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바다보러 가지 않을래?

바다

by 다른디귿
바다.jpg <영덕 해파랑길 바다>



영덕 해파랑길을 걷는다. 바다를 바로 옆에다 두고 걸으니 여기가 천국이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해풍이 살짝 오른 땀을 식혀준다. 여기가 명소다 싶은 곳에 벤치가 놓여있다. 그곳에서 앉아 쉬어간다. 수평선 저 끝은 푸른색을 달리하여 여기까지임을 보여준다. 가로로 그어진 저 선 끝에 내가 누워있다 생각을 한다.


누운 채 물 위에 떠 있는 나의 육체. 유유히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겨둔다. 귀가 물속에 잠기면 온 세상에 고요가 찾아온다. 따뜻한 햇살이 포근한 이불이 되어 나를 감싸주고 바다는 요람이 되어준다. 불면증이 있는 나에게 잠시나마 상상만으로도 깊은 잠을 내어준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멍하니 잠시 생각을 잠재운다. 별 일 한 것도 아닌데 시간이 훌쩍 흐른다. 개운하다. 진짜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다시 가던 길을 걷는다. 생각해보니 바다만큼 너를 품을 내어준 이가 또 있었던가. 나는 타인에게 바다 같은 너른 품을 내어준 적이 있었던가. 언제나 바라기만 하고 실익에 앞서 계산하기 바빴던 나를 되돌아본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고요한 상태를 만들어 주는 바다처럼 나를 위해 타인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던가. 다시 나의 호흡에 집중해 본다.


바다는 올 때마다 여러 가지 옷으로 갈아입는다. 봄 바다는 설레고 여름 바다는 청량하다. 가을바다는 다소 쓸쓸하고 겨울바다는 무섭다. 사계절의 바다는 내 안에서 비롯됨을 안다. 바닷가 가까이 살면 좋겠지만 물리적으로 먼 위치에 살기 때문에 이렇게 한 번 오면 오래도록 담아 두는 편이다. 언제 어디서든 원할 때 꺼내어 볼 수 있게. 언제든 내게 위안이 될 수 있게.


"나와 바다 보러 가지 않을래?"





[바다]

지구 위에서 육지를 제외한 부분으로 짠물이 괴어 하나로 이어진 넓고 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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