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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대장 JJ와 만남

클라스가 다르다

by 시쓰남

25년 9월 25일 아침 08시 14분

평소보다 2시간이나 늦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제 늦잠이 원인이다. 평소처럼 10시에 들어왔는데 어쩌다 보니 12시를 넘겨가며 침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난 보통 7시간 이상을 잔다 그래서 잠이 부족한 날이면 아침이 늘 힘들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이런 핑계를 대고 있는 게 무안하다.


어제는 어릴 적 TT에 대해 소개했다. 내가 5통을 떠나기 전,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매번 TT와 활동했다고 보면 되겠다. 언제나 우리들의 놀이는 TT로부터 나왔으니까. 어제 잠깐 얼굴을 비치고 들어간 오늘은 JJ를 소개하겠다.

JJ는 그 형 별명의 이니셜이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JJ네 집은 TT집 앞 메인 도로에서 앞으로 난 골목길 10여 미터를 따라가면 도착할 수 있다. 우리 집에서 큰 소리로 소리치면 JJ네 집에서도 들릴거리. JJ는 2형제 집의 첫째였고, 남동생은 나보다 한 살이 어렸다. 우리와 클라스가 다른 관계로, 우리와 매번 같이 놀지는 못했지만, 주말에는 함께 놀며 리더로서의 매력을 뿜어냈다. JJ는 어제 말한 파이프 스키를 만드는 등 손재주가 좋았다. 겨울 방학 때였던 거 같은데, 그때 판자 떼기를 주워 다가 세모난 움막 같은 걸 만들어서 우리는 거기서 자주 놀곤 했다. 우리의 아지트가 생긴 것이다. 연탄 갈고 남은 거 들고 와 난로로도 쓰고 분유 깡통을 주워 와서 거기에 나무 숯 등을 태우면서 난방을 하곤 했었다. JJ의 솜씨는 훌륭 했다. TT가 야전에서 우리의 리더였다면, JJ는 앞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끄는 요즘으로 치면 CTO(Chief Technical Officer ) 뭐 이런 거였으려나, 잠시 혼돈이 있었던 거 같은데 우리 동네 맥가이버는 JJ였다. 쥐불놀이 깡통도 잘 만들고, 동네 웅동이에 물이 많이 고여 잔잔한 연못을 이룬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거기서 타고 놀던 스티로폼 배도 잘 만들었다. JJ의 손재주는 우리와 클라스가 달랐다.

TT를 우리가 따랐었지만, 동네 모든 애들은 JJ를 따랐기에, 지금도 그렇고 당시에도 그랬지만 나이가 제일 많은 JJ가 동네 대장이었다. TT와 JJ랑 놀았을 때를 비교해 보니 TT는 주로 맨 몸을 이용해서 같이 놀았다면, JJ와는 여러 도구들과 같이 했던 거 같다. 아니 그렇게 생각이 고정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움막을 짓고 놀았고, 쥐불놀이, 스티로폼 배, 파이프 스키 등 뭔가 도구와 일체화된 놀이를 JJ와 자주 했다.


하루는 동네 친구들이 모두 모여 군산시내 한 바퀴 일주를 하자고 했다. 우리 동네 집집마다 자전거가 모두 있었다. 어린 우리들은 길을 다 몰랐기에 JJ가 앞장서고 우리가 뒤를 따라가는 형태로 군산시내를 돌자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소룡동에서 해망동을 거쳐서 군산초등학교 쪽으로 우회전을 한 다음 나운동 쪽으로 앞으로 직진만 했다가, 나중에 극동사거리에서 우회전하는 코스였고, 크게 직사각형을 이루는 루트였다.(사회과부도를 보면 나온다. 군산은 직교상? 의 도시라고. 도시를 보면 네모 낳게 반듯반듯한데, 그 이유가 유사시 비행장으로 이용하려고 계획했다는 말들을 듣곤 했다. 그리고 군산에는 미 공군기지가 마침 있어서. 난 저 말을 신뢰했다. 지금도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모두 대열을 맞추어 7통을 지나 3통, 2통 1통, 해망동 쪽으로 나아갔다. 여기까지는 나도 익숙한 길이라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는데 군산초 근처에서부터는 낯설고 유동차량 및 사람들도 많아서 대열과 거리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하다 보니 대열과 많이 멀어졌고, 혹 길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나는 발길을 돌려 오던 길을 돌아왔다. 지금이야 전화기로 나 먼저 돌아갈게요라고 톡이나 통화를 했을지 모르지만 그땐 그런 것도 없는 시절이기에 그냥 돌아왔고, 우리가 첫 출발한 지점에서 동네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 JJ 및 동네 친구들이 출발지점으로 돌아왔고(출발지점은 다름 아닌 우리 동네 HUB) 다들 이 라이딩이 어땠는지 중간에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었는지 이야기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중간에 돌아온 자로 난 그냥 듣기만 했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완주한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배포가 그리 크지 않다. 길 잃을 두려움에 난 더 앞으로 가지 못했다. 지금 다시 그 상황에 돌아간다면 아마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까?

겨울이면 어김없이 방학을 맞이했고 방학은 꼭 크리스마스 되기 전에 이브나 23일쯤에 많이 했다. 눈도 많이 오고 해서 여기저기 눈썰매 타러 다니느라 모두들 바빴지만, 그렇게 놀다 보면 옷도 젖고, 추위에도 젖어서 따뜻하게 몸을 녹일 곳이 필요했다. 그럴 때 모두 JJ가 만든 움막으로 들어가 비좁은 곳에서 서로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고 움막 앞에 불을 놓아 그곳에서 고구마 등을 구워 먹던 추억이 생각난다. 누가 보면 이거 70년대 인가라고 볼 수도 있는데 80년 후반에 올림픽이 열린 다음 해에도 우리는 이렇게 놀았다. 아직까지 시골 정취가 많이 남아서. 이것도 정말 90년 초까지만 그랬던 거 같고, 그 이후로 우리 동네 밭과 돌산에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우리가 뛰어놀고 미꾸라지 잡던 공간은 사라지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 인건 아파트가 생기면서 놀이터가 생겼는데, 입주 전 우리는 동네 토박이의 이점을 활용해 아무도 놀지 않는 놀이터에 저녁마다 놀러 가서 그네를 탔었다. 놀이터에서 제일은 뭐니 뭐니 해도 그네다.

움막을 꾸미기 위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내기 위해 산에 올라갔었다. 텔레비전을 보면 예쁜 소나무에 치렁치렁 꾸민 모습이 보기 좋았고, 꼭 해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통했던지 JJ와 TT 모두 산으로 가서 예쁜 소나무를 골라 움막에 들어갈만한 놈으로 베어 왔었다. 지금 이러면 큰일 나겠지만, 그때는 그게 큰 이슈인지 몰랐고, 정말 큰 나무를 벤 건 아니고 정말 우리가 들 수 있는 그리고 우리가 자를 수 있는 조그만 소나무를 움막으로 가져와 꾸몄었다. 그 이후로 매번 크리스마스가 올 때면 산에 가서 멋진 소나무를 잘라와야 하나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전등을 사서 방 천장을 꾸미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반짝이는 불을 보며 연말 분위기를 물씬 느꼈었는데, 지금 그 등을 설치하고 자라고 하면 신경 거슬린다고 잠시 켜 놓고 꺼버릴 거 같다.


JJ소개가 많이 부족한 거 같지만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하지만 글 쓰는 중간중간 생각이 나면 다시 회상해서 불러 오리다. 갑자기 문득 나타나게 된다고 놀라지 마시고, 제 어릴 추억에 동네 대장님으로 잘 모시고 있으니, 소개가 짧다고 서운해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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