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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즈 Dec 07. 2024

왜 후회하지 않는가?

후회를 다루는 나의 방법

자주 가던 그룹'연말 회고 모임' 공지가 떴다. 다니엘 핑크의 [후회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중심으로 한 모임이었다. 당일에 지방 일정이 있어 불참해야만 했기에 혼자서 올 한해 동안 후회되는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전혀 없었다. 올해 뿐만 아니라 더 길게 평생을 생각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이상해서 블로그를 검색해보았다. 의외로 몇 년 전에는 후회라는 표현을 종종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후회가 사라진걸까?

후회보다는 반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후회 하지 말자고 결심한 것은 상당히 오래전, 중학교 시절이었다. 비웃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또한 오타쿠이기 때문이다. 북두의 권에 등장하는 권왕 라오우. 그의 최후를 보며 후회가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생애 한점 후회도 없다!] 너무 멋지지 않나? 그때부터 좌우명에 '반성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라는 문장을 추가했다.

권왕 라오우의 마지막 대사

후회는 선택과 판단에서 연결되는 감정이다. 애초에 행할 수 없는, 접근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해서 후회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니까. 그렇다면 후회가 없는 나는 항상 옳은 선택을 한다는 것일까? 말도 안되는 소리.

애초에 옳은 선택 이라는 것이 있는 걸까?

대학시절, 은사님이신 심리학 교수님이 말씀해주셨다. 어떤 선택이든 나머지 한쪽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고. 둘다 취하거나 둘다 취하지 않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이를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시야가 크게 바뀔 수 있다.

농구를 다시 시작한 정대만은 과거의 비뚤어진 모습을 후회하지만,농구 선수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다른 형태의 후회가 있었을 것.

나의 삶은 게임이다. 그렇다면 그 속에 발생하는 여러 선택들도 게임처럼 생각하면 된다. 게임의 밸런스 기획을 오래해온 입장에서 말하자면, 어느 선택을 하더라도 손해가 나서는 안된다. 그것이 올바른 디자인이다. 다른 보상이 존재해야하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물질적인 보상이 아닌 심리적인 보상이나 동기 부여일 수도 있을게다. 손해만 주는 선택지가 존재한다면 그 게임을 하는 유저의 절반 가량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것이다. 요즘처럼 공략이 일상화 된 세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미 결과를 알고 플레이한다면 손해가 있는 선택지는 피할 것이고 게임은 획일화될 수 밖에 없을것이다.

디트로이드 비컴 휴먼 - 어느 선택지로 가든 내용이 달라질 뿐 밸런스는 동일합니다.

다른 누군가가 올려둔 공략이 옳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타인의 주관에의해 작성된 것을 막연하게 믿고 따라갈 뿐이다. 수많은 성공학이 그렇듯 그 공략이 나에게 맞는 것이 아닐 가능성도 매우 높다. 만약, 누군가의 공략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플레이를 한다면? 직접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한다면, 나만의 공략을 만들어 간다면, 그 내용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통한 정보와 경험에 의한 판단이 되겠지.  

2013년에 스스로 작성한 인생 루트.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리고 삶이 게임이라면, 어느쪽을 선택하든 밸런스가 맞다고 믿는다면, 얻어지는 것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잃은 것보다 얻은 것에 집중하면 된다. 그게 게이머니까. 내가 선택한 스킬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지 포기한 스킬에 집중하는 바보가 있을까? 당장 눈 앞에 몬스터가 달려드는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스테이지에 집중해야지 선택하지 않은 다른 스테이지를 아쉬워하기만 한다면 게임이 진행이 될까?

뱀파이어 서바이버 - 지난 스킬에 신경쓸 시간이 있나요? 적이 쏟아져 나오는데!

잃은 것은 후회와 미련이 되며 스스로를 과거에 붙잡아 둔다. 삶에 있어서 전혀 쓸모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한번의 선택으로 인해 큰 문제가 생기고 힘든 시기를 보냈더라도 그 아픔과 고통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게이머 스럽게 말하자면 보다 어려운 레벨을 클리어했기에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후회를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면 좋겠지만,대부분은 그로 인해 과거에 붙잡혀 있게 된다.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지난 영광에 묶여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더 큰 무언가를 이룰 수도 있을텐데. 과거의 영광이든 후회와 미련이든 간에 지난 일을 마음에 담아두는 것 자체는 비효율적인 일이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물론, 담아두기보다 반면교사로 삼는 형태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이 또한 그 선택을 함으로 인해 실패했던 경험을 획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결과이든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요소로 받아들이면 좋지 않을까?

과거는 보내줍시다~

회귀물이나 시간 이동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작품들에서처럼 현재의 기억을 유지한채 돌아간다면 이미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선택을 하겠지만, 만약 억을 잃고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동일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우리는 항상 모든 선택과 판단에 있어 최선을 다할테니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시간 여행물들을 보면 알겠지만, 하나의 선택이 달라지면 현재 얻은 것이 사라집니다.

과거 가장 크게 후회했던 일은 사업 실패 문제였다. 세상이 끝나고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경험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애송이였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공장에 끌려갔을 때에도 느꼈지만,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되고 그만큼 신중함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큰 실패와 고난을 겪으면 그만큼 강해지고 배우는게 더 많다고 믿는 편이다.

후회는 우리를 과거에 묶어두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선택과 판단에는 반드시 얻는 것과 잃는 것의 양면이 존재할테니 잃는 것보다 얻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판단을 믿는다면 아마 후회할 일은 없지 않을까?

과거보다 현재에 집중하기!

이 글은 개인 성향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지 후회를 하는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과거로 끌려들어갈 뿐인 후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부분이 없는 것 같다. 긍정적이거나 효율적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는 후회여야 의미있는 좋은 형태가 아닐까? 연말인만큼 후회로 남는 일이 있다면 우울해하거나 과거의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그로 인해 얻은 것, 새로 생긴 경험과 느낌에 집중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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