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광화문,원남동,정독도서관,덕수궁,인사동
*2020년 6월 1일/성북동
가슴이 답답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쳤다.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잠에 들기 전, 간절함을 담았던 기도들은
잠을 자는 동안 홀연히 사라져 아침이 오면 죄책감과 무력감으로 돌아와 내 눈꺼풀을 짓누른다.
어제 너의 결심이나 바램들은 이미 산산조각 났어.
넌 뭘 해도 안될거고 너에겐 희망이 없어.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면
그제서야 눈을 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아니 어제보다 조금 더 나빠진 하루를 흐린눈으로 바라본다.
나는 누구이며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는가,
좌절이란 터널에 다시 좌절이란 터널을 뚫고 연결해 끝없이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데, 웃어야 복이 온다는데,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것들, 안해본 거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다.
긍정적인 생각의 끝은 자꾸만 내 합리화로 이어졌고,
생각 없이 웃어본 적도 있었으나 그것은 쓴웃음이어도 웃음의 형태로는 내게 돌아오지 못했으며
생각하는대로 살려고 해봐도
자꾸만 불쑥불쑥 나타나는 생각지도못한 불행들을 처리하다 보면,
내가 딛고 있는 현실을 버티다 보면,
‘생각을 한다’는 행위는 죄책감을 불러와 내 삶에서 점점 멀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생각하는 대로 살려고 노력할 수 있는 것도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고.
지나치게 단순하고 해맑고 긍정적이며 잘 웃어 넘기고, 금방 털어내는 것도 나지만,
어느 한 순간 이렇게 지독히도 부정적이고 모나고 비뚤어지며 무기력한 나도 나였다.
어두운 매일에, 내 앞에 놓인 건 어둠보다 더 어두운 터널뿐이었으므로,
나는 계속해 어두움으로 들어가거나, 어두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외롭고 무섭고 두렵다.
산다는 건 누군가의 말처럼 전쟁이다.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 전쟁.
부정적인 감정을 매일 맨몸으로,
아니 상처입은 마음으로 받아내야 하는 노동을 감내하며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무관심과 고독 속에서 나를 지켜야 한다. 사라지지 않으려면.
어두움에서 꼭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물러도 좋다.
어둠에서 나간다고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되거나,
다시 들어올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어둠의 동굴은 닫혀 있지 않으니까.
누가 어둠으로 넣은 것이 아니라 내가 들어왔기에,
나가고 싶다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
내가 나가고 싶다면.
어둠에 그저 머물던 어느 날,
거울 속 내 모습이 너무너무 낯설어 도무지 내가 있는 지금이 진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던 어느 날,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 괴로웠던 어느 날,
나는
결국 돌고 돌아 나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나를 알아야만 한다. 아니 알아줘야만 한다.
이 세상에 나 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적어도 나는 알아야 한다.
내가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나는 어둠에서 나가고 싶은 사람이었다.
내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고 싶은지에 대해 알고 싶다고,
내가 나를 잊거나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오랜만에 해보는 결심 같은걸 머금고 다시 거울을 본다.
내가 모르는 지금의 내게, 내가 되고 싶은 언젠가의 나를 보내며.
_2014년 어느 날 쓴 글을 2020년에 격하게 공감하며 읽는 내 모습이 참으로 섬뜩하다고.
*2018년 10월 2일 / 광화문
결국 돌고 돌아 원점이다.
난 다시 괜찮아 질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젠가 본 전시에서의 한 구절이 머릿속을 뱅뱅 돈다.
'아픈 상처는 기억속에서 다르게 진화될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
난 아직도 당연히 잊을수도 지울수도 화가 나지 않을수도 억울하지 않을 수도 없다.
순간순간 다르게 다독이고 있었을 뿐.
이 구절때문이었다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맘껏 소리치고 울고 싶다.
그런 날이다.
*2017년 10월 28일 / 원남동
온 몸이 메말라가고 있는 느낌이다.
기쁨과 행복과 즐거움 같은 긍정의 물이 거의 빠져나가 버석버석 온몸이 갈라지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이 버석거림에서 벗어나려 또 바득바득
얼마 남지 않은 긍정의 물을 짜낸다.
그 물은 그냥 그대로 빠져나가고, 버석거림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다.
더 이상 긍정의 물을 퍼올릴수도 짜낼수도 없는 한계에 도착했고. 난 너무나 메말랐다.
*2016년 2월 26일 / 정독도서관
잠에서 깬다.
망상과 공상.그리고 가 닿기 먼것같은 이상때문인지
나는 지독하게도 고독하고 무섭다.
저쪽 구석 어딘가에서 몸을 구겨넣고 어깨를 떨고 있는
날.
알아주길 바라는 허황된 꿈을 자꾸만 꾼다.
그래서 자꾸.잠에서 깬다.
꿈을 놓지말자.는 말을 좋아한다.
그럼 내게도 자격은 있는것일까.
캄캄해보이기만 하는 잃어버린 길 한복판에서있는 내게도
만날수있고말할수있고마음을놓아둘 수 있는 순간을
꿈꿀 수 있는 자격이.그리고 놓지않고 꽉 잡아
진짜.가 되는 시간을 가질 자격이.
*2015년 8월 20일 / 덕수궁
나는 거의 모든 일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 정말정말 노력한다.
그건 내가 내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아서이기도하고
그럼에도 갖게 되는 넘치는 욕심이 부끄럽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하고.
좀 더 들어가면
내 인생에서 내가 기대하고 바라던 일들이 내 상상대로 바램대로 실현된적이 없었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일들을 평생 겪다보니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것이
기대 후 받는 상처를 벗어나려는 노력보다는 낫겠다 싶었나보다.
눈물이 날만큼 간절했던 일이 또 좌절된오늘.
이곳에 앉아 한참을
하느님 미워요.내 인생 싫어요.왜 나는 늘 되는일이 하나도 없지.
결국 또 이 곳에서 혼자. 어디로 가야할까. 그냥 다 끝내고 싶어요 등등의 못된말만 늘어놓다가,
준다고 하신적 없는데도 얌체처럼 매달리면 되겠지 했던 내 기도들이 부끄럽고
자신감이 아닌 나태함과 자만심에 괴롭고
그리고 이렇게 또 다시 나를 미워하게 되려는 나때문에 또 아프고.
무엇보다 나는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지금이
커져만 가는 꿈과 반대로 깜깜하고 갑갑한 지금이
나도 나를 안아줄 수가 없는 지금이
나를 안아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지금이
너무 슬프다.
_2015년 어느 날 쓴 글의 슬픔을 지금도 너무 잘 알겠어서 다시 슬퍼지는 날
*2012년 11월 / 인사동
걱정을 온얼굴에 담고 여느때처럼 거리를 휘젓던날.
늘 지나치는 길에 오랜시간 있었던 곳인데
이날은 멈춰진 발걸음에 오래도록 불이 나갔다 다시 들어온 간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무엇이걱정인가.
머시꺽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