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어쩐 일인지 아들이 나까지 같이 야구장을 함께 가자고 했다. 엄마가 야구에 흥미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가자고 할 때는 무조건 가야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아들이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싶다. 어렵게 표를 구했고 이번이 내게는 두 번째로 방문한 셈이다. 아들이 어려서 한번 갔었고 그때는 관람객도 그다지 많지 않아서 야구장은 이런 곳이구나 그런 느낌만 받고 왔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관람객의 모습도 없어서인지 현장감도 그다지 없었고 그런 탓인지 첫 방문한 야구장은인상 깊지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이번 야구장은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주차를 하는 동안에 야구장 밖으로 흘러나오는 함성과 응원은 야구장 안으로 채 들어가기도 전부터 우렁차게 넘쳐나고 있었다. 드디어 야구장 입구에 들어섰는데 나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한 목소리가 되어서 응원을 하는데 그 함성이 주는 살아있는 생동감이라고나 할까.
사는 게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는 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야구장에 와보세요 하는 말을 해줄 만큼 흥이 나는 분위기였다. 단체로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하는 모습도 좋아 보이고 가족끼리 옷을 맞춰서 입고 온 모습도 흐뭇해 보였다.
돌아가신 아빠도 야구를 참 좋아하셨다. 어려서 기억이 엄마께서 너희 아빠는 매일 야구만 보신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었다. 지금의 우리 집도 야구 시즌에는 거실 텔레비전은 수시로 야구방송이 틀어져 있다. 어려서는 딸만 셋인 우리 집에 남자라고는 아빠 혼자라서 아마 야구를 함께 봐주면서 호응해 줄 사람도 없었기에 아빠가 야구만 보시는 것이 엄마 입장에서는 마치 우리 집만 그런 듯 유난스럽다고 생각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여자들도 요즘은 야구를 많이 좋아하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 집은 아빠만 좋아하셨으니 함께 호응을 못 해 드린 것이 참 지금으로서는 아쉽다. 내가 가족과 함께 야구장에 와보니 아빠가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아빠와 야구장도 함께 와서 맛있는 간식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불쑥불쑥 드는 것이다. 돌아가시고 나니 문득문득 아빠와 함께 했으면 좋았을 일들이 생각나곤 한다. 옛말이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부모 돌아가셨을 때 후회하지 말고 계실 때 잘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른이 되고 보니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재산은 부모와 함께 한 추억인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야구관람하기 좋은 봄날에 떡볶이와 라면과 어묵을 함께 먹으면서 야구관람을 하는 이 순간이야 말로 먼 훗날 기억하게 될 추억으로 아들의 가슴속에 잘 간직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