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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의성 Oct 29. 2022

[다낭] 이제 안전해, 조금은 천천히 걸어도 좋아

길을 걷다 호텔 정문으로 들어가는 그 길이 유난히 좋았다. 혼잡한 거리에서 느낀 조그마한 불안함도 그 길에 들어서는 순간 거짓처럼 말끔히 사라졌다.

 

‘이제 안전해, 우리 집이야, 이제 조금은 천천히 걸어도 좋아’ 라며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 같았다.

 

조용한 그 길을 걷다 보면 다낭 리조트의 정문이 나왔다. 마법의 숲 속을 지나 다른 세상으로 이어진 것 같은 기분. 일상에서 때때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불안감, 걱정을 씻어주는 기분을 선물해 주었다. 

나는 일상의 곳곳에서 용케도 걱정거리를 찾아낸다. 걱정 인형 마냥 일어나지 도 않을 오만가지 걱정을 양 어깨에 짊어지며 힘겹게 살아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걱정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괜한 걱정인 것을 알지만 일상의 나는 한없는 불안함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나에게 다낭으로의 여행은 모든 걱정거리를 떨쳐버리는 그런 여행이었다.

 

호이안으로 가는 길 또한 그랬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은 불안하기만 했다. 돌아가면 어쩌지, 갑자기 막다른 골목으로 가면 어쩌지. 그럴수록 ‘셀카봉’을 잡는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위급 시에 쓸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호이안 입구에 도착한 순간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애니메이션 ‘라푼젤’에서 남녀 주인공이 함께 배를 타는 장면처럼, 물 위엔 마법처럼 초들 이 떠다녔다. 사람들은 유유자적 자전거를 타고, 거리의 악사들은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악기를 연주했다.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편안한 풍경에서 불안이 싹틀 틈은 없었다.

 

호이안에서 모든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 온 아버지의 뿌듯함 웃음. 연인과 함께 온 여성은 행복한 웃음.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며 동심으로 돌아가는 웃음.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웃음이 그곳에 있었다.

 

호이안을 떠나 다시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러나 이제 불안하지 않다. 호이안에서의 웃음이 전염되었던 것일까.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많은 걱정과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에 지칠 때면 언제나 다낭, 호이안을 떠올린다. ‘그때 미소 지으며 악기를 연주하던 아저씨는 그대로 있을까. 또다시 가게 된다면 그때 다 듣지 못했던 노래를 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이내 불안함을 말끔히 사라져 있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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