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으로부터 느껴지는 설렘보다 익숙한 곳을 더 좋아한다. 그런 이유로 밥집도 가던 곳을 질리지 않고 갈 수 있다. 어찌 보면 싫증을 잘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물건에 대해서도 익숙해지면 버리지 않고 오래간다. 그런 측면으로 살짝 비껴서 생각하면 호기심과 새로운 도전 의식도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런 내가 오늘은 큰 마음먹고 오이소박이에 도전했다. 오이 선물을 받아서 상하기 전에 그럴싸한 반찬으로 탄생시켜야 할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주부경력은 꽤나 되지만 그다지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나지 않았고 김치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다른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오이를 소금물에 절이며 시작하는 오이소박이는 내게 있어서 대단한 발전인 셈이다.
레시피를 몇 차례나 보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일단 레시피를 보면서 따라 해서 그릇에 담고 보니 그럴싸해 보였다. 빛깔도 괜찮고 부추가 송송 버무려진 속이 감칠맛도 난다. 계속 들여다보자니 하물며 익기도 전에 맛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오이를 다섯 개 꺼내서 한 것이라 남들이 생각하면 소꿉놀이 같겠지만 첫 시작은 다섯 개면 부담 없이 만족한다.
고작 그릇 한통 나온 게 전부지만 그래도 해놓고 보니 맛을 떠나 뿌듯하기까지 하다. 부디 맛까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부려 본다. 살짝 그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기대도 하면서 맛있게 되면 더 만들어서 엄마께도 가져다 드릴 생각이다. 물론 맛이 너무 형편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을 준비는 만드는 순간부터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