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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의성 Oct 29. 2022

[유후인] 마음이 따뜻했던 ‘편의점 원정대’

“저…, 편의점은 어떻게 가면 될까요? 택시 불러주실 수 있을까요?”

 

유후인의 한 료칸에서 나와 여자 친구는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럽게 주인 할아버지께 간절한 도움을 요청했다. 시골에 위치한 료칸 주변이 칠흑같이 어두웠기 때문에, 걸어갈 엄두는 전혀 내지 못했다. 그때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주인 할아버지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나와 여자 친구, 주인 할아버지의 ‘편의점 원정대’의 작은 여정이 시작되었다. 편의점까지 가는 길은 무섭고 험난했다. 조명은 거의 없었고, 주변에 무덤들이 가득했다. 낮에는 아름답게만 보였던 ‘긴린코 호수’ 에선 당장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주인 할아버지는 묵묵히 앞장서서 ‘편의점 원정대’를 이끌고 있었다. 왕복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길을 걸은 후, 너무나도 소중한 맥주와 안주를 구할 수 있었다.

 

어둠이 주는 두려움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정신이 돌아오니 주인 할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왔다. 짧은 않은 길을 선뜻 다녀와준 할아버지의 친절이 쉽지만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다른 여행객에게 선뜻 친절을 베푼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기적인 여행자로서, 내가 보고, 먹고, 즐기는 것에만 온전히 집중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나의 여행이 즐겁게 끝나기에만 집중했고, 주변에 나와 함께 걷는 여행객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할아버지 덕분에 낯선 여행지에서의 작은 친절이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음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객이 곤란에 처해 있다면, 나도 내 시간을 할애해서 도와주고 싶다. 할아버지에게 받은 친절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성화 봉송하듯 넘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로의 도움이 번져 나간다면 우리들의 여행이 조금은 편안해지고, 즐거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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