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3/뉴욕 JFK 공항
혼자 떠난 50일의 뉴욕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탑승수속을 기다리던 JFK공항 한켠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며
무언가와 이별하던 날이었지.
*2008.12.03/을지로입구
반짝 가까웠던 사람과
반짝이던 서울 거리를 걸었던 날이기도 했구나.
*2011.12.03/청담동
다이어리의 월간 계획표처럼
누군가와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납니다만
그날의 내 마음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하며 살았는지 몰라
지금에서야 이렇게 궁금해하는걸요
*2012.12.03/한남동
새로 생긴 맛있는 피자를 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좋은 날들이었겠구나-
2024년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찾는 피자가게가 그 자리에 여전히 있어준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는걸.
*2014.12.03/창경궁, 원서동
10년전에는 눈이 내렸구나.
나는 여전히 눈오는 날
궁을 걷고
궁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으로 머무르고있다.
*2015.12.03/혜화동
파도처럼 쏟아진 늦가을의 흔적을 남겨두길 잘했네 그때의 나.
*2016.12.03/광화문
나는 광화문에 있었다.
계엄문건과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났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지.
대단하지 않아도 큰일은 못해도
그곳에 서있기는 해야할 것 같았다.
여덟해가 지나 무슨일이 일어날지 짐작도 할 수 없었던 우리들.
*2017.12.03/명동, 창덕궁
초겨울의 서울을 담기위해 부지런히 다녔던 날들.
*2018.12.03/경복궁
12월의 처절한, 그래서 빛나는 단풍을 잊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2019.12.03/삼성동
십이월 아침
평소 자주 가지 않는 동네를 걷고
작고 아담한 찻집에 들러
좋아하는 차를 조르르-천천히 따라 마시고
다알콤한 스콘과 마들렌을 한입씩 번갈아 맛보며
따뜻하고 다정한 책을 읽는
벅찬 시간을 내가 내게 주었었구나.
그날의 기억보다 그날의 내 마음이 지금도 선명한걸보면.
*2020.12.03/성북동
전혀 기억 나지 않는 순간을 이렇게 불쑥 마주하는것도
다행이지뭐야.
*2021.12.03/성북동, 혜화동
꽃과 하늘과 달을 보고
좋아하는 (지금은 사라진) 서점에 들러
책들이 말을 거는 소리에 천천히 귀를 기울이고
첫눈에 반한 인형을 만나 함께 집에 왔던
충만하고 귀여운 날이었었구나.
그런날이 이때의 내게도 있었었구나.
*2022.12.03/와룡동, 혜화동
여전히 지나치지 못하는 것들_
*2024.12.03/압구정동, 성북동
유독 해가 진하고 뜨겁고 날카로워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춰 한참을 담았던 날.
그저 지나치던 건물의 창에 비친 겨울산이 유독 눈에 밟혔던 날
반짝이는 밤의 마을을 나무가 지켜주는 듯 해 유독 울컥했던 날.
하지만
이럴줄은 정말로 몰랐던 날.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절대 잊을 수 없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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