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하 Dec 15. 2023

부처님이 옆으로 앉아 계신 까닭은?

-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榮州 浮石寺 無量壽殿)

뭐든 알아야 보이는 것이 맞다. 십 년 전, 영주에 있는 부석사를 찾았을 땐 아미타부처님이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무량수전에 계신 부처님이 건물의 왼쪽 끝에 자리하고 계시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보았다. 오~ 여긴 특이하게 부처님이 옆으로 계시네, 그렇네~ 하고 넘어갔기 때문에 그 장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아미타경을 사경한 뒤엔 부처님이 왜 건물 왼쪽에 계시는지 알게 됐다. 다시 부석사에 가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는다. 아~ 내가 만나 뵀던 부처님이 아미타불이었다니 몰라도 너무 모르는 상태로 만나 뵀다. 그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리다니.      


“그 때에 부처님께서 장로사리불에게 이르시기를 여기에서 서쪽으로 십만억불 국토를 지나가면 극락이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에 계신 부처님 이름은 아미타불이시며 지금도 설법을 하고 계시느니라”
(불설아미타경)     


아미타경에 따르면 아미타부처님은 서쪽으로 십만 억불 국토를 지나면 있는 극락이라는 곳에서 설법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부석사 무량수전의 아미타부처님은 서쪽에 자리하고 계시는 것이다. 보통 사찰에 가면 건물의 중앙에 부처님이 자리하고 계셔서 우리가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부처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석사는 다르다. 아미타부처님은 서쪽에 계셔야 하므로 왼쪽 끝에 자리하고 계시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밖에서 보면 옆모습이 보인다.

궁금해서 전국 유명 사찰의 극락전과 무량수전을 위성 지도에서 찾아봤다. 대부분 건물이 남향으로 지어져 있어서 아미타불이 북쪽에 자리 잡고 남쪽을 보고 계신다. 아니면 대웅전에서 서쪽 방향에 극락전을 짓고 아미타부처님을 모시거나? 그러니 영주 부석사의 아미타부처님이 얼마나 귀한가. 교리에 맞게 서쪽에 계시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부석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배흘림기둥이다. 부석사 홈페이지마저 첫 화면에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라고 쓰여 있으니 말이다. 이 말은 부석사 무량수전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보다 그저 오래된 목조건물에 포커스를 두어 미술사적 가치로만 해석하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미타경에 충실하게 부처님을 배치한 곳이라는 걸 알면 그곳에 가서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하고 와야 하는지 보일 것이다. 그동안 계속 말해온 것. 이것만 하면 되는 것 말이다.   

   

나무아미타불.

   


지도를 검색하다가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석굴암 본존불이 서쪽에 자리 잡고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본존불은 석가모니불을 말하는데 왜 아미타불처럼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석굴암에 계신 부처님이 아미타불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한다. 19세기에 중수할 때 보니 미타굴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하고(직접적인 증거자료는 찾지 못했다. 인터넷에 있을 뿐,) 김대성이 전생의 부모를 위해 건립했다는 설화, 통일신라 때 유행한 정토사상 등을 보면 아미타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석가모니불 옆에만 있는 십 대 제자상이 조성돼 있는 점 등을 보면 마냥 아미타불이라고 할 수 없는 듯하다. 이 미스터리는 누가 정리해 줄까나. 언젠가 인연이 있다면 석굴암 본존불의 정확한 명칭이 무엇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      


다시 한번, 나무아미타불.


* 사진출처 : 영주 부석사 홈페이지(http://www.pusoksa.org/)

이전 08화 관세음보살의 손이 많은 이유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