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월/창경궁
새로운 누군가를 마주해
내가 아닌 것 같은 얼굴로
내것이기도하고 아니기도 한 이야기를 하고
평소보다 물을 더 자주 마시고
커피 속 얼음을 헤집다가
다시 물을 마시고
고개를 숙여 다음 이야기를 생각하는것을 반복한 하루는
너와의 처음이 생각나 추위보다 나를 더 떨게하는
힘든 상실감이 온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고.
*2017/1월/창경궁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누구인지 모를뿐더러
궁금하지도 않은 나는
까치발을 들고 엄지발가락으로만 간신히 버틸 수 있을만큼 작은 점 위에 서있는 듯 해.
알면서 또 덧없는 투정을 하는 내가 참 낯설어
아니,
부끄러워
꽁꽁 숨어버리고 싶다고.
*2017/1월/혜화동
가만히 멈춰있는 듯 해도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진다고,
모든 것들은.
*2017/1월/삼청동
정말 이제 내게는 불행을 제외하고는 내가 모르는일은 일어나지 않을까?
어쩐지 고개가 저어진다.
내가 아는일은 무엇이고 모르는일은 무엇일까
수십해 넘도록 나를 알고자 하고 있지만,
점점 더 어렵고 모르겠어서 자꾸만 힘이 풀리는 걸.
그런날은 눈에 기댈 수 밖에_
*2017/1월/정독도서관
서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는
마음껏 나일 수가 있지_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문득 내가 상상한것은 한번도 현실이 되지 못했다는 걸 기억하고
상상도 상상하지 못하는 나를 만들었네.
내가_
*2018/1월/창경궁
파도같다,눈.
*2019/2월/정독도서관
해가 지기 전 하늘과 구름과
손에 스치는 바람과
눈앞을 환하게 비추는 눈과
차가운 공기에 섞인 어떤 냄새가
유독 그 날 그 곳의 그 시간에 서있던 나의
팔과 다리를, 눈과 입술을, 심장박동과 심장소리를,
기억해 나를 찾아온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정말 나였는지,
정말 그 시간의 그 모든것들이 정말
정말
정말 내 것이었던 순간이 맞는지,
애를 써 생각해봐도 자꾸만 꿈 같아서 몇번이나
눈을 비비던 날이었다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