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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사는 맛 19화

부릉부릉 첫 운전

by letitbe

아들이 운전면허를 발급받은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수능을 보고 나서 남는 여가시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더니 빠르게 등록을 하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드디어 기다리던 면허증이 나왔다. 내 눈에는 마냥 어리기만 한데 이제 운전이 가능한 나이라니 정말 세월이 참 빠르다고 새삼 느끼게 한다.


"이번 주말에 운전하고 싶어요."

운전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당일 운전보험을 들어주고 어제 아들에게 내 차 키를 건넸다. 남편은 아들의 옆자리에 나는 뒷자리에서 안전벨트를 하고 조금은 긴장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운전대만 잡으면 급해지는 성격인 남편이 행여나 아들에게 답답한 마음에 쓴소리를 하며 지도하면 어쩌나 싶어서 내심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남편은 아들 옆에서 차분히 운전 선배답게 친절했다. 아들도 아빠가 옆에서 꼼꼼히 알려주니 첫 운전치 고는 침착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우리는 파주로 향했다.

맛있는 장어집으로 네비를 찍고 아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장어가 먹고 싶다기보다 자유로를 지나야 갈 수 있는 운전연습을 하기에 좋은 곳이 장어집이다. 남편은 겸사겸사 몸보신도 하면 좋으니 장어를 점심메뉴로 추천했다. 아들은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초보운전이라는 스티커도 준비하지 못했다. 뒷자리에서 나는 "천천히"라는 말만 조심스레 보탰다. 아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살 떨린다고 하면서도 차분한 성격대로 천천히 운전을 잘했다. 운전을 하는 동안 남편은 생각보다 옆 자리에서 차분하게 코치를 했지만 아들이 속도를 좀 내는 것 같으면 나는 "다른 차는 의식하지 말고 안전이 중요하니까 천천히 가"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나의 초보시절 도로주행을 2주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를 지도해 준 선생님이 그러셨다. 남의 차 의식하지 말고 그냥 내 속도로 가라고. 답답하면 다른 차들이 피해 갈 것이고 괜히 남 신경 쓴다고 하다가 사고가 난다면서 내 길만 집중해서 가라는 것이다. 초보시절 그 말은 내게 두렵게 느껴지는 도로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말은 그 후에도 사는데도 도움이 되는 말이 되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말이 옳다는 것은 잘 안다. 내게 주어진 방향만 보고 가면 된다. 우리가 사는 것도 남을 의식하면 조바심만 생기고 불안함만 커진다. 그저 내 길을 정해놓고 묵묵히 가면 되는 것 같다.


드디어 장어집에 무사히 도착했고 맛있게 장어를 먹으면서 요즘 아들이 갖고 있는 생각도 들어보며 의미 있는 식사를 했다. 고3을 마무리하면서 대학원서를 넣어놓고 생각할 것도 많고 아들의 눈치도 은근히 보게 되면서 한동안 입맛이 없던 나는 모처럼 편안한 식사를 한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아들이 운전을 책임지는 날이라 최대치 운전을 시킬 생각으로 다음 장소로 가는 것도 아들이 핸들을 잡았다. 다가오는 아들의 생일을 맞이하여 옷 쇼핑을 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몇 벌 사줬다. 아들이 좋아하니 나 또한 흐뭇했다. 부모는 그런 것 같다. 자식이 좋아하면 그저 든든하니 좋다.

커피숍에서 아들이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커피를 사줘서 달콤하게 마시면서 내 운전면허 발급하고 운전하던 시절이야기를 잠깐 꺼냈다.

내가 운전면허를 발급받고 처음 운전을 시작하였을 때 아들은 6살 꼬마였다. 나의 초보시절 내 옆에는 아들이 늘 동행을 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생계형으로 차를 몰기 시작한 탓에 갑작스레 운전대를 잡았고 겁이 많은 내게 운전은 큰 도전이었다. 내 차는 회사를 마치고 유치원에서 아들을 태워서 집까지 데리고 오는 코스로 늘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아들은 꼬마지만 옆에서 큰 힘이 되었다.


내가 자신 없어하면 "엄마 할 수 있어." 하면서 어린 마음을 보태주었다. 내가 천천히 가거나 내가 잘못한 순간에도 아들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었다. 어린 꼬마라서 운전을 모르지만 뒤에서 다른 차가 빵빵거리는 차가 있으면 무턱대고 내 편이 되어서 "저 차는 왜 그래!" 하면서 흥분하면서 말해주는데 그 시절에 그 꼬마는귀엽고 아들의 한 마디가 그 시절에는 큰 힘이 되었다.


아들이 초보운전을 달고 운전을 시작하고 또 한 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시점에서 이제는 내가 아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든든한 편이 되어 주며 올 해를 격려해주어야 한다.


참 감사한 하루였다.

무탈한 하루에 대한 감사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잠들기 전에 아들에게 그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아들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해주었다. 행복함도 표현이 있으면 더 커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행복이 참 별거 없다. 그냥 가족과 함께 하는 보통의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라는 것을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더욱 느끼게 된다. 더욱이 아들이 훌쩍 커버린 것 같아서 든든했다.

아들이 클수록 나는 나이 들고 늙어지겠지만 어린 아들이 이렇게 차츰 성인이 되면서 더 단단해지고 멋지게 성장하기를 기대하면서 나의 나이 듦은 아쉬운 대로 위로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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