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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의성 Oct 29. 2022

[오키나와] 사진을 찍을 것인가, 풍경에 집중할 것인가

오키나와 국제거리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 미리 찾아 놓은 포장마차 거리를 찾아가는 나의 마음은 조급 하기만 했다. 각종 블로그에서 12시에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심장은 더욱 벌렁벌렁, 제멋대로 날뛰었다. 조급한 마음만큼이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조급한 마음으로 걸어가는 길의 풍경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목적지로 빨리 갈까만 생각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귀한 풍경들을 쉬이 놓치게 된다. 바쁜 나의 마음과는 달리 여유로웠던 여자 친구의 시야에 거리의 음악가들이 포착되었다. 바쁘게 걸어가는 걸음 속에서도 그녀는 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포장마차 거리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 사진을 보고 ‘이런 사람들이 있었어?’라며 얼빠진 소리를 하는 나였다. 

 

여행을 하다 보면 ‘사진을 찍을까, 아니면 그 시간에 여행에 온전히 집중할 것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확실히 사진을 찍다가 풍경을 마음껏 즐기지 못할 때가 있다. 반면 사진기를 놓고 충분히 풍경을 즐기면서 큰 만족감을 얻었을 때가 있다. 

 

방콕 루프탑에서 야경을 찍기 위해 셔터를 눌러 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정작 방콕의 야경은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결국 그냥 사진만 남은 것이다. 사진을 통해 그때의 감정을 느껴보려 해도, 그때 느낀 감동 자체가 전무해 느끼지 못했다. 

 

여행지에서의 사진은 언제나 크나큰 기념품으로 남는다. 그렇게 때문에 여행객에게 포기하기 쉽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진을 위해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진을 찍더라도 결국 여행의 목적은 ‘여행 그 자체에 온전한 집중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을 놓친 여행 끝에 남는 것은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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