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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초능력을 한 가지 갖는다면...

글모이 시즌1-특별회차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by 하노마 Mar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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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회차라고 이름 붙인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는 늘 글주제를 고민하는 모임원들의 고생을 덜고, 조금이나마 재밌는 글쓰기가 되길 기원하며 기획해 본 회차입니다. 다른 모임원분의 재미난 제안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난 주제가 많아 다음 오프라인 모임이 기대가 됩니다 :) 정말 다양한 주제가 있었는데, ‘당신의 이름에 대해 글을 써주세요.’, ‘만약 초능력을 1개 갖는다면?’, ‘건강식 3가지를 소개해주세요.’ ‘올 한 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등 다양한 주제가 있었습니다. 각자 랜덤하게 GPT가 만들어준 깐부에게 주제를 부여했는데 저는 깐부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를 물었고, 깐부는 제게 “만약 초능력을 한 가지 갖는다면? “이라는 재미난 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받은 순간부터 재미난 초능력을 떠올리며 나이가 들며 점점 쇠퇴해 가는 상상력을 펼쳐보는 시간이 되어 몹시 좋았습니다 :)(슈퍼 N에게는 행복한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XD) 그럼 어떤 초능력을 선택했는지 들려드리겠습니다.

2021년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국민 평균 수면시간 조사에서 한국은 일본에 이어 2번째로 잠이 적은 나라로 뽑혔다. 2016년에는 최하위를 기록한 적도 있을 만큼 우리나라는 잠에 인색한 나라다. 그도 그럴만한 게 역사에 다시없을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데 있어 충분한수면과 휴식은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는 모 대기업 회장의 아침루틴이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걸 보면 그 시절 우리 사회의 잠에 대한 관심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2020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뤄지기 시작했다. 최소 6~7시간은 숙면을 취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OECD 국가 평균 수면시간 최하위권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이야기만 통용될 뿐 우리 민족에게 잠은 아직도 사치인 것 같다.


한 가지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만약 내게 한 가지 초능력을 준다면 잠의 신 히프노스처럼 누군가를 잠들게 하는 능력을 갖고 싶다. 이왕이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을..


잠은 누구나에게나 중요하다. 한창 커야 할 시기의 아기에게는 10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고 이후에도 나이가 들며 그 필요 시간이 조금 줄어들 뿐 우리 생활에서 몹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나 요즘 내게 이런 수면 능력이 간절한 이유는 집에 있는 공주님 덕분이다. 신생아 시기를 지나 돌에 가까워져 가면 갈수록 엄껌(엄마껌딱지)이 심해지고 있다. 이전과 달리 잘 때도 엄마품이 아니면 잘 울고 보챈다. 육퇴를 위해서는 아이가 일찍 자주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나의 육퇴보다는 아이가 더 잘 잤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이런 아이가 안 깨고 푹 숙면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라면..



타나토스(Thanatos)와 히프노스(Hypnos)

타나토스(thanatos)와 에로스(eros), 죽음과 생명, 사랑 혹은 삶 등으로 잘 알려진 단어이다. 그중에서도 타나토스(Thanatos)는 죽음의 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닉스(nyx)의 딸, 혼돈의 자식으로 알려진 타나토스에게는 히프노스(hypnos)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쌍둥이 형제가 있다. 타나토스가 죽음을 관장한다면 형제인 히프노스는 잠을 관장하는 잠의 신이다. 신화 속에서 헤라의 부탁으로 제우스를 잠재우기도 했던 히프노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 중 하나이다.


죽음의 쌍둥이 형제가 잠이라니! 잠은 숙면을 통해 다음날 생명을 가장 잘 꽃 피우게 함과 동시에 가장 죽음에 가까운 아이러니한 존재이기도 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MIDAS(미다스, 탐욕, 과욕)

미다스의 손, 마이더스의 손으로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왕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에게 얻은 소원으로 자신이 만지는 모든 것이 금이 되게 만들어 달라는 소원을 빈 인물이다. 미다스는 황금 조각상, 가구, 분수대까지 가릴 것 없이 황금으로 만들며 자신의 능력을 즐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먹으려 집어드는 음식이 속속들이 황금으로 변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달려오는 딸을 안자 딸 마저 황금상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부랴부랴 디오니소스를 다시 찾아간 미다스는 간곡히 부탁한 끝에 스틱스강에 몸을 담가 저주 아닌 저주, 능력 아닌 그 능력에서 벗어나게 된다.


미다스의 모습이 꼭 요즘 시대 우리의 모습 같다. 잠을 줄여가며 이것도, 저것도 갖고 싶어 욕망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한층 더 죽음과 가까워진 히프노스의 곁일지도 모른다.


건강식을 챙겨 먹으며 야근을 하고, 잠은 걸러도 영양제는 꼭 챙겨 먹는 아이러니한 사회... 난 그런 그들에게도 잠을 선물하고 싶다.



게라스(Geras), 노쇠의 신

닉스의 또 다른 자식 중 하나인 게라스는 노쇠의 신이다. 지팡이를 짚고 허리가 굽어진 그의 모습만 보더라도 어떤 것을 관장하는 신일지 예상이 된다. 우리는 흔히들 큰 지병 없이 나이가 들어 마치 잠들듯 떠나간 죽음을 보며 호상(好喪)이라 말한다. 그만큼 나이가 들어 편히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러 죽음을 지켜보고 떠나보내며 떠나가는 순간이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호상이라는 것이 정말 떠나간 이에게도 호상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바라보는 우리가 그렇게 느낄 수 있기에 조금이나마 더 편하게 떠날 수 있길 바란다.


누군가 떠나감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떠나가기 직전의 잠일지 아닐지는 몰라도 잠시나마 평온하게 쉴 수 있는 그런 잠을 선물하고 싶다.



사실 지금 가장 간절한 숙면의 대상은 아내입니다. 하루 종일 애기를 보고 집안일까지 하면서도 늦게까지 사부작사부작 자꾸만 무엇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 아내를 레드썬- 하고는 숙면에 좀 들게 하고 싶네요(몹시 간절).


초능력을 생각하다 보니 결국 제가 선택한 건 지금 제게 가장 간절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도 저에게도 잠을 선물하고 싶네요. 더불어 힘든 순간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잠시나마 휴식 같은 잠을 선물할 수 있었으면..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밤은 숙면하는 밤이 되시길 빕니다.

(잘 자요-, 성시경의 푸른 밤입니다)


- 하노마 드림.


*Main photo by Annie spratt(Unsplash)

** Photo by Wikipedia(https://en.m.wikipedia.org/wiki/Hyp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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