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영종도
얼마 전 영종도 나들이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가족나들이다. 자전거도 타고 요트도 탔다. 신혼여행 때 처음 요트를 타봤는데 20여 년 만에 가족과 함께 타니 기분이 새롭다.
아들이 초등학교 때였다. 아들 친구들이 집으로 놀러 왔는데 방에서 한 참 레고놀이를 하고 난 후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고 했다. 문제는 친구들은 자전거를 타는데 아들은 자전거를 못 탄다는 것이다. 놀이터를 가야 하는데 친구들은 자전거를 타고 가고 아들은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레고 놀이가 끝난 후 친구들은 자전거를 타고 쌩~ 놀이터로 향했고 아들은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냥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아들 친구들은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와서 아들을 달래서 놀이터로 데려갔다. 아들 친구들이 착해서 자전거를 끌면서 함께 놀이터로 갔었다.
별것 아닌 이 해프닝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어떻게든 아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려고 했지만 아들은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까? 어느 날 친구들과 자전거를 탄다며 나갔는데 무릎이 깨져서 피를 흘리며 들어왔다. 상처가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한편 기쁜 마음도 들었다.
'아~ 이 놈이 드디어 자전거를 배우려고 하는구나'
딸은 호기심도 많고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데 아들은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생활이나 성인이 되어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다. 그런데 페달을 굴리기 시작한 것이다.
1년 후 얼마 전 우리는 영종도에서 자전거를 탔다. 지난번 양평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을 때는 2인용 자전거에 아들을 뒤에 태우고 갔었는데 이번에는 아들 혼자 1인용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대견하고 뿌듯할 수가 없다. 산다는 건 이런 것인가 보다. 이렇게 별것 아닌 일에 기쁨을 느낀다.
오늘은 아들 자전거를 수리했다. 당근에서 중고를 샀는데 약간의 수리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굳이 새것을 사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중고를 샀다. 자전거 타기가 숙련되면 그때 사 주려고 한다. 요즘은 친구들과 자전거 타고 한강에 가서 라면을 먹고 온다. 장하다 아들.