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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한 기쁨주의자 Dec 20. 2022

시 마중 <눈 오는 날에 읽는 시>

시를 사랑했던 나의 친구에게

꺼내 둔 손이 아리도록

책장을 넘기다가

당신에게 건네고픈 시 한 편을

찾아들었습니다


펼쳐진 낱말들의 틈에

잠시 숨어 쉴 수 있기를

놓여진 행과 행이

따뜻한 바닥과 든든한 지붕이 되기를


사랑은- 하며 읽어 내려간 시가

사랑해- 라며 읽혀 내려앉기를


콧노래를 잊은 당신의 발걸음이

운율 속에 집으로 돌아오기를


오늘도 문 앞을 서성이며

시 마중을 나가렵니다



_정호승 시인 <슬픔이 택배로 왔다> 시집을 읽다 친구에게 시 한 편을 건넨 후 지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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