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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한 Sep 14. 2021

실행하라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을

놀란 눈으로 되묻는 그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네. 놀라셨죠? 얼마 전 작가님께서 쓰신 책을 서점에서 읽고 지나는 길에 우연히 들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 주소를 알고..”

“저 혹시 잠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딱 30분만 시간을 주세요. 더 이상 시간을 뺐지 않겠습니다.”

그는 뭐에 홀린 듯 답했다.

“그..그러시죠.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난 가지고 온 캐리어를 문 밖에 몰래 놓아두곤 안으로 들어갔다. 아담한 오피스텔 형 사무실이었다. 응접실로 안내한 그는 내게 내올 차를 가지러 잠시 자리를 비웠다. 난 사무실을 둘러봤다. 박스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여기저기 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차를 가져오며 그가 답했다.

“아, 이틀 뒤에 이사 예정이거든요. 그래서 사무실이 좀 어수선합니다.”

다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책을 봐주신 건 감사한데. 여기까진 어쩐일로...”

모든 건 솔직할 때 가장 효율적이다.

“네. 다름이 아니고 서점에서 작가님께서 쓰신 책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평소 책이나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앉은 자리에서 금방 다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문득 드는 생각은 ‘이 사람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아,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다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속으로 ‘그래,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데 말이나 꺼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꺼냈다.

“저...혹여나 이상한 소리로 들리시겠지만 실은 작가님 책을 보고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책 쓰는 법을 알려주시면 제가 책이 출간되고 강연과 인세를 받아서 후불로 드리겠습니다.”

그는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난 지금이 아니면 말하지 못할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에 있던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저 사실. 얼마 전 10년 정도 다닌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집도 나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여기서 숙식을 좀 해결하게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그날 그의 눈빛을 기억한다. 당황했지만 오묘했던 그 눈빛.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나서 그가 입을 열었다.


“한번 해봅시다. 그렇게 하시죠!” 


밑져야 본전인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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