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사랑했던 나의 친구에게
꺼내 둔 손이 아리도록
책장을 넘기다가
당신에게 건네고픈 시 한 편을
찾아들었습니다
펼쳐진 낱말들의 틈에
잠시 숨어 쉴 수 있기를
놓여진 행과 행이
따뜻한 바닥과 든든한 지붕이 되기를
사랑은- 하며 읽어 내려간 시가
사랑해- 라며 읽혀 내려앉기를
콧노래를 잊은 당신의 발걸음이
운율 속에 집으로 돌아오기를
오늘도 문 앞을 서성이며
시 마중을 나가렵니다
_정호승 시인 <슬픔이 택배로 왔다> 시집을 읽다 친구에게 시 한 편을 건넨 후 지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