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4/명동
카라멜마키아토와 초콜릿무스케이크를 마음껏 먹어도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느끼지 않았던 그때였나보다
몇년을 함께한 휴대전화와 분홍색 통통한 하트 반지는 지금 어디에 있더라 생각에 잠기다 문득
내 맞은편에 앉아 케이크를 함께 먹고 나름 귀여운척 해보는 내 사진을 몇 장이나 찍어주고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던 그녀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_
*2013.12.14/성북동
눈이 오는 날이 반갑지 않던 날들
평소에는 30초면 내려갈 언덕길을
20여분 동안 내려가지 못한적도 있었다
목발을 짚던 엄마와 울며 기어가듯 언덕을 짚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몇 번은 지나쳤을테지만 전혀 알지 못했던 서로서로의 위태로운 걸음을 도와주던 잡아주던 이웃들의 따스한 손바닥의 감촉.
그런 기억들로 슬픔을 짚고 일어선다고_
*2014.12.14/혜화동
꺼져가는 마음을
시들어가는 마음을
태우러 가던 밤들
*2015.12.14/성북동
스무해동안 나만의 비밀공간
잘 있니? 고마웠어 정말로.
*2017.12.14/청담동
12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날들은 대부분
서로의 일년을 안아주고
매일매일을 버텨내 12월의 어느날 우리가 만날 수 있음을 축하하고
늘 곁에 있음을 고마워하는 시간들_
*2018.12.14/이촌동
어린이와 함께하는 연말이 늘어간다.
나의 어린시절을 아는 친구의 아가들이 태어날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에 나를 아는 누군가가 한 명 더 생겼구나.
그래서 너무도 간절히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고.
*2019.12.14/한남동
열여덟의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보면 뭐라고 할까
여전히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뛸듯이 기뻐하겠지?
*2024.12.14/서울
뉴스 속 시민분의 말씀처럼
우리는 정말 잊고 있었지
내 삶의 수많은 12월14일에 내가 차를 마시고 친구를 만나고 하늘을 보고
새해를 기다리며 다짐할 수 있었던것이 당연한것이 아니었음을.
2024년 12월을 아주아주 오래오래 기억해야만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