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니 사진은 잘 있다.
25년 10월 03일 오전 08시 52분
저녁부터 온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자고 있을 때 꿈결에 듣는 빗소리는 다른 어떤 소리보다 좋다. 오늘 아침은 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서 더 늦게 일어났다. 빗소리를 더 듣고 싶다는 핑계로.
새로 개봉한 영화가 있어 저녁에 보러 다녀왔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2시간이 넘는 영화였는데 결론은 별로다. 디카프로오가 나오는데 나이가 들어 그런지 돌아가신 잭 니콜슨과 비슷해 보였다. 혹여 보시려는 분들이 있으면, 극장까지는 가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드린다.
어제 M에 대해 소개를 했었다. M 주변에 서성이며 혼자 슬픔에 찬 배역으로 열연을 펼친 찌질 한 나의 일상과 마음도 살짝 보여주었다. 부끄럽지만, 부끄럽지 않다. 나에겐 소중한 추억을 글로 남겨 놓을 수 있음을 감사한다.
오늘 어느 친구를 소환해 볼까 생각해 봤는데, M을 소개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M 말고 친하게 지냈던 이성 친구들이 생각이 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K.
K는 운동을 했었다. 우리 학교에는 양궁부가 있었는데, K는 거기서 운동을 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피지컬도 좋았고, 키도 나랑 비슷했던 거 같다. K는 8통? 인가에 살았고 4학년 반장과 비슷하게 동네에 몇 없는 빌라에 살고 있었다. 5층 빌라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가물가물한 기억은 오늘부터 군산을 가는데 다시 한번 팩트 체크를 해서 내려오겠다. 간 김에 오랜만에 M의 집 앞도 지나가 보고 JJ집 앞도 가 보련다.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그 공간들에 가서 나의 어린 시절을 느껴보고 오겠다.
K랑은 4~6학년때까지 쭈욱 같은 반이었다. 3반까지 밖에 없어도 같은 반은 연속으로 했다는 건 대단한 인연이었나 보다. K도 나의 여자친구 순위 목록에 올라 순위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좋아할 거면 한 사람만 좋아하지, 순위를 정해서 너는 1번, 얘는 2번. 이 무언가. 그런데 여자친구들도 남자애들 순위를 정해 놓았기 때문에 이건 그때 우리 반 문화였다.
K를 떠올릴 때 생각 나는 에피소드는 K가 굉장히 시집을 빨리 갔는데, (20대 초반) K의 아들과 통화를 한 게 생각난다. 전역하고 한참 아이러브스쿨이 유행할 때(벌써 여러 번 말했다) 어쩌다 다시 K와 연락을 하게 되었고, 그때 집에서 복학하기 위해 잠시 쉴 때 K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K 아들과 통화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통화를 한 건지 아니면 아들이 있다고 한 건지 조금은 기억이 뭉그러져 알쏭달쏭한데, 여하튼 ‘아들’이라는 단어가 임팩트가 있었고, 나의 기억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아니 벌써 아들이라니, 난 아직 졸업도 못하고 집에서 마냥 부모님 보살핌으로 놀도 있는 전역한 예비역인데, K는 벌써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나도 지금 결혼해서 애들이 있어보니 알겠는데, K 정말 대단하다. 어린 나이에 가장 대한민국에서 힘들다는 그것도 아들을 육아하고 있었다니.
현재 집에는 내 어릴 적 추억들이 담겨있는 앨범이 있다. 초등학교부터~대학생 때까지. 그 공간 한 곳에 K의 사진도 있다. 사진 옆에 잘 모르는 영어 써 놓는다고 my girl friend라고 써 놓았는데 한 번에 다 쓰지 못해 두줄 긋고 수정해서 쓴 흔적이 남아 있다. 시진 하니까 떠오르는데, 둘리 만화작가님과 이름이 똑같은 K가 생각나네, K의 사진도 앨범에 있다. 이름 다 알려줬는데 굳이 K라고 쓴 이유는, 둘 다 K라 헷갈릴 까봐. 이 두 K의 사진은 당사자들로부터 받아서 내 앨범에 자리 잡은 것들이고, 이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런 종류의 형식을 가진 사진은 없다(다 내 위주 사진만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