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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seng Oct 21. 2022

오늘 먹다 죽을지라도

3일 차, 포르투


포르투갈 한 상 차림@우리집, 성남. 2022/10/12


귀국 이틀 차, 포르투갈이 벌써 그리워졌다. 식탁에 포르투갈을 올렸다. 그럭저럭 모양과 맛은 흉내 냈는데, 포르투갈에서 외식하는 비용보다 재료비가 더 들었다. 더 먹고 왔어야 했다.


해물요리@Restaurant Tapabento, 포르투. 2022/10/02


먹기 위해 세계를 탐험한 국가가 포르투갈이다. 세계사에서 이 작은 나라가 반짝였던 한 세기, 상선들은 대양을 건너며 무수히도 침몰했다. 초기 탐험을 떠난 배들 중 모항으로 돌아온 배는 절반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용감히도 후추, 생강, 계피, 고추를 실어 왔다.


카약투어, 라고스. 2022/10/05


라고스에서 카약 투어를 하면 알가르베 해안선을 따라 새겨진 뱃사람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갓 잡은 생선을 깎아지른 절벽 위로 실어 올리고, 잠시 정박한 바닷가 동굴에서 아내와 짧게나마 만나 사랑을 확인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Fado@O Corrido, 리스본. 2022/10/07


리스본 알파마의 파두 하우스에서는 뭍에 남은 아내들의 구슬픈 노랫가락을 들을 수 있다. 떠난 이는 듣지 못해도, 남은 이들은 애달피 불렀을 그 노래. 바닷가는 관광지가 되고 파두 가사도 변했다지만, 수 세기가 지나도 포르투갈은 그날의 바다에 떠 있는 나라 같다.


문어 요리@Restaurant Voltaria, 포르투. 2022/10/01


음식에도 온통 바다가 담겨 있다. 여행 첫 끼니를 문어로 시작해서, 마지막 끼니도 문어로 선택했다. 문어를 요리 재료로 다루지 않는 북유럽 국가가 많다. 전설 속 무시무시한 묘사 때문이거나, 잘못된 조리법으로 인한 질긴 식감 때문일 것이다. 반면 지중해권 국가들은 문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훌륭한 식재료로 여기는 것 같다. 우리네 요리법보다 쫄깃함은 조금 덜하지만, 부드럽고 담백하게 요리한다.


빌라 노바 드 가이아 강변에서 해물밥, 포르투. 2022/10/03


포르투갈 사람들의 해물 사랑은 유별나고, 그 방법도 다양하게 요리한다. 굽고, 튀기고, 찌고, 볶는다. 각종 해물과 토마토, 마늘을 넣고 죽에 가깝게 끓여낸 해물밥도 꼭 먹어봐야 할 요리다. 문어, 오징어, 아구 등 주재료는 달라지는데, 기본적으로 토마토와 양파, 마늘, 고수가 들어간 국물이 전날 마신 와인을 쑥 내려준다.


감자 크로켓@Casa Portuguesa do Pastel de Bacalhau, 포르투. 2022/10/03


빌라 노바 드 가이아에서는 대구살을 감자로 감싼 빵을 먹었다. 기본적인 맛과 식감은 감자 크로켓을 연상하면 될 법도 한데, 꽉 들어찬 대구살이 감자와 어우러지는 별미다. 포트와인을 곁들여 파는데, 퍽퍽한 빵에 달콤한 타우니 한 잔이 꼭 들어맞는다. 전분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무래도 감자만으로 반죽을 한 듯하다.


대구 요리@Restaurant Voltaria, 포르투. 2022/10/01


포르투갈 식탁에는 감자가 자주 오른다. 한 입거리 알감자를 삶기도 하고, 채 썬 감자를 튀겨 올리브유에 버무려 내기도 한다. 감자 크로켓은 어느 도시에 가도 먹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한 번밖에 먹지 않았다. 두고두고 후회를 했다.


비파냐? 비-파냐!@As Bifanas do Afonso, 리스본. 2022/10/08


빵은 포르투갈어로 빵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에서 전해받아, 포르투갈 원어 그대로 빵으로 부른다고 전하니, 현지인들은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가끔 주문하지 않은 식전 빵과 올리브가 식탁에 오르는 식당들이 있다. 손을 대게 되면 계산서에도 오른다. 불편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정중히 거절하면, 흔쾌히 식탁에서 거둬간다.


즐겁게 식사를 기다리며, 포르투. 2022/10/02


매 식사가 끝날 때면 앱을 켜고 다음 맛집을 열심히 찾았다. 10일이면 채 50끼를 먹지 못한다. 한 끼도 허투루 채울 수 없는데, 웬만한 맛집들은 예약 없이 식사하기가 어려웠다. 여행 내내 구글맵을 적극 활용했다. 별점뿐 아니라 평가도 꼼꼼히 확인했다.


구글맵 활용법, 포르투. 2022/10/04


자체 예약 페이지를 가진 곳은 수월하게 예약을 할 수 있었지만, 전화는 대체로 받지 않았다. 무작정 대기를 하거나 직접 가게를 방문해 하루 전에 끼니를 예약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발품을 많이 팔아도 괜찮다. 부지런히 소화시키다 보면 끼니는 금방 찾아온다. 먹고 죽어도 좋다. 부지런히 부활해서 다시 먹어야 한다.


오리스테이크@Restaurant Encaixados, 포르투. 2022/10/02


포르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을 하나만 꼽자면, 의외로 오리 스테이크다. 좋게 말해 담백하지만, 퍽퍽하기 쉬운 오리고기를 육즙이 터지는 스테이크로 즐길 수 있다. 블루베리 소스에 스테이크를 한 점씩 찍어먹으면 달콤하고 촉촉한 것이 또 와인을 부른다. 좋은 올리브 오일이 베이스가 된 음식은, 풍미가 넘치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최고의 생면파스타@Restaurant Fabbrica di Pasta Fresca, 리스본. 2022/10/07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놀랍게도, 가장 맛있었던 메뉴를 꼽자면 리스본에서 우연히 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파스타다. 직접 반죽한 생면에 올리브 오일에 볶은 신선한 야채와 해산물들이 오른다. 이틀 연속으로 방문하고 파스타 네 접시를 주문했더니, 매니저 발렌틴이 음식이 입에 잘 맞는지 물었다.


아직도 못 먹어본 파스타 메뉴가 10개는 더@Restaurant Fabbrica di Pasta Fresca, 리스본. 2022/10/08]


만면에 미소를 피우며 대답했다. 정말 맛있었다고, 고맙다고. Muito gostoso, Obri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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