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사 공부, 저학년은 사실 어려워요.

- 가볍게 자주 노출 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by 재하

아~ 드디어 나의 전공 한국사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한국 역사를 전공했던 사람이라서 역사 공부만큼은 아이에게 잘 시켜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목동에서 중간, 기말고사 직전 하루 만에 짚어 주는 사회 과외도 해왔던 터라, 어떻게 하면 평소에 한국사나 사회 과목에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30점 맞던 학생이 나랑 3시간 공부하고 나서 사회 과목을 90점 맞아 왔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당 학생은 리터니였는데 스스로 하려는 자세도 갖추고 있어서 그랬다.


아무튼. 그건 옛날이야기고. 이젠 우리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에 가기 전부터 박물관과 미술관, 유적지에 자주 노출되었다. 이유는? 내 직업이 직업인지라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아이가 이순신 장군을 배운 것은 아산 현충사와 여수 진남관에서다. 큰 칼을 보고 이순신 장군을 배우는 것은 간접적인 자료로 배우는 것과 차이가 크다.


아이가 현장에 가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서 진품을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도 크다. 우리 딸은 빈 센트 반고흐 레플리카 전을 한국에서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고흐가 얼마나 슬픈 인생을 살았는지 그 우울함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했는지 듣고 집에 와서 고흐의 여러 작품을 찾아봤었다. 그 뒤, 나의 미국 출장길에 따라오게 된 딸은 고흐의 진품을 여러 작품 보게 되었다. 아이가 수많은 진품 속에서 고흐의 작품을 콕 집어서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것, 진품으로 봤을 때 유화의 입체감은 어떠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그 뒤, 아이는 서양 미술 작품을 보고 그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백제 금동대향로도 그렇다. 우리 집에는 백제 금동대향로 레플리카가 있다. 향로 속에 향을 피우면 향로 사이사이에 있는 구멍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그것을 보고 나서 국립부여박물관에서 금동대향로를 보면 느낌이 다르다. 그저 예쁜 향로여서 좋다는 막연한 느낌과는 달리, 향로는 제사를 지낼 때 향을 피우는 용도로 쓰이고 어떤 모양들이 향로에 구현되어 있으며,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아는 것이다. 이것은 공부를 할 때 구체적으로 아는 힘을 길러준다. 교과서에서 불교와 유교, 도교 사상이 드러난 공예품으로만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게 문화유산과 미술작품에 노출된 아이는 한국사 문제집을 보고 공부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했던 공부와는 다르게 이번엔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달달달 외우게 해서는 안된다. 저학년 때는 시간의 흐름만을 파악하는 수준으로만 가르치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구석기시대를 가르쳐줄 때는 연천 전곡리에서 캠핑했던 추억도 필요 없다. 그건 현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가르칠 때는 그 시대에 온전히 들어가서 가르쳐야 한다. 뗀석기는 바위에서 뚝~ 돌을 떼어 내서 뗀석기이고 그 당시에는 농사를 짓지 않아서 조개를 수집하거나 열매를 따 먹어야 했다는 점, 열매를 다 먹게 돼 버리면 다른 동네로 가서 그곳에 있는 열매를 먹어야 했다는 점 등이 더 중요하다. 신석기의 경우, 이제는 돌을 갈아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농사도 지을 수 있어서 정착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 농사를 짓고 나서 수확한 것을 담을 토기도 필요했다는 점을 가르쳐주면 된다. 이렇게 배운 뒤, 구석기와 신석기를 비교하며 다시 설명해줘야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는 뿌리 깊은 초등국어 독해력 한국사 책으로 공부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2학년이 공부하기 어려운 책이다. 그래서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최대한 이야기로 풀어서 설명해줘야 한다. 선사시대와 역사시대가 그렇고 석기라는 단어부터 한자를 모르면 안 되기 때문에 한자도 직접 써주면서 가르쳐야 한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스토리가 있는 글들이 전면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뭐든 이야기로 들어야 흥미롭기 때문에 이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글의 양이 독서를 열심히 하지 않은 저학년들이 마주하기엔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 책으로 공부하려면 엄마가 열심히 읽어주고 단락마다 엄청 열심히 설명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


“이건 정말 어려운 개념이야~ 그래서 지금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많을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우리는 뗀석기와 간석기를 구분할 수 있잖아? 그건 우리가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거야~”라고 응원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뗀석기와 간석기, 구석기와 신석기, 주먹도끼와 반달돌칼 등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모른다. 만드는 방법과 시기, 용도에 따라서 이름을 구분한다고 여러 번 설명해줘야 한다. 안 그러면 구석기시대에 뗀석기가 만들어지는데 대표적인 유물로 주먹도끼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사실 저학년에겐 어렵다! 그러니, 어떤 용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여러 번 말해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해돼야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우리나라에서 발굴돼 학계의 판도를 어떻게 바꿨는지 설명할 수 있고, 어디에서 발견됐는지 지도에서 고를 수 있으며, 이게 왜 중요한지 골라낼 수 있다.

더 중요한 사실! 한국사는 고학년 때부터 시작해도 된다. 그러나 저학년 때 어느 정도 개념을 들어두면 고학년 때 복습하는 것이 되어 조금이라도 쉽게 역사 과목과 친해질 수 있다. 역사 과목은 암기해야 할 한자 용어가 너무 많으므로 어릴 때 조금이라도 들어두면 고학년 때 역사 용어를 쉽게 외울 수 있다.


내 이야기를 듣고 구석기와 신석기는 어찌어찌 가르쳤는데 청동기에서부터 벽이 느껴져 역사 공부를 포기하는 집이 있을 것이다. 정말 어려운 부분은 청동기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권력의 발생이라는 개념을 초등학교 저학년이 알 리가 있나. 괜찮다. 우리에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이라는 노래가 있지 않은가? 단군왕검은 왜 중요한지, 홍익인간은 무슨 의미인지 노래를 부르면서 가르쳐주면 된다. 그 정도까지 노출하는 것이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안성맞춤이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는 초등학생이라면? 건국신화를 새롭게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나는 토끼띠라서 토끼가 풀을 뜯으러 뛰어다니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옥황상제의 아들에게 반해 그와 결혼해서 씩씩한 아이를 낳고 나라를 건국했다는 토끼 부족의 이야기를 지어서 아이에게 들려줬다. 우리 아이는 자기가 원숭이 띠라고 원숭이 부족이 어떻게 나라를 세웠는지 열심히 지어냈다. 하지만 아직 작문이 서툰 아이라서 글을 완성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원숭이 부족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신석기시대를 배운 후에는 움집 인테리어를 시켜봐도 된다. 구석기 용품은 빼고 신석기 유물로만 움집 안을 꾸미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구석기와 신석기를 구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사는 저학년이 배우기 확실히 어렵다. 만약 체계적으로 시간의 순서에 따라서 아이를 가르치기 힘든 상황이라면, 단편적으로 알려줘도 된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까지만 알아도 사실 기특한 나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한국사 공부를 시작했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다면 저학년 때는 포기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 시간에 경복궁이나 첨성대를 가서 즐겁게 보는 것이 아이에게는 훨씬 기억에 남는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한국사 공부를 포기하고 싶다면? 포기하자!

keyword
재하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669
이전 04화한자 자격증, 딸까요? 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