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캐나다 최남단,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를 국경으로 맞닿고 있는 도시 윈저(Windsor)에서 약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작은 농경마을, 채담(Chatham)에 살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계통의 피가 흐르는 남편의 가족들 대개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고 갈 곳도 볼 곳도 그다지 없지만 사람들은 인정이 많고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평화로운 곳이다.
애들 키우기엔 좋은 곳인 것 같다.
남편은 삼촌이 운영하시는 이 곳의 건설회사 노동자다.
남편의 회사는 캐나다에서 건축에 주로 많이 사용하는 나무를 대신해 주로 철제를 기본으로 인근 동네에 규모가 큰 공장, 회사, 농장들을 건설해 올리고 있다.
사장님이신 삼촌은 실은 '남편의 새엄마의 언니의 남편'인데 자식이 아들 하나, 딸 하나이지만 그 아들 하나는 트랜스 젠더이다.
사냥, 낚시, 캠핑 같은 것들을 좋아하는 상남자 스타일의 삼촌 사장님은 남편과 성향이 비슷하고 쿵짝 이 잘 맞는데다 회사를 이어갈 자식이 마땅치 않아 아마 언젠간 남편이 그 회사를 이어갈 수도 같다.
(혹은 that's what I'm hoping!)
나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아주 넉넉하진 않지만 편하게 좋은 집에서 아이들만 키워도 걱정할 것이 없는 홈스테이 맘(Home Stayed MOM)이다.
비자 & 영주권 & 육아 등의 문제들이 있어서 일을 못한 것도 있지만 한국에 계신 나의 구루(GURU) 할머니께서는 여자가 애 낳고 일 안 하고 애들만 키우면서 그렇게 살 수만 있으면 더 큰 복은 없다신다.
(Really Grandma?)
큰 애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 둘째는 네 살. 그리고 난 하는 일이 뭘까 생각해 보면 그리 많은 것 같진 않은데 늘 바쁘다.
나는 주로 평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난다. 남편의 아침을 만들고 간단한 점심을 싸 남편이 여섯 시 반쯤 출근하면 아침 커피를 마시고 일곱 시 즈음되면 큰 애를 키워 아침을 먹이고 점심을 싸서 여덟 시 반에 학교버스를 태워 학교에 보낸다.
그리고 나면 남는 건 아직 유아원도 유치원도 가지 않는 둘째 아이와 나, 애 밥 먹이고 놀아주고 간단한 집안 청소를 하고 저녁을 미리 만들어 놓고 하다 보면 어느새 오후 네시, 큰 애를 픽업해 와 간식을 먹이고 숙제를 시키고 하다 보면 남편이 퇴근하고 그럼 저녁을 먹고, 치우고, 잠깐 앉아 TV를 보다 보면 밤 아홉 시.
아이들을 재우면서 종종 같이 자 버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꼭 내 방에 돌아와 내 침대에서 자지 않고 애들의 작은 침대에서 옆으로 구부정하게 자고 일어나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 나를 남편이 나무란다.
주말엔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서 그저 쉴 때도 있고 어딘가 데리고 나가 보여주고 놀려 줄 때도 있다.
주중엔 종종 수영을 가고 큰 아이는 가라테(Karate)를 배운다.
일 년에 두세 번 가족여행을 가고 여름엔 캠핑을 가고 남편은 집안일을 잘 도와주고 가정적이다.
내 머릿속만큼은 누구의 제약도 방해도, 어떤 이의 의견과도 대립하지 않는 것, 못하는 것이 좋다.
And to feel absolute power over it, I like it.)
초등학교 1학년이 된 큰 아들 선생의 호출로 학교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문제는 '아이의 집중력 레벨이 낮다'라는 것이었다. 선생은 말했다.
"Not that he isn't following his study, Alex has too much of imagination. Like he can play with a piece of paper, a stick, Or anything."
And I'm thinking... 'Is it bad to have too much of imagination?'
-"알렉스가 공부를 못 따라오거나 하는건 아닌데 애가 상상력이 아주 많아요. 이를테면 종이 한장, 막대기 한개, 심지어 그냥 아무거나 들고도 놀 수 있을만큼요."
그래서 난 생각했다.
엄마의 마음이 그렇다.
누가 뭐 래든 어쨌든, 내 자식 안 좋단 소리 들으면 불끈하고 속상하다.
집중력이 모자라면 키워주도록 옆에서 가이드해 주며 노력해 주면 되는 것이고 상상력이 많은 아이라 자꾸 해야 하는 일에 방해를 받는다면 조금은 다른 각도로 접근해 집중력을 높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알렉스는 말썽을 부리는 아이도 아니고 친구들에게 해를 끼치는 험한 아이도 아니고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수업시간 종종 선생이 원하는 만큼의 집중력을 보이지 못하고 종종 딴 세계로 빠진다는 것이 문제라는데 단번에 아차, 이건 나 때문이다 싶다.
피는 못 속인다 하지 않았나. 그 놈의 상상력.
그런데, 선생은 자꾸 아이를 소아과 의사에게 데려가 보라고 권유를 한다.
"아이가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왜 소아과를 데려가야 하는 거죠?"
선생은 아이를 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를 가진 아이로 생각하고 병원에 가 약을 타 먹이길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그 단어를 쓰지는 않는다. 교묘하게.
가만히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주위가 항상 산만하고 부산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색을 말해주는 이 ADHD는 사실 병이 아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선 어쩐지 부산하고 에너지가 넘쳐 다루기 조금은 힘든 아이들에게 이 이름을 붙여 두뇌의 다른 부분을 자극해 아이들을 조금 느슨하게 만드는 약(Such as Adderall)을 주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So I said to teacher..
"Alex has no such health condition at all. I don't know how I can get help by bringing him to pediatrician but if the only outcome of me taking him to doctor, leads me to have him on any sort of medication, I won't bring him to doctor. Because simply that's not how I believe what it needs to be done to help him."
- 알렉스는 건강 상에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전 이런 아이를 굳이 소아과에 데려가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를 데려가서 약을 먹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진 않겠어요. 단순하게 전 그게 아이를 도와주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캐나다에서는 1학기가 9월에 시작되어 12월 크리스마스 전에 시작해서 2주간을 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3월 중순에 일주일간 'March Break'라 하여 쉬고 초중고는 6월 말까지, 대학교는 5월 달까지 학교를 다니고 7,8월을 여름방학으로 보내며 1년을 다닌 셈을 친다.
알렉스의 경우 만 여섯 살로 Grade 1,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작년 8월, 아이가 태어나고 자란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왔고 새 집에 적응을 하지도 못한 채 9월에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을 해서 사실 그 어린 게 말은 안 했겠지만 얼마나 어색하고 힘들었겠나. (내 생각)
게다가 아이는 영어와 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캐나다 특성상 존재하는 불어 학교를 다니고 있어 사실 영어, 한국어, 불어까지 3개 국어를 소화해 내려하고 있는데, 그래서 아마도 자기 딴에는 적응하느라, 사실 공부하는 것보단 밖에 나가서 놀고, 장난감 갖고 놀고,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좋은 어린 아이니깐.. \
그래서 그런 건데 집중력이 모자라고, 상상력이 너무 많고 하는 말 많은 선생이 밉다.
이 여잔 얼마나 아이를 이해하려고 혹은 다른 시선으로 아이에게 접근하기 위해 노력했을까.
사실 난 아이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가는 곳에, 머물러야 하는 곳에 안정을 느끼고 행복하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선생에게 말했다.
"I really don't care what shows up on his report card. I wish it is a good one but even it is not, I'm okay with it as long as he feels happy to come to school and learning something everytime he is here even if it's small one."
- 전 아이의 성적표에 연연하지 않아요. 훌륭한 성적표 받아오면 좋겠죠, 하지만 애가 학교 다니는데 행복함을 느끼고 학교에 올 때마다 뭔가 배워 온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해 선생님들께 예쁨을 받고 인정을 받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니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그래서 뭔가 크게 되고 돈을 잘 벌고 남들보다 잘 사는 것 보다, 기본적으로 더 중요한게 있다.
뭐,
난 그렇게 생각한다.
선생이 좀 깐깐하긴 한 것 같다.
학기 초에 23명의 정원으로 시작한 학급 인원이 20명으로 줄었는데 알렉스 말을 들어보면 두 명은 갑자기 영어학교로 옮겼고 한 명은 홈스쿨(Home school)을 한다는데 사실 애가 이 말을 해 줬을 땐,
'아, 이 선생 얼마나 딴 엄마들 쪼아 댔으면 학교를 다 옮기냐..'했다.
믿거나 말거나..
어쩌면 선생은 '야, 내 새끼 약 안 먹여, 난 성적 신경 안 쓰는 쿨한 맘이거든?그니까 너나 잘해..(Basically that's what I said in very polite&nicest way possible I think.... )라고 말한 나를 조금은 미친 여자, 센 여자, 막 나가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상담 전엔 그렇게 닦달을 하다 조금 느슨하게 대해주는 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그 이후로 선생은 아이를 좀 더 인내심 있게 지켜봐 주는 듯하다. 아니면 알렉스가 노력하고 있거나.
그 이후, 집중력을 기르는 데 좋다 해서 알렉스는 1주일에 한번 가라테(Karate)를 나가고 수영을 배우고 있다. 극성엄마 되지 말고 쿨한 엄마가 되자 했는데 닥달하는 것도 같고. 나도 참.
Oh, Lord.
마음은 편하다. 잘하겠지. 좋아지겠지. 난 믿고 있다.
내가 전혀 아닌 것 같은 나를 상상하기도 하고, 과거에 있었던 어떤 순간들을 다시 상상하기도 한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기도 하고 돈이 아주 많으면 어떨까, 오바마 대통령과 오찬을 나누는 상상도 한다.
레스토랑에서 아주 잠깐 스쳤는데 냄새가 좋아 기억하고 있던 남자의 얼굴을 되새김하고 사랑을 나누는 야한 상상도 한다.
한국에 십 년이 넘게 못 들어갔다가 귀국하는 날, 그 어느 날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고 옛날 어릴 적 떡볶이를 사 먹던 고등학교 앞의 분식집, 잠실의 포장마차, 동대문에서 성남으로 들어가던 심야 야간 버스의 냄새도 상상한다.
내가 출판할 미래의 책을 상상하고
세계를 일주할 꿈을,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 같은 몸을 가진 나를,
행복한 나를 상상하는 것이 좋다.
나는 글을 쓴다. 머릿속 상상의 끄트러미들을 글자들로 풀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이 나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상상하는 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