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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한 Sep 14. 2021

변화는 운명처럼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강연은 더 이상 들을 것이 없었다. 국내에 유명하다 싶은 자기계발 강연가의 강연은 모조리 들었다. 한 사람당 수십 번의 강연을 듣다보니 결국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이후 난 서점을 찾았다. 세상의 답이 그곳에 있을 것 같았다.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드나들었을 때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내용 또한 강연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렇게 지쳐갈 때 즈음이었다. 그날도 서점에 들러 이런 저런 책들을 들춰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서점을 나서려는데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서른 후반에 홀로 1인 기업을 운영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였다. 특별한 이력도 없이, 인맥도 없이 한 기업을 꾸려나가는 그의 스토리에 큰 감명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여느 자기계발서를 읽고 감명을 받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을 만나볼까?’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난 지체 없이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어렵게 수소문 끝에 그의 회사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난 곧장 집으로 돌아가 창고에 있던 조그만 캐리어를 하나 꺼냈다. 그 안에 옷가지 몇 개를 넣곤 함께 서울 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가는 동안 심장이 두근  거렸다. 가지 말아야할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지하철은 내 마음은 아랑곳  없이 수서역에 데려다 놓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주소에 적힌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은 오피스들이 모여 있는 커다란 건물 안에 있었다.


‘201호,’‘202호’,‘203호’...‘207호’드디어 주소에 적힌 곳을 찾았다. 심장이 두근거려 조금 있으면 폭발할 것 같았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었다. 무거운 손끝을 들어 올려 초인종에 올렸다. 그리고 내가 의식하지 못할 만큼 천천히 힘을 줬다. 손끝으로 ‘틱’하며 볼펜을 튕기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띵동’

빈 복도에 초인종이 울렸다. 아무도 없는 탓에 벨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몇 초나 지났을까.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실망과 다행이라는 감정 사이에서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문 건너 저편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내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뭐라 대답할지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그때 깨달았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입을 열었다.

“저...책을 읽은 독자입니다. 길을 지나다가 얼굴이라도 뵐 수 있을까 싶어 찾아왔습니다. 바쁘시죠? 제가 다음에 찾아 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띠리릭.’ 하는 개방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한 남성의 얼굴이 불쑥 튀어 나오며 재차 물었다.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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