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생 첫 그림책, 완성하다.

<사물함의 비밀> No. 1

by 오 광년

아이패드를 산 지는 꽤 됐다.


기계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라 처음에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깔아 놓고도 자주 열어보진 않았다.


25년 1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이패드 펜슬을 들고 뭔가를 조금씩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이모티콘도 그려보고, 이런저런 그림도 그려보았다. 재미있는 일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냥 아깝기만 한 나는,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동영상을 보는 밤이 그리 좋았다.


그렇지만, 막상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은 여전히 잡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그래서 쉽지 않다.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고, 방법을 알아가야 하며, 시간을 쪼개 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꺾이지 않는 의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찌 보며 그래서 세상은 나쁘지만은 않다.


지금 내 삶에 만족되지 않는 결핍은, 늘 다른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반대급부를 가지고 오는 것이다.



25년의 상반기를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데 보내던 중에, 한겨레 온라인 그림책 수업을 발견했다. 찾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떠올린 순간이었다. 업무 중에 컴퓨터 화면에 뜬 글자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sticker sticker


우선 해 보자.



답은 간단했다. <지수경 아이패드 그림책 만들기> 강좌를 바로 결재했다. 저지르고 나니 강의 시간(아무리 온라인 줌수업이라 해도)이 아이들을 케어하고 재우는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뭐. 어쩌겠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보는 거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었다.


월요일 7시 30분 부터 2시간씩 매일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짜고, 어울리는 그림을 패드에 그려나갔다. 주인공 캐릭터를 그리고, 어울리는 색깔을 펜슬로 골라 색상을 채웠다. 이런 저런 기법들은 다양했고, 하나 하나 알아가는 기쁨에 자정이 곧잘 넘겼다.


6주가 흘렀고, 전자책이지만 나도 첫 그림책을 발간했다.


제목은 <사물함의 비밀> 이다. 주인공은 학교 사물함에서 자꾸 물건을 잃어버리게 된다. 도둑을 잡으려다가 사물함 속에서 이상한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 친구를 따라 비밀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아래는 이야기 속 캐릭터들이다.

KakaoTalk_20250819_220848514.jpg
KakaoTalk_20250723_103317687.jpg
KakaoTalk_20250723_103336697.jpg <사물함의 비밀> 중에서


첫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작년부터 이어지던 답답한 상황은 여전하다. 그러나, 머릿 속을 가득 채운 상념들 안에 갇혀 있지 않으려고 애쓴다. 생각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순하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부터라는 걸 스스로 체득하고 있는 중이다.


sticker sticker

<사물함의 비밀>


아이와 함께 (특히 초등학생 저학년 친구들 ^^ , 주변 정리정돈이 힘든 친구들 ^^ , 엉뚱한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친구들)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50700593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9화항상 그 곳에. 무던한 아카이브,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