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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사는 맛 24화

흔한 행복

by letitbe

주말이 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다.

매일 아침이면 출근을 해야 하는 아침에 잠이 그리워서 주말은 꼭 늦잠을 자야지 하는데 막상 주말이 닥치면 그렇지 못한다.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알차게 써야 한다. 하루 종일 이불속에서 뒹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여유를 부리기에는 이것저것 할 일이 은근히 많다. 그래도 평일보다는 조금이라도 늦잠을 잘 수는 있고 아침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긴 하다.


아침에 피부과를 먼저 가서 간단한 관리를 받았다. 대단한 것은 아니더라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 중의 하나로 얼굴 마사지는 가끔이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전부터 가고 싶었던 후기가 좋은 초밥집을 방문해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역시 후기대로 맛이 있었다. 남이 해주는 정성스러운 음식을 먹으니 대접받는 느낌도 들고 음식으로 힐링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다음으로는 반려견의 미용을 위해 애견샵에 맡기고 기다리는 동안은 가볍게 입을 티셔츠를 사기 위해 근처를 한번 들러보며 한 번쯤 들러보고 싶었던 옷 가게에 들어가서 옷도 몇 가지 샀다. 옷장을 보면 옷을 그만 사야지 싶다 가다도 또 이쁜 옷을 보면 사고 싶은 욕구를 어쩔 수가 없다. 새로운 옷을 몇 벌 샀으니 언제 한 번 날을 잡아서 입지 않는 옷장 속 옷들을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마 미련스럽게 입지도 않으면서 몇 년째 끌어안고 있는 옷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언젠가 입을 것 같아서 버리지도 못하는 옷들은 언젠가는 버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옷 정리할 때는 어느 정도 과감할 필요가 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탓에 오늘 카페인 섭취를 하지 못했다.

달달한 커피 한잔을 마셨고 빠르게 제육볶음을 해서 저녁을 먹고 세탁기를 돌려 밀린 빨래를 하고 세탁기가 제 할 일을 하는 동안 냉장고를 정리하고 미쳐 손이 닿지 않던 곳까지 닦아 냈다. 냉장고 청소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일인데 오늘 정말 큰 일을 한 셈이다. 할 때는 힘들어도 하고 나서 들여다보는 냉장고 안을 보는 기분은 꽤나 괜찮다. 속이 다 시원하다. 빨래를 건조기에 넣어놓고 이제 방으로 들어와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배경 삼아 책도 펼쳐봤다가 멍도 때려보다가 다이어리도 펴보다가 글도 써보고 이런 시간이 귀하고 좋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흔한 일상의 이야기를 이렇게 사소하게라도 털어 내야 마음이 정리 정돈된 것 같고 차분해지면서 평온스럽다. 그래서 그런 맛에 글쓰기를 계속하는 것 같다. 웅성거리는 어수선한 마음도 글로 적어 내고 나면 마음 안에서 정리가 된다. 여기에 취향저격인 마음에 맞는 잔잔하고 평안한 음악이 더해지니 몽글몽글 행복이 별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런 순간들에서 스치는 듯한 괜찮은 감정이 행복이 아니면 뭘까.

'그럼 나는 행복하다'

바쁜 일상에 묻혀서 살다가 보면 또 잊기 쉬운 이 감정을 잘 기억해야 한다.

언제나 쉽게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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