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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하 Norway Mar 23. 2024

그래, 그래! 커피 한 잔!

커피가 그립다 - 규리드림 작가님의 글입니다. 

나는 여러 해동안 커피 대신 차를 마셨다.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집 근처 아파트 관리 사무소 지하에서 오금희와 기체조를 배웠다. 오금희는 2000년 전 고대 중국에서 화타가 5가지 동물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운동이다. 그리고 기체조는 안동 권 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체조이다. 운동이 끝나고 우리는 둘러앉아 차를 마셨다. 이렇게 운동 후 차를 즐기는 동안 커피는 내게 다가오지 못했다. 5년 정도 지난 후 선생님께서 멀리 이사 가고 나도 차와는 점점 멀어졌다.


올해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동학년 선생님이 여덟 분 계신다. 가장 나이 많으신 선배님이 바로 옆 반에 배정되셨다. 나는 부장이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선배님은 커피를 좋아하시고 매일 드셨다. 정성껏 커피콩을 갈고 커피를 내려서 나에게도 한 잔씩 주셨다. 차츰차츰 선배님이 내려주신 커피에 길들었다. 아침 일과가 바쁘셔도 선배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커피를 내리시고는 내가 바빠 찾아가지 못하면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커피는 맛있었고 부드러웠다. 또 커피를 마시고 나면 온몸이 각성제를 마신 듯 깨어났다.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은 모닝커피는 이렇게 선배님과 새롭고 깊은 관계를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을 다 보내고 교재 연구 시간을 보낸 3시 15분쯤 가끔 동학년과 함께 마시는 커피는 우리의 힘겨움을 녹이고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 준다. 지나가다 마음 편한 선생님 방에 들러 커피를 마시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수업과 관련한 동학년 연수, 반에서 있었던 일, 수업에 대한 아이들 반응,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눈다.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간이다.


우리는 각자가 내어놓은 이야기로 자신을 비추어 본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다시 힘을 내보자.’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야기하고 나면 힘겨움이 내려가고, 한바탕 웃고 나면 새 힘이 다시 채워진다. 거기에 반드시 커피가 있었다. 이제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될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소중한 기호품이 되었다.


그런데 매일 모닝커피를 내려주시던 선생님께서 올 8월 30일에 명예퇴직을 하였다. 목이 마르면 오아시스처럼 내 목을 적셔준 커피가 이제 선배님이 떠난 빈자리에 여운으로 남아있다. 선배님 커피에 길든 나는 부드러운 커피 대신 봉지 커피로 메마른 내 목을 달랜다. 보이차만 고집하던 나에게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관계를 가져다준 그 커피가 그립다. 그리고 동학년과 함께 마시는 커피는 얼마 남지 않은 교직 생활동안 소중하게 이어가고 싶다. 


작가 소개가 이어집니다. 




[작가 소개]

# 규리드림 

37년 교직 생활을  8월에 그만두고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으며 즐거운 놀이터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이제껏 배운 것을 나누고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 시작은 미약하지만 오래도록 풍성해지고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여러분의 글쓰는 삶도 응원합니다.


인스타 : @kyuri.dream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arom012

책 : 자기계발도 제대로 해야 삶이 바뀐다.(북랩 2023.8) 

어울림 : https://curious-500.com/leader/751


[뉴아티 매거진 Na 소개]

글이 쓰고 싶어서 모였습니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며 씁니다. 함께, 꾸준히 씁니다. 우리 안의 아름다움(나다움)과 창조성을 발견하고 서로를 응원합니다. 작가라고 용기내어 부릅니다. 뉴아티 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묶어냅니다. 저희들의 글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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