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11사쯤 되었을 것이다. 나의 좋은 이웃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잠시 후 우리 회사 근처를 지나가실 일이 있으니 그때 커피 한잔을 건네주고 가시겠다는 것이다. 힘드신데 그러시지 않으셔도 된다면서 호의를 마다했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하면서 내심 기대도 되고 반갑기도 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잠시 후 점심시간이 되어갈 무렵 도착시간을 맞춰서 회사 정문으로 나가보니 멀리서 반가운 차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파트가 아닌 회사에서 이렇게 뵙게 되니 또 다른 기분이었다.
환한 미소와 함께 커피 4잔과 빵 2개를 건네시는 게 아니겠는가. 한 잔만 주시면 되는데 왜 이렇게 많이 준비하셨냐고 물었다. 친한 동료와 함께 나눠먹으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커피를 건네어 받으면서 '아, 이렇게 나눔을 또 배우는구나.' 싶었다.
아주 오래전 중학교 때 친한 친구가 학교 앞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내게 처음 사줬을 때 느꼈던 감정이 생각났다. 그때는 내가 아직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 여유도 없었고 그런 것을 미처 몰랐을 때였지만 그 친구는 너무나 자연스레 내게 떡볶이를 사주었다. 어린 나이지만 뭔가 그 친구가 있어 보였다. 그 시절 누군가로부터 베풂을 받았을 때의 넉넉한 마음은 꽤나 기분이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늘 나의 다정한 이웃으로부터 여러 잔의 커피와 빵 속에 담긴 넉넉한 베풂과 호의를 받으니 그분의 여유가 느껴지는 마음에 너무 감사하며 덕분에 오후도 사소하게 흐뭇했다. 지나가는 길은 핑계일 뿐이고 누군가의 기쁨을 위해서 마음 써주시는 것이 헤아려진다. 화창한 봄날의 날씨처럼 내 마음이 화사해졌다.
어른이란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그분을 통해서도느끼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오늘 보다는 내일이 조금 더 나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그분은 내게 인생의 선배로 여러 가지로 일상을 즐겁게 사는 배움을 준다.가끔씩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분이 하는 행동이나 마음을 나도 따라 하고 싶어진다. 우리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다양한 태로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중 나는 작은 것 하나라도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이 좋다.
사소해 보이는 감동이지만 빈 틈 없이 하루의 즐거움에 한몫을 해줬다.
동료와 함께 커피와 빵을 나누면서 내 곁에 이런 이웃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든든하고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