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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친구들과 우리동네 소개

88년을 추억하며

by 시쓰남

25년 9월 29일 아침 06시 10분


경적 소리가 아침을 재촉한다. 오늘 아침 날씨는 맑음. 이제 가을이 오려나 보다. 아직 까지는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듯한데, 곧 가을이 오겠지. 낮에는 여름처럼 아직 덥다. 오늘은 한주를 시작하는 새로운 월요일 이번주말부터는 추석연휴가 시작이다. 개천절과 한글날이 있어 이번 추석연휴는 굉장히 길다. 이런 연휴를 무직으로 보낼 수 있게 되어. 새롭다. 직장인이었다면 그냥 10일은 먹고 들어가는 건데. 물론 연휴 보내기 전 후에 엄청난 물량들이 쏟아져 며칠간은 정신을 못 차리겠지만.


토요일엔 대학 친구 SS를 소개했다. 기억에 오류가 자꾸 생기는데, SS생일은 26일이었다. 왜 27일로 기억한 거지. 늦었지만 축하의 톡을 보냈고, 고맙다는 답장을 SS는 보내왔다. 짜슥 그래도 요즘엔 답을 해주네.

다시 88년도 4학년 3반으로 돌아가야겠다. 반장 K를 소개했었고, K의 여자사람 친구 JJ도 잠깐 소개했다. 이 글들을 쓰면서 다시 한번 4학년을 추억할 수 있어 좋았고, 기억에 남아 있는 친구가 누구인지 곰곰 히 떠올려 본다. 많은 추억이 있었는데 이제 시간이 오래되어 그런지 정말 몇 말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이런 연유로 인해 생각나는 친구들 먼저 소개를 하고, 혹 도중 에라도 생각이 나면 다시 친구를 소환해서 소개를 하겠다. 오늘은 T와 같이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을 소개하겠다.


먼저 CH. CH는 나와 비슷한 체격에 6통에 살고 있었다. 달리기를 잘했고(나중에 육상부 대표로 대회에도 출전한다) 축구도 잘했다. 포지션은 매번 CF가 아니었나 싶다. 전학 오고 얼마 되지 않아 계주를 할 때 CH와 같이 달린 적 있었는데, 그때 친구들 반응이 기억난다. CH는 반에서도 알아주는 총알탄사나이 었다. 그런 CH와 계주를 하게 되었는데 거의 비슷하게 뛰어서(물론 내가 한 두발 뒤에 있었다) 계주를 마친 뒤 친구들이 와 D랑 비슷하게 뛴다며, 달리기 잘한다고 말해주던 장면이 기억난다. 우리 땐 아니 내 기준으로 그런지 모르겠는데, 반에서 달리기 잘하면 나름 인기가 있었다. 싸움을 잘하면 맞고 다닐 일은 없었겠지만, 달리기도 잘하면 반에서 나름 어깨 좀 펴고 다녔었다. 친구들과 이 기준을 두고 이야기해보진 않은 거 같은데, 내 기준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난 달리기 잘하는 친구들이 멋져 보였고, 멋있었다. (나도 쪼금 달렸는데, 육상대회 후보로 경기장까진 가보긴 했다. 그때 D는 출전선수, 난 후보선수). 기억하는가 나보다 먼저 전학 온 D. D와 달렸을 때 업치락 뒤치락했는데 CH와도 그랬다. 둘은 나의 달리기 라이벌이었다. 매번 통별 달리기가 열리면 각자 통을 대표하는 학년으로 우리는 경쟁의 무대에 같이 올랐다. CH와는 4학년 같은 반을 마지막으로 5~6학년은 같은 반이 되지 못했고, 중고등 학교 때도 같이 학교를 다니지 못해 추억은 초등학교 때까지만 남아 있다. 아직도 달리기를 잘하는지, 그때 정말 빨랐었고, 멋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CH 다음은 J. J는 나랑 같은 5통에 살았다. 우리 집이 5통에 중간정도라면 J는 5 통과 4통이 맞다 은 통 경계부근에 살고 있었다. J는 귀여운 얼굴에 호감형 얼굴, 그리고 장난기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남자애들처럼 거칠지 않았고, 섬세한 부분이 있었던 거 같고, 여자애들에게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는 더 쉽게 여자 애들 이랑 이야기를 했던 거 같고, 그러고 보면 목소리도 그때야 다 변성기가 오기 전이었으니까. 목소리도 상당히 상냥했다. 형이 있었나? 그랬던 거 같고, J의 생일 때 친구들과 모두 동네 중국집에서 어머니가 사 주신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J도 CH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만 같이 보냈다.


우리 동네(여기서는 소룡동)는 큰길을 따라 초입이 1통, 2통~5통까지 이어지는데 3통에서 좌회전을 한번 꺾는다. 그리고 앞으로 가다 4통에서 다시 한번 좌회전, 그리고 앞으로 가면 5통이 나오고 학교가 나온다. 이 범위에 대부분의 통들이 다 들어와 있고 4통에서 좌측으로 꺾기 전 메인 도로를 기준으로, 4 통과 6통이 마주 보고 있었다. 그리고 7~9통은 4통 옆으로 다시 길게 이어지면서 3 통과 가까운 구조를 이루고 있었는데, 6통을 제외하고 1통, 3통, 4통 5통이 사각형 꼭짓점을 담당하고 있었다. 사각형 오른쪽 밑 꼭짓점이 1통, 그 위가 3통, 그리고 왼쪽 윗 꼭짓점은 4통 아래 꼭짓점은 5통. 이 사이에 7~9통이 안겨 있고, 6통만 우리와 좀 떨어진 그런 구조, 1 통과 2통은 바다를 끼고 있었고, 3통은 옆에 대학교가 있었다. 4통은 주택가였는데 대부분 평지였고, 자전거 타기 좋았다. 5통 우리 동네. 논이 조금 있었고, 돌산과 산 그리고 미꾸라지가 살고 있는 연못이 있었다. 길 주변에는 수양버들 나무가 많이 있었다. 흐르는 물 사이로 논과 개울을 구분 짓는 조그만 시멘트 벽이 있었는데, 난 가을 그곳에서 고추잠자리를 많이 잡았다. 다른 날아다니는 곤충은 잡기가 쉽지 않은데, 잠자리만큼은 쉽게 잡았던 거 같다. 날개를 내려 쉬고 있을 때 뒤에서 살짝 두 손가락(중지와 약지)으로 날개만 눌러 주면 끝. 이렇게 잡은 잠자리들은 집에 가지고 와서 꼬리에 실을 묶어 놀이공원 풍선처럼 들고 다니면 참 기분이 좋았더랬다.

6 통과 9통까지 모두 주택가였는데 4 통과는 조금 다르게 양옥 스타일 집들이 많았고, 이 동네 역사를 다 몰라 어째서 통별로 집 구조가 다른지 듣지는 못했지만, 뭔가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냄새가 난다. 여기도 길들이 네모 반듯하다. 내가 한참 했던 심시티 게임 할 때 초반에 많이 만들었던 직사각형 안에 십자로 교차로를 만들어 구현했던 그런 동네처럼 되어 있다.

대학교가 있다고 위에 말을 했는데 3통, 9통이 대학교와 맞닿아 있었다(대학교가 정사각형 모양이라면 3통은 아랫 변, 9통은 왼쪽 변을 대학교와 마주 보고 있었다, 나머지 두 변은 메인 도로), 89년에는 대모가 한창이어서, 1~3통에서 오는 친구들은 매번 대학교 형아들이 부르는 대모 가를 들으며 학교 와서 부르곤 했다. S는 그때 그 노래를 참 잘 불렀다. (S소개는 다음에) 그 친구들 동네에는 메케한 최루탄 냄새가 진동을 했었고, 자전거를 타고 친구 동네에 다녀올 때면 목이 아팠고, 눈이 따끔거렸다.


어찌하다 보니 친구들과 동네 소개를 같이 해 버렸다. 이곳이 내가 고2학년까지 나를 키워준 동네가 되겠다. 무려 이곳에서 8년 정도를 살았다. 그러다 95년 겨울 해망동으로(1통 옆동네)으로 이사를 했고, 그 이후로 이 공간을 떠나면서 길을 걷다 우연히 지나 칠 수도 있는 우연을 만들 기회가 줄어들었다. 가끔도 가보는데, 이제는 걷기보단 차를 타고 지나가 버리는 수준이라, 친구들이 그 길에 있다 해도 자세히 볼 시간이 없어 모를 것이다.


오늘은 이렇게 4학년 3반에서 T와 같이 어울렸던 CH, J와 함께 동네 소개를 했다. 내일부터는 시간을 89년으로 옮겨서 5학년 친구들을 소개하겠다. 벌써 소개하려니 누굴 먼저 해야 되나 머릿속이 복잡하다. 설레고 있다. 아마 M 때문에 그런 걸까? 내일 M에 대해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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