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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하 Dec 29. 2023

다시 태어나기 싫은 이유가 있나요?

- 뉴욕 메트 뮤지엄

뉴욕 메트 뮤지엄에 갔다가 아미타불을 만났다. 중생이 죽으면 아미타부처님이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무수히 많은 화불과 백천의 성문비구대중과 한량없는 천인들과 함께 오신다고 한다. 그 모습을 그린 그림이 일본관에 전시돼 있었다. 아, 내가 죽으면 아미타부처님이 저렇게 마중 나오시는구나 싶었다. 아니, 극락에 보내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친히 오시다니. 그나저나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러 내려오시려면 정말 바쁘시겠다 싶다. 어리석은 중생이 아미타부처님을 걱정하다니 정말 어리석도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관무량수경』을 읽게 됐다. 뉴욕에서 봤던 그림처럼 누군가 죽으면 아미타부처님이 중생을 데리러 오시겠지 싶었는데 아니었다. 무조건 오시는 것이 아니었다! 상품상생부터 중품상생까지는 아미타부처님이 친히 우리를 데리러 오시는데 중품중생부터는 우리의 업력이 모자라서 그런지 직접 오시지 않았다. 그 대신 화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보내시거나 그것도 아니면 선지식인을 보내 나무아미타불을 하도록 가르친 다음 극락에 태어나게 하셨다. 아, 아미타부처님이 무조건 오시는 것이 아니구나.

부처님이 무조건 오시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나서는 이번 생애에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잠시 나의 무수히 많은 윤회가 쌓여서 성적표가 나오는데 이번 생애에 한 번 착하게 살았다고 갑자기 상품상생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까 싶다. 역시 그냥 막살아야겠다. 아니다 아니다. 내가 윤회의 고리를 끊지 못하다가 이번 생애가 마지막 생이라는 것을 알고 아미타부처님을 간절히 생각하고 있는 것도 기적인데 또 다른 기적이 없을 리 있나. 최선을 다해 살자! 이렇게 며칠을 엉뚱한 생각만 했다.

불설아미타경.

그렇다면 극락에 가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관무량수경』의 서분(序分)에는 위제희 부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아들이 자신과 남편을 죽이려고 하자 괴로운 마음에 석가모니부처님에게 말한다. “세존이시여,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토록 악한 아들을 낳았나이까. 원하옵건대 저를 위해 근심과 괴로움이 없는 곳에 대해 설하여 주소서. 미래에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고 나쁜 사람을 보지 않게 해 주옵소서. 저에게 청정한 업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보여주옵소서” 석가모니부처님이 한량없는 불국토들을 보여주시자 위제희 부인은 아미타불이 계신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하니 바른 수행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때 부처님이 세 가지 복을 닦아야 한다며 세 가지 정업에 대해 설하신다. 먼저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받들어 모시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는 등의 십선업을 닦아야 한다. 그다음 삼보에 귀의하여 받들어 모시고 계율을 잘 지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리심을 발하고 인과의 도리를 믿으며 대승경전을 독송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권하면 된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미션인 것 같다.

불설아미타경.

아미타경을 사경 하다가 문득 내가 극락에 갈 것임을 깨달았다. 첫 번째 사경 했을 때도 두 번째 사경 했을 때도 별 느낌을 못 받았는데 세 번째 사경을 하다가 문득 알게 됐다. 내가 극락에 가고 싶은 이유는 위제희 부인과 같았다. 다음 생애에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고 나쁜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았다. 또,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서 오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를 꽁꽁 싸매서 괴롭게 만드는 사슬을 끊을 방법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문득 윤회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니 내가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종교체험이라는 것은 신기해서 어느 날 문득 갑자기 믿게 된다. 혹시, 오늘 너무 괴롭다면 아미타경을 사경 할 것을 추천한다. 처음엔 괴로운 일들만 생각나서 화가 났다가 슬퍼졌다가 억울했다가 한숨만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들이 왜 발생했는지 끊어버릴 수는 없는지 고민을 하게 되고 문득 알게 될 것이다. 나무아미타불만 하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미타경을 사경 할 땐 한문으로 된 것이 아니라 반드시 우리말로 된 것을 사경 하길 바란다. 뜻을 알아야 신구의 삼업이 일치해서 아미타불에 다가갈 수 있으니 말이다. 사경을 하며 아미타부처님을 꼭 만나시길 기원한다. 


이번 생애가 너무 고통스럽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위제희 부인처럼 말이다. 지금 괴로운 것은 우리가 극락을 간절히 염원하게 만들 것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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