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우의성 Oct 29. 2022

[도쿄] 효율적인 여행만을 꿈꾸는 당신에게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어”


함께 떠난 첫 해외여행이었던 도쿄 여행 때, 나의 여자 친구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타진해 왔다. 나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라는 말투로 곧바로 대답했다. 


“귀한 3박 4일 중 디즈니랜드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 나의 생각은 무지했고, 동시에 어리석었다. 그녀에게 디즈니랜드는 다른 무엇보다 특별했다. 나는 그것을 신주쿠에 있는 디즈니 샵에 가서야 깨달았다. 디즈니 공주님들을 손에 든 그녀는 어린아이의 표정, 그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한없이 행복하고 순수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이내 ‘비효율’이라는 단어를 쓴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원망했다. 


가끔 여행을 할 때 ‘효율성’을 따질 때가 있다. ‘3박 4일의 일정이니 효율적으로 보내야 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곳을 최대한 봐 두어야 해’ 이런 생각은 여행객에 있어 오히려 ‘비효율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다. 


여행의 진정한 효율성은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느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느냐’이다. 같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가, 얼마나 많이 맛집을 갔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한없이 행복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원래 계획했던 다음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디즈니 샵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이곳에서의 행복을 흠뻑 느끼기로 했다. 인어공주, 백설공주, 라푼젤, 그리고 아이언맨까지… 디즈니랜드만큼은 아니겠지만, 디즈니를 사랑하는 그녀에게 이곳은 그녀의 ‘소우주’였다고 생각한다.

여행책, 블로그,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장소도 물론 의미 있겠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여행의 참 맛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극찬한 식당을 지나치고, 길을 가다 우연히 발견한 내 스타일의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세상에 엄청나게 많은 여행객의 숫자만큼 다양한 여행 코스가 있는 것이다.


다음 여행 때 디즈니와 관련된 장소가 있다면, 효율성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흠뻑 즐겨보려 한다. 그날의 여행을 디즈니로 모두 써버린다고 해도, 나에게 의미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만의 여행코스를 만들고, 당당하게 즐겨보자. 나만의 여행 코스가 언젠가는 나와 취향이 맞는 여행객들의 필수코스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전 04화 [타이페이] 영화를 보고 여행지를 고르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