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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쉬운 더하기가 왜 안되지?

- 사칙연산, 꾸준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by 재하

초등학교만 가면 아이가 덧셈과 뺄셈을 쉽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누구도 어금니 꽉 깨물고 받아 올림과 받아 내림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사실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아니면 우리 애만 이렇나?

아이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녔던 남자아이가 여섯 살의 나이에 세 자릿수 덧셈도 척척하길래, 우리 아이도 어느 순간이 되면 세 자릿수는 잘 모르겠지만 두 자릿수까지는 아주 쉽게 더하고 뺄 줄 알았다. 아니었다. 아이의 연산이 시작되면 나는 도를 닦는 심정으로 임하다가도 결국엔 폭발하고야 말았다. 아이는 몸을 흔들며, 울기 시작한다.


“이게 왜 4지? 이게 왜 6인 거야아~”

1학년 여름방학이었다.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특단의 처방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바보 같은 엄마는 양치기를 선택했다. 구몬 A단계를 몽땅 시켜서 여름방학 동안 풀게 한 것이다. 말이 여름방학이지, 겨울방학 석면 공사를 앞두고 겨울방학 일수를 늘리기 위해 여름방학을 대폭 줄였다. 그냥 짧은 휴가랄까. 열흘 동안 아이는 하루 한 권씩 덧셈과 뺄셈을 풀어댔다. 하루 한 권씩 풀었는데도 여름방학 안에 다 못 풀어서 여름방학 전부터 후까지 미친 듯이 풀었다.


안 풀면 엄마한테 혼날 것 같으니 억지로 앉아 푸는 것이 보였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는 400페이지의 연산을 다 풀었고 상장을 받았다. 엄마가 주는 상장이었다. 내용은 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구몬 A단계를 완성해서 장하다는 것이었다.


연산 실력은? 엄청나게 늘었다! 여름방학 동안 연산에만 투자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연산을 즐겁게 하도록 만드는 것엔 참패한 것 같다. 그게 좀 후회스럽다. 그렇게 겨울방학이 왔다. 구몬 B단계를 시켰다. B단계는 확실히 어려운지 아이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진도가 문제가 아니었다. 받아 올림과 받아 내림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한 문제도 맞힌 것이 없는 페이지도 있었다.


일의 자리와 십의 자리를 설명하고 일의 자리에서 숫자를 더했는데 십 이상의 숫자가 나오면, 십의 자리로 받아 올려줘서 계산해야 한다는 내용을 30번은 얘기한 것 같다. 아~ 한계가 온다. 혹시 내가 수포자라서 아이에게 쉽게 가르치지 못하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연산을 풀던 아이가 유레카를 외치며 나한테 뛰어왔다.


“엄마! 나 1을 왜 올리는지 알았어! 1은 십이야!”

“?????”


일의 자리에서 십 이상의 덧셈이 발생하면 십의 자리로 하나 올린다고 그렇게나 말해줬건만, 내가 아무리 설명한들 소용이 없었나 보다. 아이가 깨달을 수밖에. 아이의 깨달음 사건 이후로 받아 내림의 원리는 저절로 깨쳐졌다. 문제는…. 13에서 7을 빼는데 7에서 3을 먼저 빼서 4라고 당당히 쓰고 십의 자리에 있는 1을 쭈~욱 내려준다. 그리곤 답을 14라고 당당히 적어놓았다. 아니, 13에서 7을 뺐는데 어떻게 처음 숫자보다 큰 14라는 답이 나올 수 있는 건지 신박하기가 티브이에 나올 정도다.

내가 초등수학만 미친 듯이 검색해서 그런지 알고리즘을 타고 초등수학과 관련된 인스타 계정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 날이 있었다.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릴스가 있는데 우리 아이가 했던 실수를 똑같이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해당 계정 수학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저지른 실수를 적어주면서 이렇게 푸는 아이들이 많다고 이건 개념이 잘 안 잡혀서 그렇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리고는 마이쮸를 집어 들더니 마이쮸로 계산하는 방법을 보여주셨다. 아, 우리 애만 이런 게 아니군? 나도 마이쮸로 얘기해 줘야겠군?


"마이쮸가 15개 있는데 쟤가 6개 달래, 어? 근데 낱개가 5개밖에 없네? 그럼 어떻게 해? 10개 묶인 마이쮸를 까서 하나를 줘야겠지?" 정말 별짓을 다 한다 싶었으나 아이가 바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내가 아이를 가르치면 안 되는 것인가. 나는 설명을 정말 못하는 것인가! 이제라도 수학학원에 보내야 할지, 개념이 너무 안 잡혀서 단체로 있으면 문제점이 발견 안 될 수도 있으니 과외를 붙여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며칠 뒤,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 왔고, 돗자리에 삼삼오오 모여 엄마들과 아이들 구경을 하다가 내가 물어봤다.


“혹시 아이가 연산 잘하나요? 저 연산 때문에 미치겠거든요.”


여러 엄마에게 물었는데 모두 우리 아이 같은 상황이었고 좋아한다는 아이는 딱 두 집만 만났다. 그렇다! 잘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연산을 잘하는 아이의 엄마들은 아이가 연산을 잘한다고 말하지 않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수학을 어떻게 하면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은 여태 풀지 못한 문제다. 이 비밀만 풀면 내가 수포자가 된 이유도 알 수 있을 텐데…….

시간이 흘러 흘러 2학년 1학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젠 곱셈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구구단! 아~ 구구단! 문제의 구구단이라는 과제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서 이번엔 EBS의 문을 두드렸다. EBS에는 친절하게도 구구단을 외우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무료로 올라와있다. 2단을 외운 뒤, 5단을 외우고 그다음은 3단부터 차례대로 나가는 방식이다. 그냥 순서대로 외울 뿐만 아니라, 원리를 설명해서 랜덤으로 툭 물어봐도 나올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방식이다. 구구단은 EBS 선생님만 믿습니다!!


사칙연산의 고통과 희열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래도 아이가 매일매일 꾸준히 적당한 양의 연산 문제를 풀고 실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연산이 끝이 아니라는 것... 우리에겐 연산 말고도 수많은 단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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