬이뭐냐고.. 발현한 스킬에 어의가 없어 혼자 넋 놓고 있는데
"언니! 도대체 가만히 서서 뭐하고 있어??"
나도 뭐든 하고 싶다고 임마.
내가 스킬을 발현할 때까지 기다릴새 없는 팀원들이였기에 각자의 스킬을 사용해 괴수종과 싸웠다. 김솔이 주머니에 계속 꼽고 있던 손을 꺼내자 양 손에 짧고 작은검이 들려있었다. 날렵한 몹짓과 그녀만의 스킬로 비록 작은 단검이였지만 괴수에게 직격타를 줄 수 있는 상처를 여럿 냈다.
눈과 입도 막히고 김솔에 의해 몸에 생채기가 난 괴수에게 다가간 조성인은 [몸통박치기]와 [무력화]스킬을 활용하며 괴수를 전투불릉상태로 만들었다. 고통에 몸무림치는 괴수종.
"이봐. 도대체아저씨 뭐하는거야?? 그렇게 쓸꺼면 칼 잠시 나 빌려 줄시지??"
남궁현도 나름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왜 그런건지 김솔은 남궁현의 검을 달라고 하고 있었다. 남궁현도 그런 김솔의 태도에 좀 당황스러운 낌새였으나 별 말 없이 김솔에게 검을 내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스킬만 봤을 때 검을 다루는 능력은 김솔이 더 우월하기도 할테니...
남궁현의 검을 뺏든 김솔은 정확히 괴수의 심장을 꽤 뚫었고 살고 싶은 마지막 비명을 내지르고던 괴수종은 쓰러지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저어..제가 싸움 스킬이 좀 부족해서...도움이 못 되서 죄송합니다. 대신..이 괴수종으로 요리를 해드릴께요."
괴수종이 죽은걸 확인한 후에서야 팀원들에게 다가간 나는 멋적게 말을 걸었다.
"어~이거..요리 할 수 있으세요?"
조성인이 대답했다.
"난 솔직히 이 언니는 뭐하는 사람인가 했네."
"김솔씨. 그러지 마세요. 경은씨도 함께 싸우지 못하는게 마음에 걸리셨을 껍니다.각자 잘 할 수 있는게 다른거 아니겠습니까? 안그래도 시나리오 시작 후 제대로 드시시도 못 하셨을텐데 경은씨가 괴수로 요리해주신다니 오랫만에 고기를 뜯을 수 있게 됐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런 괴수종을 요리에서 먹으면 저희 회복이나 종합능력치에 도움을 줄지도 모릅니다."
역시 '위안'을 스킬을 가진 남궁현답다. 순간 부드러운 목소리와 걱정하듯 바라보는눈빛,따져 묻는 김솔 앞으로 나서 막아서주던 몸짓에 감동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
"네... 궁현씨 말대로..참 궁현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그럼요. 저도 경은씨라고 부르겠습니다."
"성인씨도요. 김솔. 넌 그냥 편하게 이름 부를께."
계속 해서 반말을 하는 김솔에게 나도 높임말을 쓰고싶진 않았다.
"언니 편한데로~난 다들 내 편한데로 부를께."
"뭐 호칭정리는 이정도로 하죠."
"네 뭐 아무튼 괴수종 고기를 요리해서 먹으면 싸우면서 떨어졌던 체력이 회복되거나 상처가 나을껍니다.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진는 모르겠지만 분명 도움이 될껍니다."
솔직히 진짜 그런 효과가 있는지 확신은 없었다. 다만 소설 속에서 괴수종을 잡아 요리해서 먹는 장면들이 있었고 그렇게 먹고 나면 나름 효능이 있었기에 이 괴수종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뿐이다.
[상상력(想像力) Lv2.스킬에 농가성진(弄假成眞) 효력이 더해집니다.]
'농가성진(弄假成眞)'이 뭐야? 특성창도 그렇고 이럴때 한자를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 불편했다.'농가성진'뜻은 정확히 알 순없었지만 상황을 놓고 생각해보자면 대부분 상상력(想像力)스킬은생각을 떠올린 것으로발현됐었다. 하지만 지금은생각을 말로 먼저 내뱉어본 상황이였다. 그렇기에 '말이 씨가 된다'같은 비슷한 의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솔씨 죄송하지만 김솔씨 단검 하나만 잠시 빌려쓸 수 있을까요?"
김솔은 남궁현의 장검은 당연한 듯뺏어쓰더니 자기 검은 빌려주기 싫은 눈치였지만 고기 맛은 보고싶었는지 못 이기는척 내게 단검 하나를 건냈다.
실제 발골이나 요리를 하는 방법은 몰랐으므로 스킬을 사용한다는 생각을 머릿 속에 떠올렸다. 스킬을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나니 내 몸은 알아서 괴수의 살점을 뼈에서 분리했다.
살점을 다 분리시킨 내 손은 고기를 적당한 두께로 썰어 칼집을 내더니 주먹을 쥐어서 팡팡 두드리고 손으로 뭔가 뿌리는 동작을 했다.그러자소금,후추 같은 가루들이고기위로 떨어졌다.간을 한 고기위로 입으로 바람을 불자 작은 불꽃들이 튀어나와고기위에 불꽃이 옮겨 붙었다. 그리고 곧이어 고기가 구워지는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뭔가위생적으로는 좀 안좋아 보이는 스킬이긴 했으나 다 구워진 고기의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고 육즙이 반지르한 고기의 자태는 황홀하기까지 했으므로 위생따위는 잠시 접어두었다.
[대부분의 성좌들이 맛보고 싶다며 침을 흘립니다.]
[이 괴수종의 고기는 못 먹어 봤다며 맛을 궁금해합니다.]
[육류를 좋아하는 한 성좌가 고기 구워지는 냄새에 미쳐 날뜁니다.]
[성좌들이 200코인을 후원합니다.]
역시 방송은 먹방이라고 했나. 이 영화에서의 괴물은 우리가 잡은 이 놈 한마리였다. 그러니 성좌들도 이 괴수종 만큼은 맛을 못 봤다해도 이상할리 없었다. 그나저나 소설에서는 괴수종이든 유령종이든 뭐든 처지하고 나면 아이템 같은걸 얻을 수 있었는데...?
"어~여기 뭔가 있다!!"
뒤늦게 동물의 뼈와 가죽사이로 뭔가 찾았는지 김솔이 소리쳤다.
"괴물의 DNA 영석 : 필요한 순간 영석을 깨뜨리면 괴수종이같은 종족으로 인식한다. 그들의 공격을 받지 않을 뿐더러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 잘 활용하면 잠시라도 괴수종을 다룰 수 있다."
김솔이 발견한 것을 들며 읊조렸다. 김솔의 성흔은 '정보수집'이였으니..정확하게 어떤 성흔인지는 몰라도 지금처럼 아이템의 정보같은걸 알 수 있는 모양이였다.
"이런 아이템의 정보를 알 수 있나봐~?"
나는 김솔을 떠보려는 척하며 질문을 던졌다.
"아..뭐 나에게 필요한 소소한 정보정도 알 수 있다고 해두지. 그것보다 이 영석은언니가 들고 있어. 언니가 우리 팀에서 제일 약한것 같으니까. 아저씨들도 괜찮지?"
말하는 싸자지는 없어도 내가 영석을 가지는 것에 앞장서는 김솔이였다. 이거 의외인데? 떠보려는 나를 입막음하려는건지도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 고마운 일은 맞았다. 다행히 나머지 두 사람도 김솔 의견에 동의해주어서 괴수종의 DNA의 영석은 내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영석은입고 있는 옷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였다.
소설 속에 들어와진짜 아이템 다운 아이템을가진 것은 처음이라 설레임마져 느껴졌다. 하지만 그 설레임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극장 주인이 영화의 엔딩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시나리오를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괴수종을 쫒던'주인공'들이 괴수가 죽자,괴수를 없앤 당신 무리로타겟을 변경했습니다.]
뭐야 이러면 끝나는게 아니였어?
대상이 '괴수종'이 아닌 '사람'이 된다면 방금 얻은영석도 당장은 무용지물일텐데..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