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이
육개월 이상 만지거나 입어보지 않는 물건들은 사실상 우리에겐 필요없는 물품이라길래 오늘 내일 혹은 가까운 시간 안에도 입지 않을 옷들을 정리하다 보니 이런 옷 예전이라지만 어떻게 입었지? 하는 옷들이 많았다.
옷장 정리를 하다보면 새삼 조금씩 혹은 아주 격하게 변한 내 취향이나 혹은 그 옷들을 입었을 당시의 나와 내 상태가 훤하게 드러난다. 그럴 수 밖에, 내 옷들인데.
십대와 유년의 기억들이 생생하지만 아련하게
이십대의 무모하고 열정적이었던 나를 새삼 부끄러워 하다가 연모하게도 되고
삼십대를 촘촘하게 메꿔온 삶의 무게가 조금은 바꾸어 놓은 나를 생각하다
사십,
아직 주름 하나 없는 얼굴이지만
애 셋 낳은 몸뚱아리, 허리, 손목, 점점 잃어가는 헤어라인이
그래 사십,
아직 분명 유년의 나처럼 상상하고 망상하고 잡히지 않을 것만 같은 허상같은 것들을 꿈꾸는 사십인데 이십 오년 모기지에 사인하고 커피를 네 댓 잔 해도 매일 피곤하게 사는 오늘을 보면 또 사십은
사십은 참 이상한 나이이다, 싶은 것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것도, 가지 못한 곳도, 알아 내지 못한 것도 너무 많은데
나는 더 이상 어리지 않다.
그렇다고 아주 많은 것도 아닌데 적다고도 할 수 없고
아주 적은 것도 아닌데 아주 많은 것도 아닌데 여기에 붙자니 좀 그렇고 저기에 붙자니 또 그렇고
아 참 사십은
사십은 내가 되었다.
내가 사십살이다.
사십짤.
대박.
ㅋ
이제 이런 말 그만 써야겠다.
옷장 정리 하다 마주친 내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