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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Dec 01. 2024

#15.눈 들(1)

*2015/1월/창경궁

새로운 누군가를 마주해

내가 아닌 것 같은 얼굴로

내것이기도하고 아니기도 한 이야기를 하고

평소보다 물을 더 자주 마시고

커피 속 얼음을 헤집다가

다시 물을 마시고

고개를 숙여 다음 이야기를 생각하는것을 반복한 하루는

너와의 처음이 생각나 추위보다 나를 더 떨게하는

힘든 상실감이 온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고.



*2017/1월/창경궁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누구인지 모를뿐더러

궁금하지도 않은 나는

까치발을 들고 엄지발가락으로만 간신히 버틸 수 있을만큼 작은 점 위에 서있는 듯 해.

알면서 또 덧없는 투정을 하는 내가 참 낯설어

아니,

부끄러워

꽁꽁 숨어버리고 싶다고.


*2017/1월/혜화동

가만히 멈춰있는 듯 해도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진다고,

모든 것들은.


*2017/1월/삼청동

정말 이제 내게는 불행을 제외하고는 내가 모르는일은 일어나지 않을까?

어쩐지 고개가 저어진다.

내가 아는일은 무엇이고 모르는일은 무엇일까

수십해 넘도록 나를 알고자 하고 있지만,

점점 더 어렵고 모르겠어서 자꾸만 힘이 풀리는 걸.

그런날은 눈에 기댈 수 밖에_


*2017/1월/정독도서관

서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는

마음껏 나일 수가 있지_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문득 내가 상상한것은 한번도 현실이 되지 못했다는 걸 기억하고

상상도 상상하지 못하는 나를 만들었네.

내가_


*2018/1월/창경궁

파도같다,눈.



*2019/2월/정독도서관

해가 지기 전 하늘과 구름과

손에 스치는 바람과

눈앞을 환하게 비추는 눈과

차가운 공기에 섞인 어떤 냄새가

유독 그 날 그 곳의 그 시간에 서있던 나의

팔과 다리를, 눈과 입술을, 심장박동과 심장소리를,

기억해 나를 찾아온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정말 나였는지,

정말 그 시간의 그 모든것들이 정말

정말

정말 내 것이었던 순간이 맞는지,

애를 써 생각해봐도 자꾸만 꿈 같아서 몇번이나

눈을 비비던 날이었다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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