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고 생각했던 가방에 점점 손이 가질 않는다. 가방을 좋아해서 옷장에 꽤나 여러 개의 가방이 있지만 덥석 손이 가는 가방은 가격도 착한 큰 고민 없이 샀던 편한 가방이다. 예전에 브랜드를 골라가며 샀던 가방은 옷장 한쪽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며 고이 보관되어 있는 물건이 되어가고 있다. 이유는 무겁고 점점 거추장스럽다고 느껴진다.
진한 다홍색 가죽 가방이 눈에 들어와서 오래전에 샀다. 초반은 사고 싶던 욕구를 채워줬으니 얼마나 상큼한 기분으로 좋아서 들고 다녔는지 모른다. 오늘은 모처럼 그 가방을 꺼내 들고 외출을 다녀왔는데 다니는 내내 차츰 후회가 됐다. 색은 여전히 예쁘지만 소지품 몇 가지를 챙겨 넣으니 은근히 무게감이 느껴졌다. 편하자고 든 가방이 갑자기 짐스럽게 느껴졌다. 가죽이라 좋다고 샀지만 요즘은 가벼운 천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비싼 가죽 가방보다는 가벼운 게 제일 같다. 기술이 좋아서 가죽도 가볍게 잘 나온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 가죽의 무게감은 있고 나이가 들수록 어깨가 느끼는 무게감은 더 예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천가방처럼 어깨에 무리가 되지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은 가방을 찾게 된다.그렇다 보니 백화점에 가면 진열대에 진열된 가방도 그다지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
제 아무리 좋은 물건도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서 의미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듯이 필요하지 않으면 의미는 크게 없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다.
사람 마음도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최고다. 마음 편한 것이 제일이다. 불편한 마음을 다루는 기술이 나이를 먹으면 좀 더 수월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노력 중이다.
웅덩이 고인 물도 퍼내려면 어쨌든 퍼 나르는 수고가 필요하듯이 마음이 편해지려면 불편한 마음이 생길 때마다 오래 담아두지 말고 마음속에 고인 마음을 의식적으로 밖으로 덜어내야 한다. 잘 흘려보내야 한다. 잘 알면서도 잘 되지 않으니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적인 노력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