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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Mar 11. 2024

반려 동물은 아니되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살아가면서 그 을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내 딸년도 지 자식이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똑똑하다며 숨넘어가듯 떠들어대면  난 입을 다문다.

생전 안부전화는커녕 톡도 씹고 있다가 손자 녀석 사진을 묶음으로 따다닥 보내올 때는 은근히 부아가 난다. 

너도 며느리보고 나이 먹으면 내 맘 알 거다 하며.


입주민 중에 문제가 있었던 건 20대의 사회초보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 나이에도 어른보다 더 성숙한 이들도 있었지만ㅡㅡㅡ


나도 반려견을 키우지만 작은 원룸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쉽지 않다. 

관리를 못 하면 집 안에 배변냄새가 찌들어 벽지까지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아주 주먹만 한 작은 포메를 키워도 되냐고 어온 청년이 있었다.

포메의 눈빛이 너무 맑고 예뻐 주변에 항의만 없다면 좋다고 했다.


하지만 견주가 근하는 종일 내내 아기강아지는 끼깅대며 울었다.  소리가 너무 작고 힘없어 애처롭기까지 했다.

견주가 야근이라도 하는 날, 먼저 퇴근한 이들이 어디서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는  연락이 오면 내 가슴이 더 콩콩거렸다. ㅡㅡㅡ


할 수 없이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집을 계약할 때까지만 있기로 하고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른 입주자는 한바탕 험한 말이 오고 간 후에야 이사를 했다.

 

커플이 우리 집에 온건 이른 봄이었다.

한 소대 정도의 친구들이 몰려온 것도 이사 온 첫날이었다.


처음엔 이사를 도와줬으니 집들이 겸 저녁을 먹느라 시끄러운가 보다 했다. 사실 원룸에서 집들이를 하는 건 첨 봤지만.

밤 10시가 지나고. 11시가 지나고 여기저기서 시끄러워 잘 수 없다는 전화가 왔다.


늦은 시간까지 과하다 싶어 찾아갔더니 조금 있으면 끝난다고 해서 되돌아왔지만 밤 12시가 넘어서는 더 크게 들려왔다.

마치 넌 떠들어라 난 안 들을 테다. 하는 것처럼.

시끄러워서 그런지 전화도 받지 않아 두 번째 방문을 했더니 화를 벌컥 냈다.


내가 얻은 집에서 내가 떠드는데 뭔 상관이냐며 현관문을 닫는데 그 뒤로  한 마리가 보였다. 잘 생긴 비글?

다시 그 개는 뭐냐고 묻자 친구 중 한 명이 데리고 다는데 돌아서는 느낌이 싸하다.


일단 믿기로 했지만 혹여 개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쫑긋거리곤 했.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ccㅡtv를 며칠 돌려본 결과 남자가 차에서 개를  데려온 후 나가는 걸 보지 못했다. 들고 나는 친구  누구도 개를 데리고 나가는 게 보이지 않았다.


거의 일주일치를 돌려본 후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가끔씩 나도 adhd기질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멀티를 하지 못하고 한번 꽂히면 밤을 새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중간에 손을 놓지 못한다.


삼천포로 빠졌지만 첫날의 집들이 소란으로 감정이 안 좋았던 것도 한몫을 차지한 거 같다.

개가 있다, 없다로 실랑이를 벌이다 ccㅡtv캡처를  들이밀고서야 간신히 계약해지를 했다.

좋지 않게 끝내다 보니 내부점검을 못하고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고 보증금을 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보니 개는 위층에서 길러 소리가 잘 안 들린 거였다. 데크엔 개 사료가 물에 팅팅 불어 있었침대의 매트리스는 온통 배변으로 얼룩져 버려야 했다.

이사를 간 후 비용을 청구한다 해도 보증금이 이미 반환되었으니 소용도 없고.

아휴~~~ 작정하고 거짓말하면 정말 난감하기만 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손해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이 업을 10여 년 이상하면서 가장 선호하는 이는 중견 직장인이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본사로, 파견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임차생활의 가이드라인을 말하지 않아도 잘 지켜준다.

웬만한 건 알리지도 않고 알아서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첫 임차를 하는 이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입틀막 하다가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알아서 해주세요" 하곤 비번도 알려주지 않고.

집에 있는 저녁시간엔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방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아! 됐고 알아서 해달라니까요?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라며 요구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법 623조의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차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임대인의 역할에 대한 법도 있지만,

반대로 민법 제651조와 615조의 임차인의 의무 중, 입주 시의 상황으로 임대인에게 돌려줘야 할 의무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


임차인의 과실이 아닌 하자라도 처음 발생 시 곧바로 임대인에게 연락해 최대한의 손실음 막아야 할 책임이 임차인에게 있다. 내 집 아니니 나 몰라라 할 경우엔 임대인의 수리의무가 있어도 시일을 늦춘 잘못을 물어 임차인이 수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 발생 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하자를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는 거주 임차인이 관리소홀로 보고 그에 따른 수리비는 임차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수리를 한다고 임차인의 허락 없이 내부 진입을 한다면 주거침입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의 관리의무가 중요한 부분이다.


다른 이는 어떤지 몰라도 나 같은 경우는 입주 전 공실상태를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둔 뒤, 입주임차인과 공유해서 최대한  분쟁이 일어나지 않게 노력한다.


그래도 가끔씩 얼굴 붉힐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말이다.






정서적 교감을 얻으라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대 찬성이다.

요즘은 실내에서 키우는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태반이지만 실제 그 여건은 쉽지 않다.


퇴실할 때 도배나 장판을 해 준다 해도 특유의 냄새는 벽에 스며들어 쉽게 빠지지 않고, 짖음으로 주변인에게 폐를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위안을 얻으려 퇴근 후 잠시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반려견은 종일 빈방에서 견주 퇴근할 때까지 눈 빠지게 기다리며 불안해하는 걸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반려묘는 모래 뒤처리가 만만치 않아 조심한다 해도 툭하면 배수구가 막혀 버리니 이 역시 폐단이다.

이런 환경조건들이 어려워 파양 하거나 유기동물로 떠돌게 하는 이유로 발전할 수 있으니 작은 원룸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신중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나도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이다.

제발 사과박스나 품에 넣어 몰래 데리고 왔다가 서로 얼굴 붉히고 헤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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