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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K(희)를 만났어요

이게 얼마만이야

by 시쓰남

25년 10월 25일, 저녁 7시 58분.

오늘은 대학교 총동문회가 있는 날. 그동안 과에서 주관하는 홈커밍 데이는 매년 참석했는데, 학교 총동문회가 주체하는 행사는 처음이었다. 아이들과 학교에 도착해서 등록을 하고 추첨권이 있는 팔찌도 받고 행사가 열리는 운동장에 들어섰다.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짬에서 나온 배포로 자리를 물색하고 우리가 앉을자리가 표시된 곳을 찾아가 자리를 잡았다. 짐을 풀고 주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한창인 구역을 찾아가 룰렛도 돌리고 솜사탕도 받으며, 본격적인 총동문회 행사에 뛰어들었다.

제일 먼저 실시한 달리기에 참여를 했고, 결과는 좋지 않았고, 다시 한번 나이가 들어 감을 느끼게 하는 게임이었다. 나랑 비슷해 보이는 분들과 경보를 했는데 생각보다 한참 더 빨랐다. 난 뒤에서 내 앞의 모든 주자들을 볼 수 있었고 그렇게 난 결승선에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그래도 총동문회 행사라 좋은 건 꼴찌에게도 선물을 준다는 거. 겸연쩍게 꼴찌에게도 주는 선물을 받고 자리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조별 편성이 안 좋았다고 나를 위로해 주었고, 나머지 조들의 경기를 보았을 때 나도 그 부분에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조가 가장 잘 뛰었다. 오후에는 OX퀴즈에 참여하며 1등을 타고 말겠다는 의지를 다녔으나, 상식이나 학교 관련 문제가 아닌 전혀 엉뚱한 문제가 나와서 두 번째 문제에 탈락하고 말았다.

문제: “동문회장님 지갑엔 현금이 50만 원 이상일까요, 아닐까요?”의 OX문제였는데 요즘 시대 누가 그리 현금을 들고 다니겠나 하며 ‘X’를 골랐는데 회장님이 옛날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놓치고 말았다. 지갑에선 현금이 60만 원 넘게 나왔고 난 탈락과 함께 딸아이의 눈총을 받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그 후로 한동안 삐쳐 있는 딸아이의 눈치를 보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일반 퀴즈였으면 자신 있었는데, 전혀 새로운 방식의 문제를 접하고 난 탈락하게 되었다. 다음에 더 공부를 해야겠다.

중간중간 경품추첨은 우리 모두 가슴을 설레게 하며 지켜본 순간이었는데, 마지막까지 나의 번호는 불리지 않았다. 나뿐 아니라 내 번호대가 1600번대이었는데 이 숫자는 처음부터 호명이 없었다. 그 추첨함에는 아마 1500번대까지만 들어 있었던 게 분명할 것이다. 내 주변 모두 1600번대 이후로 번호가 안나 온다고 웅성 웅성들 하고 있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며 혹시나 하는 마음은 '역시나'로 바뀌면서, 주최 측의 의도를 의심하게 했다. 지금도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동기는 이 부조리?를 고발하기 위함이다. 치 내가 해사대 출신이 아니라고 이러는 것인가 하는 마음과, 이럴 거면 너희끼리 하지 우리는 초대 왜 했냐는 마음이 교차했다. 오라고 했지 정식 초대는 받지 못했긴 하지만, 나도 동문회비 내며 학교의 발전을 기리는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하니 괜히 그들만의 리그에 이방인처럼 초대받지 못한 자리에 참석해서 들러리 서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나만의 착각이길 바라지만.


음식도 좋고 프로그램도 좋고, 이래저래 많은 좋은 추억을 쌓았는데, 그놈의 추첨에서, 마지막 장식이 공정치 못하다 느껴 마지막은 허탈했다.


그래도 오늘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기를 만나 너무나 반가웠다. 내가 입학했을 때 나를 잘 챙겨주던 K(희)를 학교에서 보게 되었다. 이번 행사 주관 기수로 97학번이 있었는데 그 일원으로 K(희)가 행사한 부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둘이 얼굴을 마주 보았을 때, 난 낯은 익지만 누구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바로 “K(희)야“하고 그를 불렀고, K(희)는 나를 보며 “내가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라며 잠시 머뭇거렸다. “나야 XXX” 이러면서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그동안 어찌 살았는지 긴 세월을 짧은 몇 마디로 압축해 대화를 나누었다. K(희)도 부산에서 계속해서 살고 있었다는 소식에 놀랐었고, 우리 고교 동기 3명 중 한 명은 싱가포르에 산다는 이야기도 K(희)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대학교에 내 고교 동기는 나 포함 3명이었는데 둘은 97학번이었고 난 98 학번이었다. 그래서 내가 입학을 했을 때 고교 동기들은 군산 동문회도 초대해서 데리고 다니고, 나의 학교생활 전반에 관해 많은 도움을 주었었다. 그러다 내가 군대 가고 복학을 하니 동기들은 모두 졸업을 했고, 98년도 잠시 보았던 후배들도 4학년이 되어 있어 군산 동문모임은 참석할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오늘 다시 보니 너무나 반가웠다.

외형이 하나도 안 변했다. 나는 살도 찌고 늙어가고, 병들어 가는데 K(희)는 우리가 헤어졌던 20대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짜식! 멋있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괜히 부럽고 뿌듯했다.


이렇게 총동문회를 마치고 돌아왔다. 마치고 돌아오기 전 K(희)를 찾아가 인사하며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나눴다. 이제 전화번호도 교환했고, 부산에도 살고 있다고 하니 기회 되면 한번 보자고 연락 한번 해 봐야겠다.

어쩐지 가보고 싶더라. K(희)를 만 날려고 그랬나 보다. K(희)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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