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가 건네준 다정한 위로

포르투갈을 구성하고 있는 1요소는 음악

by 심루이


1.

최민석 작가가 <기차와 생맥주>에서 멕시코라는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3요소는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운 '영토, 국민, 주권'이 아니라 '음악'이라고 적었더랬다. '멕시코의 택시, 우버, 버스 모든 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빈차를 타더라도 그건 빈차가 아니라 이미 음악이 탑승해 있다'는 진담 같은 농담을 던졌는데 과연 포르투갈도 그런 나라였다. 특히 포르투는 음악과 함께 '사는' 도시였다. 언제 어디서나 고개를 돌리면 누군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가끔 음악도 여행의 일부라는 생각을 한다. 포르투갈이 내게 참으로 낭만적이었던 이유는 '비긴어게인' 버스킹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노래, 자우림의 <고잉홈>이 울려 퍼지던 포르투갈을 봤던 몇 년 전 이미 마음을 빼앗겨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 노래를 들으며 실제로 걷는 포르투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했다.


도시에 딱 맞는 음악은 여행자에게 강렬한 순간을 선사해 준다. 바르셀로나 벙커에서는 조지 에즈라의 <바르셀로나>를 들으며 환상적인 야경을 봤다. 심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들린 거의 대부분의 광장에서 케이팝 음악을 배경으로 춤을 췄다. 아마 심이에게 리스본 호시우 광장은 르세라핌의 <ANTIFRAGILE>로,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은 뉴진스의 <OMG>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행이 끝난 지금도 나는 네이버 바이브의 <시티사운드>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바르셀로나 구엘공원, 세비야의 살바도르 성당, 리스본 호시우 광장의 종소리 등 각 도시에서 녹음된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신박한 서비스는 작년 그리운 베이징의 소리를 찾아 헤매다가 처음 발견했다. 지금 내 귀에 울리는 것은 포르투 어느 해변의 파도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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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트와인의 천국, 포르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와이너리 투어다.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구에는 카렘, 샌드맨, 페레이라, 테일러 등 투어 할 수 있는 와이너리가 많다. (무려 26개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유일하게 한국어 가이드가 있는 테일러 와이너리로 결정했다.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 카렘과 샌드맨에 비해 가는 길은 좀 복잡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모국어를 통해 포트와인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투어 가격은 포트와인 시음 두 잔을 포함해 어른은 15유로, 시음이 없는 아이는 6유로다. 포트와인이 만들어지는 영상을 보던 아이가 다 같이 춤을 추며 포도를 발로 밟는 모습을 보고 잠시 기겁했고, (더러운 발로 밟은 걸 마시는 거야? 우웩/'라가레스'라고 불리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통에 포도를 넣고 발로 으깨는 방법이 전통적인 포트 제조법이다.) 시음으로 맛본 2017년 빈티지와 칩 드라이 화이트 포트와인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샵에서 와인 등 60유로 이상 기념품을 구매하면 택스 리펀도 가능하다. 와이너리까지 가는 골목도 포토 스팟이 많고, 시음 공간도 멋스러워서 투어 일정은 최소 두 시간 이상 잡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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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여행 (1).JPG 테일러 와이너리의 시음 공간
포르투여행 (32).JPG 가는 길에 만난 포르투 정경
포르투갈 여행 포르투 (7).HEIC 샌드맨 와이너리의 밤


3.

우리가 여행한 열 개 도시 중 포르투가 이동 동선이 가장 짧았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저 호텔 근처를 걸으며 동 루이스 다리와 도우루 강을 오래 바라보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을 들었다. 리스본으로 떠나야 하는 아침 아홉 시, 호텔 바로 앞에서 곰돌이 인형탈을 쓰고 기타를 치는 청년이 있었는데 나는 그 청년이 포르투라는 도시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포르투는 누가 봐줄 거라고 굳이 기대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아침에 작은 선율을 덧붙여 주고 싶은 다정한 소망을 닮은 도시였다. 그 청년은 알 수 없겠지만 그의 연주를 듣는 일은 낯선 여행객의 포르투 여행 마지막 일정이 되었다. 심이는 남은 지폐와 동전들을 모아 그의 작은 박스에 넣고 뛰어왔다.


우리가 여행을 기억하는 특별한 방법은 음악과 함께 그 도시를 걷고, 그 음악을 다시 들으며 도시를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포르투에 도착하자마자 들었던 김윤아님의 <고잉홈>의 가사는 포르투가 내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 같았다.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우리를 기다려 주기를/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가장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 이뤄지기를/ 난 기도해 본다.


열 개 도시 중 가장 좋았을 만큼 아름답고, 조금은 애잔한 포르투의 정경에 나는 마음을 온전히 빼앗겼다. 리스본으로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그리 슬프지는 않았다. 왠지 곧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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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친구 같은 남편 춘, 친구 같은 딸 심이와 살고 있습니다.


나의 기록이 당신에게 작은 영감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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