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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Apr 26. 2024

14년 차 임대인인데 사기를 당했습니다.

속담에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하고, 도둑이 들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고 했다.


주택임대를 10년 이상 하던 나도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


눈이 삐어서 그랬는지 내 팔자인지는 몰라도 당시엔 그 부동산에 흠이 많음을 알면서도 계약을 해버렸으니... 손가락질받아 마땅하지만 변명조차 할 수 없음이 더 괴롭기만 하다.


현재가 너무 고통스러워 우울증 약을 십 년 가까이 먹고 있으면서도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갈 거야' 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하곤 한다.



'맞아, 부동산엔 임자가 있어 집을 보러 온 사람은 계약하지 않는데 같이 따라온 사람이 계약하는 경우도 있잖아?' 하면서


욕심이 많으면 화를 당한다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지만, 하는 일마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치고 있었고, 부모님 덕분에 사촌들이 가지 못한 대학도 갔고 번듯한 직장도 가졌었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60이 넘도록 보장된 직장에다가 해마다 호봉은 오르고, 한 달 봉급을 홀라당 다 써버려도 다음 달이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통장에 다시 꽂히니 기본생활은 할 수 있으니, 인생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8년마다 도지는 권태기였는지, 그 해는 유별나게 맘고생을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정년 12년을 남기고 가족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아니 앞서 가는 동기나 선배들에게 의논 한 마디 하지 않고 덜컥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리고 퇴직을 했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같던 내 인생은 끝났다.


고정적인 봉급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월세도 꼬박꼬박 들어왔으니 항상 그렇게 지낼 줄 알았다.


시모가 물려준 150평이 넘는 단독주택과 내 명의 아파트도 있었고, 신축 주택까지 대출은 땡전 한 푼 없었기에 모두들 대출 없이 그렇게 부동산을 사고파는 줄 알았다.


찬물을 마시고도 이쑤시개를 사용하는 허세 많고 자존심 강한 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에, 남의 집 전세를 전전해도 은행 빚을 쓰면 큰 일 나는 줄 알았기에 나 역시 세상을 그렇게 살아왔었다.


문제가 된 것은 시모에게 집을 물려받으며 내 명의 재산은 그저 중간다리에 불과하고,


시모처럼 나도 자식들에게 무언가 한 가지씩 명의를 해 주는 게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재벌 아니 사장도 아니면서 자식이 셋이나 있다. 으흥~~~


막내를 낳을 때가 남편이 40대 중반을 넘어섰으니, 막내가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에 가면 자신은 70이 넘어 아이들을 케어하기엔 너무 었다면 은연중 내가 포기하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만 낳아 잘 기르자는 나라의 캠페인을 무시하고 자식도 셋이나 낳았다.


하나를 낳으니 외로울 것 같아 둘을 낳았고, 둘을 낳으니 싸우면 누군가 중재를 할 형제가 필요하다며 삼발이처럼 든든한 균형을 잡아주고 싶은 마음에 셋을 낳았다.


외둥이로 자란 내 허전함을 아이들에겐 형제간의 우애를 알려주고도 싶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는 천 원만 줘도 배꼽 인사를 하더니만, 머리가 크니 만원도 오만 원도 시큰둥할 만큼 머리가 커 버렸다.


항상 아이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보며 무언의 압박을 받았고, 친정 부모님도 연로하시면서 생활비에 병원비까지 어깨는 점 점 무거워지면서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대출을 받으면 큰 일어나는 줄 알았지만 일찍부터 돈 맛을 알게 된 머리 큰 아이들은 대출을 받아 현명하게 굴려야지 그러지 못하는 게 뒤쳐진, 사업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지들끼리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은연중 무능한 엄마로 비치는 게 싫어졌다.


그리고 광고지만 보고 덜컥 부동산을 계약하고 말았다.

중개인이 추천했을 때 싫다고 돌아선 곳이었는데... 그 순간엔 판단력을 잃었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나 자신을 나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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