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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평범한' 이혼

그는 내가 '유책배우자'라고 했다

by Heana

"난 솔직히 10원 한장 안주고 맨몸으로 내쫒고싶다."


나는 돈을 잘 안쓰고 잘 모아서 경제적인면에서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았다

실제 결혼 2년만에 대출도 없이 첫 집을 샀으니까

(물론 친정엄마에게 몇천을 빌리긴 했지만 그것도 금방 갚았다)

그런면에서 신뢰가 있었기때문에 남편은 나에게 10원 한장도 간섭하지 않았고

그게 결혼생활에 있어 아주 큰 장점이였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큰 빚을 지고 나서는 그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모두가 다 반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했다고 인정받았던 선택이였다

당시 집을 산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여서 애꿎은 주택이 거래가 되지 않을 때였다

대출까지 어려워서 주택은 더더욱 거래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주택의 시세가 낮을 때였음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본이 여유로운게 아니여서 선택의 폭이 넓지않았다

주택은 아파트와 달라서 매매물건도 몇 개 없었고 각각의 주택조건의 차이가 심했다

아이가 다닐 학교에서 큰길을 건너야하는 집이라는건 너무 싫었지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는 나의 입장에서는 '차선'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가게 두개, 우리 가족이 살 안채, 원룸3개, 2층 안채,바깥채 그렇게 구성된 다가구 주택이였다

나는 수학을 했던 사람이라 수치적인 계산이 빨랐다

가게가 꽤 안정적인 업체가 들어와 있었고

세대가다 빠지더라도 가게 월세만으로도 대출을 갚을 수 있는 집이라 선택한 집이였다


내가 그 집을 산 이후로 동네에 계속 호재가 생겼고

내가 낸 대출이 최저금리로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대출이 되자

시간이 지날수록 내 선택에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집은 전혀 관리가 안되어있었기에 추가적인 비용이 계속 발생했다

다행히 월세가 많이 남았고 그 월세를 모아서 집 수리비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제는 왠만한 수리가 다 끝나 집에 더 이상 들어갈 돈이 없는 상황이 되었고

열심히 벌고 월세까지 모아 빚을 갚으며 재산을 축적해날 일만 남은 상황이였다


홀벌이 기간이 길었고 남편은 성실한 사람이였기에 그의 기여도가 큰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똑같은 돈으로도 살림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른 것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 내 기여도도 꽤 크다고 자부한다

특히나 집을 사기로 결정하고 알아보는 과정까지 오롯히 혼자의 결정과 노력이였는데

그는 그 모든걸 인정하지 않았고

우리 부부의 유일한 자산이였던 집 한채.

그 집에서 나오는 월세를 탐냈다


그의 욕심은 당연한 것이였다.

이제는 내가 남이 될 사람이니 10원 한장 주고 싶은 마음도 어찌어찌 이해할만 했다

나의 기여도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도

그래야 나눠줄게 없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당연히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도 아니고 그 긴 시간을.. 인정은 커녕

내가 한 노력 그 모든걸 부정당하고 왜곡 당하는게 고통스러웠다


나는 사실 잠시 아팠다

서로 같이 간 정신과에서 받은 내가 받은 진단은 '순환기분장애'였다

말 그대로 기분이 왔다갔다 한다는건데

내 나이를 보나 내가 호르몬에 예민한 사람인 것을 생각해서나

'갱년기'로 가는 증상이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였다

하지만 왜 '순환기분장애'가 남편에겐 '조울증'으로 둔갑되어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나도 내가 조울증인줄만 알았고

정신과 선생님이 남편에게 나를 계속 관찰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기에

당연히 같이간 정신과 선생님께서 내리신 진단인줄만 알았다

선생님이 나에게 직접 '진단명'을 얘기하지 않은 이유는

조울증은 스스로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 증상이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실제 당시 나는 주변 사람들의 모든 이야기를 튕겨냈다

매우 수용적인 사람이 그 어떤 말도 들어가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 모두가 날 버거워했디

나의 증상은 감정조절이 되지 않은 것이였다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문제는 말이 조절되지 않는 증상으로 나타났고

하지말아야할 말을 남편에게도 시어머니께도 하고야 말았다


고의는 아니였다고는 하나 내 잘못을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난 아픈거였다..

우울증으로 보든 홧병으로 보든 갱년기로 보든

어떻게 보아도 나에게 그런 마음의 병이 온게 이상할 일도 아니였다

하지만 남편이란 사람은 아픈 나를 걱정하고 같이 손잡고 병원을 데려간것이 아니라

내가 '정신이상자'라서 정신병원 입원하기 직전의 상태라고 자기 가족들과 결론이 나있었다

(내 상황의 심각함과 남편의 잘못의 정도를 알리기 위해 이 사실을 밝히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난 단 한번도 왜 그랬냐고 그를 탓하지 않았다

"나 그때 참 이상했다 그지? 빨리 병원을 가봤으면 오히려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텐데..."

갑작이 변한 나로 인해 일시적 '불안장애'가 온 그였기에

내 자신의 변화를 인정하며 오히려 그를 다독거렸다


그런 내 행동의 결과가 그에게서 '유책'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였다.

'니가 감히? 나에게 유책이란 말을 써???'

항상 담으면 안돼는 말을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하는 남편이였다

언어폭력을 일삼는 남편이였다고는 하지만..

'유책'이란 말은 도저히 용서되지 않는 말이였다

그 이후였던것 같다 속된 말로 '눈깔이 돌아갔던게'

'이 인간은 갱생의 여지가 없구나..'하고 완전히 마음이 뒤돌아서버린게


그래 아팠다고는 하지만 내가 한 잘못이 분명 있긴하다

당신도 사람이니까 상처 받은 것도 당연하지

하지만 그 긴 세월동안 당신 잘못을 왜 품고 살았는지 아나??

내가 받은 상처가 작아서?

내가 견딜만한 상처의 크기여서??

아니???

그 모든 아픔과 상처 속에서도 또 품고 사는게 가족이고 부부란 이름 니까


난 그 긴 시간을 당신을 품고 또 품었는데

잠시 아파서 그랬던 나를

당신에게 조금의 생채기를 냈다는 이유로

못 쓸 사람처럼 갖다 버리는 구나

나는 당신에게 그 정도의 사람밖에 되지 않았


"전 잘 못한게 없는데 왜 이런 취급과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름다운 이별이 어디있겠어요. 서로 아무 잘못도 없는데 전재산을 변호사비에 털어넣고 헤어지는 부부도 있답니다. 그리 생각하면 그리 유난한 것도 아닐지도 모르죠. 이별은 원래 그런겁니다. 오히려 부부니 서로 얼마나 잘 알겠어요. 그렇기에 가장 고통스럽게 아프게도 할 수 있는 것이겠죠."

나도 이혼을 겪으며 그제서야 타인의 이혼 이야기가 눈과 마음에 들어왔다

그들의 유난스럽고 별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혼 이야기들을 보자니

'아..나는 아주 평범한 이혼을 하고 있구나.' 하고 깨달아졌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그 말이 진리인 것을 나는 아름답게 끝낼 수 있다고 착각했다

나만 잘하면 결혼생활도 행복할꺼라 착각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나에게 고통을 주고

날 불행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그 사람의 태도는

헤어지는 사람의 아주 '일반적'인 행동이였고

그렇게 나는 아주 '평범한 이혼'을 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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