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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경 Jan 07. 2022

명상으로 새해를 맞이하며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메리 올리버, <기러기>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인데, 하루를 기점으로 해가 바뀐다는 사실이 34년을 살아도 여전히 신기하다.


어렸을 적엔 설레는 마음으로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기도 했고, 

아쉬운 마음으로 울적해졌던 날도 있었다.

어느정도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언젠가는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다를바 없는데 다들 왜이렇게 호들갑일까? 하는 시큰둥하고 시니컬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기도 했다.


올해는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새로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 마음으로 계획하고, 도전할 수 있는 맘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일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1일엔 명상 수업을 들었다.

그날 했던 활동은 2020년 1월 1일의 나에게, 내가 선배가 되어서 편지 써보기.

내가 나에게 썼던 편지를 조금 옮겨 적어본다. 


"안녕? 폭설이 내린 제주에 두 발이 묵였지만, 경치는 참 아름답지?

예측할 수 없었던 신혼여행처럼, 2021년의 결혼생활도, 일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어.

걱정하지는 마.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다 의미있는 일이었거든.

너는 힘들고 괴로워하면서도 정말 잘 이겨냈어.

(...)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엉엉 울게 되는 날도 있을 거야.

그리고 그렇게 그만두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날도 올 거야.

(...)

어떤 일에 대해선 어렵게 내려놓음을 선택하게 될 거야.

그리고 알게 될 거야.

비어있는 두 손은 새롭고, 좋은 것들을 다시 쥘 수 있고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걸. 

모든 것이 쉽지 않겠지만 좋은일도 힘든일도 너의 지혜의 발판이 될 거야.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도, 나중에 돌아보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걸 알게될 거야. 

수고했어. 은경아. 사랑해."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읽어주며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한 학생이 답했다.

"다들, 정말 애쓰고 힘들게 지낸 것 같아요. 다들 정말 힘들구나,,,사는 건 참 힘든 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게 원래 삶의 속성이에요. 어려운 것.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것."

2021년의 나에게 편지를 쓰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다시 나에게 힘이 되고,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된 것처럼, 삶이 어려운 것을 나쁘게 받아들일 것은 아니라고. 

저항하는 것은 이미 내 삶에 들어와 있고, 

집착하는 건 이미 내 삶을 떠난 것이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지난해에는 내가 삶에서 많은 것들을 저항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택하지 않았는데 내게 주어진 것들에 화도 내고, 속상해 울기도 했다.

바꿀 수 있는 건 바꿔야 하지만, 많은 일들에 받아들임이 필요함을 천천히 배우고 있다. 


그래서 새해에도 다시 해보는 다짐.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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