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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의성 Oct 29. 2022

여행은 하루키처럼, 소확행 여행에 대해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반듯하게 접은 속옷이 서랍 가득 들어 있는 것

새로 산 정갈한 향의 셔츠를 입는 것.

부스럭 소리를 내며 고양이가 이불속에 들어오는 것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에서

 

갑자기 등장한 ‘소확행’이란 단어가 이제는 일반적인 단어가 될 정도로 ‘소소함’은 삶의 큰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특히나 미래가 불투명한 요즘 사람들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중요성과 우선순위가 높아진 것이다.

 

기존에는 열심히 저축을 해 집을 사는 것이 지상의 목표였다, 이 말의 기저에는 ‘현재의 행복을 미래의 행복을 위해 마땅히 양보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물론 미래를 위한 준비는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게다가 현재를 희생해서 확실히 미래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 보장성이 떨어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소소한 행복에 집중하게 된다.

 

주중에 각종 업무 스트레스에 휩싸이다가, 토요일 낮 이쁜 가게에서 약간의 피곤을 느끼며 브런치와 아메리카노 한잔을 하는 것. 친구들과 새로운 맛의 수제 맥주를 찾아내는 것. 이런 소소함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고 소소한 행복에 집중할수록 여행은 행복해진다. 하루의 여행을 끝마치고, 먼지를 말끔히 씻어내는 샤워를 하는 것. 함께 여행을 간 친구들과 편의점 털이를 하는 것. 그리고 밤 12시 한국의 매운 라면으로 하루 종일 먹은 낯선 음식을 씻어 내는 것. 이런 작은 행복이 모여 여행은 행복해진다.

 

그녀와 여행 중 다툴 때가 있다. 주로 달달 하지만 우리의 여행은 때론 쌉싸름하다. 서로의 여행 스타일이 다르기에 이를 맞춰가는 과정은 역시나 달콤하지 않다.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장 많은 갈등이 드러난 것은 ‘여행 일정’이다. 유후인에서 후쿠오카 숙소로 이동하자마자, 다시 텐진지역으로 나가길 원하는 나. 숙소 앞의 작은 술집에서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은 그녀. 여행지에서 우리의 의견은 팽팽히 갈리곤 했다. 

 

하지만 ‘오호리 공원’에서의 강렬한 경험 후, 나의 여행 스타일은 완벽히 탈바꿈하게 되었다. 오호리 공원에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것, 호수를 천천히 거니는 오리에게 인사하는 것, 천천히 조깅하는 사람들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우리는 함께 이런 작은 것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기존의 빡빡했던 여행 일정을 무시하고, 오호리 공원에서 하염없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꼈다.

물론 기왕 가는 여행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아주 작지만 확실화 행복에 집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 마시는 커피의 향만으로도 우리의 여행은 충분히 농도 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일상에서도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여행에서 행복해지는 법을 예행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일상에서의 행복감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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