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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하 Norway Mar 09. 2024

달콤한 나의 벗, 모닝커피에게

고급스럽고 밀키한 브라운 컬러인 너 - 연우 작가님의 글입니다. 

나의 영원한 모닝 벗! 안녕?


우린 조금 전 헤어졌는데. 편지를 받아 당황했을 거야. 요즘 편지를 잘 안 쓰지만, 믹스커피인 너에게는 꼭 쓰고 싶었어. 그동안 품어온 깊은 고마움을 더 늦기 전에 전하고 싶었거든. 서로 말을 나눌 수는 없어도 묵묵히 아껴주는 사이지. 아마 내가 추억을 꺼내기 시작하면 너도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


남들은 네가 해롭다며 멀리하라고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변치 않는 진실한 맛을 지니고 있지. 하얀 거품으로 나에게 관심을 끌려고 하지도 않고, 나뭇잎이나 하트 모양으로 사랑을 갈구하지도 않지. 


언제 보아도 고급스럽고 밀키한 브라운 컬러, 바로 너만의 색깔이야. 커피색의 원조라고 할 수 있지. 독특함을 가졌음에도 결코 너는 내세운 적이 없어. 그래서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인지도 몰라. 그런 너에게도 예민한 면이 있어서 물을 적절하게 부어주지 않으면, 특유의 개성을 잃어서 내가 아주 조심스러워. 물을 조금만 더 넣어도 나약한 맛이 되고, 반대로 조금이라도 덜 주면 갑자기 맛을 강하게 느낄 때가 있어. 그래서 마지막 1~2방울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지.


또 빨리 식지 않도록 찻잔을 세심하게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더라. 책을 읽다가 무심코 잔을 잘못 건드려 행여나 쏟을까 봐 밑부분은 안정감이 있어야 해. 큰 머그잔보다는 잔잔한 꽃이 그려진 중간 크기가 딱 어울려. 아! 손잡이도 중요해.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한데, 잔을 들을 때 그립감이 좋아야 온전히 너와 편안히 만날 수 있지.


나의 모닝 벗! 아까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오려고 해…. 오래전 매일 오전에 책에 푹 빠져 읽던 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니? 너를 내 옆에 잘 두고 나서야 책을 펼쳤지. 그건 나만의 의식이었어. 사실 거기엔 다 이유가 있었단다. 불안과 걱정을 가득 안고 있었을 때라 바로 곁에 너를 두고 있어야 마음이 안정되었거든. 너는 늘 내가 책 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안정감’을 주었어. 내가 독자로 성장한 건 너의 공이 정말 커. 첫 모금은 얼마나 달달한지. 한 모금만 홀짝 마셔도 책 읽을 맛까지 깊숙이 풍겼지. 책 읽기에 몰입하느라 어느새 식은 줄 모르고 무심코 마신 커피에 놀란 적도 여러 번 있었고 말이야.


신영복 교수님의 옥중 서간을 읽을 때가 생각나. 그분이 불행의 시간을 감내하며 지키신 인간의 품위와 교양을 배우는 동안에도, 고전 소설을 읽으며 나의 감정이 자유롭게 오르락내리락하며 호흡이 느려지거나 심장이 뛰는 순간에도 내 옆에 나란히 있었지. 나의 세계를 넓히고 미래를 생각하는 그 시간, 그 세월, 이 모든 과정을 네가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었어.


요즘 카페를 자주 가지만 모닝 독서 때 함께 하던, 너 같은 친구를 아직 찾지 못했어. 예쁜 이름으로 아무리 화려하게 차려입고 내 앞에 있어도 부담스럽게 느껴져. 진정한 벗이 될 수 있는 건 ‘편안함’인데. 너는 달달함이라는 개성이 뚜렷해서 어디서 어떻게 만나도 내 벗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 영혼의 양식인 독서로 여행할 때 동행해 주고 사색할 동안 기다려 준 것 고마워. 오래도록 기억할게.


또 다른 얘기는 다음에 하자. 안녕. 



작가 소개가 계속됩니다.




연우 작가님은 제 곁에 두고 싶은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소설을 정말 좋아하시고, 소설 속 인물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모임을 이끄시는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문학을 좋아하지만 저는 문학 장르 중에서도 특히 시를 좋아합니다. 시를 넘어 제게도 소설을 함께 읽는 벗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제가 연우 님과 지척에 살았다면 오프라인 독서 모임을 열어달라고 졸랐을 겁니다. 그리고 그동안 읽지 못했던 소설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저에게는 어려운 일이라 아쉽기만 합니다.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독서 모임에 관심이 있는 분이시라면 연우 작가님과 인연이 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가 소개] 
# 연우 

얌전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흥이 많고 은근 무대 체질이에요. 문학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깁니다. 앞으로는 독서 모임을 이끄는 역할보다는 나의 성장과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질문을 주고받을 문학을 즐기는 사람들과의 모임에 함께 하고 싶어요. 진지한 열띤 토론도 즐기지만 유머스러운 상황과 유쾌한 농담으로 삶의 맛깔스러움을 가치 있게 생각해요. 하루 동안에도 사물을 관찰하고 내 안의 모든 감각을 깨우며 그것을 글로 표현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책 : 북클럽 리더되기 실전 가이드(큐리어스,2023) https://curious-500.com/leader/261


[뉴아티 매거진 Na 소개]

글을 쓰고 싶어서 모였습니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며 함께 꾸준히 씁니다. 우리 안의 아름다움과 창조성을 발견하고, 하나씩 해내다 보면 우리 모두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진심과 솔직함을 담아 쓴 글을 정성스럽게 묶어 내고 있습니다. - 뉴아티 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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